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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거시적 설계가 시급하다
정경NEWS | 승인 2019.06.18 16:32|(209호)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초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해 7월 올해 세계 경제가 3.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하더니 그로부터 다시 6개월 만에 또다시 0.4%%포인트 내려 잡은 것이다. 최근 9달 동안 무려 세 차례나 하향 조정한 수치다. 그만큼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소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던 미국경제의 성장률도 기존보다 0.2%포인트가 내린 2.3%로 조정됐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의 경기둔화도 시작됐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IMF는 우리나라의 경우 당초 전망치대로 2.6% 경제성장률 유지를 전망했지만 과연 그대로 계속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나마 추경 예산까지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서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제난국,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경제가 어렵다. 혹자는 경제 어려운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냐고 묻는다. 또 어떤 이는 우리 경제가 언제 좋은 적이 있었더냐며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 주변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 심리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이 아닌가 싶다. 심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는 그런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활력을 잃은 시장, 썰렁한 대형 매장들 그리고 텅 빈 가게들이 곳곳에 산재한 골목상권의 현실은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눈물까지 생각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4월 25일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반도체 수출실적과 설비투자까지 대폭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수출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반도체가 계속 어렵게 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특히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10.8%까지 추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무려 21년만의 최저치다. 그러자 한동안 잠잠했던 원화 환율까지 흔들리면서 통화가치가 대폭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대로 일시적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칫 자본 유출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한국경제가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칫 중국경제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 동력이 다 소진되면 다음엔 무엇으로 돌파할 것이냐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미 한국경제엔 빨간불이 켜졌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뾰족한 대안이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비상한 방법’으로 지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주요 경제정책의 ‘당위성 문제’에 매몰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적실성(relevance)’에 관한 문제이다. 과연 현 시점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현 시점에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기대했던 성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론적 담론과 정책적 당위성 문제로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정책이야말로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는 너무도 무기력하다. 시장의 적인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지나치리만큼 이념적이고 당위적이며 동시에 단기적이다. 물론 이 마저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보니 미래마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가계마다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마저 불안한 국민들이 과연 지갑을 열 수 있겠는가.
내년 4월에 21대 총선이 있긴 하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경제를 중장기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효과나 근시안적 처방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설계자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정당과 정권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과 국가의 진퇴를 결정지을 수 있는 ‘담대한 설계’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번 단기처방에 전전긍긍하다가 돈과 시간만 허비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최근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뭐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막연한 낙관론이나 원론 수준의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무능한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에 얼마나 많은 시장과 자본, 그리고 국민이 실망하겠는가. 실물경제의 빨간불을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도 궁금할뿐더러 자칫 또 ‘골든타임’만 놓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경제심리만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꼭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내년 총선과 그 후에는 또 대선과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정책이 선거정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 좀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시간, 즉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가비상내각’을 구성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올 것이며 그 바탕에서 적실성 있는 처방전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관론은 자연스레 소멸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좀 더 대담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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