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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 제일 힘들었어요
김세진 기자 | 승인 2018.06.04 12:00|(206호)
“지금은 가난해서 일본이나 태국, 베트남 이런데 여행가지만, 언젠가 돈 많이 벌면 평창이나 해운대 이런 곳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돈 써도 해외에서 쓴다…서비스수지 적자 역대 최대’라는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다. 최근 평창올림픽 시즌에 인근의 대다수 숙박업소에서 과도한 올림픽 프리미엄 붙이기로 논란이 일었다. 국내여행은 비싸다. 요즘 사람들의 인식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이 되면 숙박업소들은 일제히 가격을 배 이상으로 올린다. 가격은 이렇게 비싼데 관광인프라는 해외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이 돈 주고 국내여행 갈 바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말이 나온다.
 
1 최근 5년간 국내여행 총량 변화(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글 · 김세진 기자(tianmimi92@daum.net)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2017년 11월 발간한 ‘관광시장동향’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관광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2014년에 전년대비 8.3%, 2015년에는 20.1%, 2016년에는 15.9% 증가했다. 2017년 1월~8월까지 통계만 놓고 봐도 17.7% 증가한 1,700만 명이 해외로 출국하면서 연말까지 합해 연간 통계를 낸다면, 30% 넘는 증가율을 보였던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7년 5월 발간한 ‘국민여행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내국인의 국내관광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에 전년대비 2.3%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5년에는 2.1%, 2016년에는 1.4% 증가하면서 증가율이 정체되는 현상을 보였다. 해외여행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와 비교해보면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나 외국 가봤어”라고 말하면 온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는데 지금은 국내보다 해외로 많이 나간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내여행 가려면 얼마가 들까?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국내 관광여행 지출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만 15세 이상 전 국민 1인 평균 숙박여행 비용은 391,874원, 당일여행 비용은 194,621원으로, 숙박여행과 당일여행 비용을 합친 1인 평균 국내여행 비용은 586,495원에 달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내 여행지 제주도에서 1인 평균 지출비용은 536,298원으로 1위에 들었다. 월별 숙박여행 지출액을 비교해보면 성수기인 7월은 236,368원으로 비수기인 9월 178,940원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성수기 바가지요금에 대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요즘 일본 가는 저가 항공권을 싸게는 10만 원이하, 평시 20~30만 원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에 반해 KTX나 국내 항공권 가격을 생각하면 굳이 소중한 주말에 제주도를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대관령 목장은 차 있어야 갈 수 있네’

여행객의 입장에서 국내여행은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성비가 떨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관광 시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2016년 기준 자연 및 풍경 감상(28.7%), 음식관광(19.7%), 휴식/휴양(15.6%), 야외 위락 및 스포츠 활동(11.6%), 테마파크/놀이시설/동·식물원 방문(4.8%) 순이었다.
 
국내여행을 가도 비용 때문에 숙박여행보다는 당일치기 여행을 선호한다.

국내관광지는 대중교통 연계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한국은 국토가 넓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해서 관광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젊은층, 외국인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들은 교통이 불편한 산골짜기보다는 주요 관광지를 ‘찍는’ 경우가 많아 대중교통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관령목장과 국내 유일 카지노 강원랜드는 현실적으로 자가용이 있어야 갈 수 있으며, 패러글라이딩, 서핑 등 활동적인 액티비티 프로그램은 해외 여느 국가에 비해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

향토 음식이 부족한 이유는 면적이 좁아 각 지역의 특수성을 생성하기 어려울 뿐더러 6.25전쟁으로 인해 연속성이 떨어지는 탓이 크다. ‘케이팝’으로 한동안 해외에서 ‘한류’ 열풍이 일었지만 정작 국내에는 K팝 전용 대형 공연장도 없다.

또 한국의 자연풍경은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베트남의 하롱베이의 이국적인 경관에 비해 새로움이 떨어진다. 각 지역의 고유 향토음식은 명맥만 이을 뿐이고 상품화·대중화에 소극적이다. 때문에 일본 나가사키의 카스테라 장인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관광 정책도 국내 관광 인프라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관광산업 발전사업 시행 단계에서 지역의 환경 및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위주로 사업을 기획해 보여주기 실적에 집중한 나머지 막상 조성 후 어떤 콘텐츠로 운영·지속을 할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정책 시행 목적이 퇴색한 것이다.
 
'라 트라토리아 에스토루토' 전경(출처=다카키농장 홈페이지)

축제의 실패

축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유적지가 없는 지역에도 국내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단비 같은 존재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가 지자체장에게는 언론에 노출 되어 좋았을지라도 지역에게는 아니었다.

한국의 지역 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와 맞물려 시행되기 시작했다. 투표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업적 달성을 위해 ‘축제’를 만들었다. 2014년 개최된 축제는 938개에 달하며 총 2194억 원이 투입되었는데 83%는 95년 이후에 시작된 축제이다.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축제는 결국 정치적 목적이 짙은 ‘지역 주민 화합형 축제’로 변질되어 재정 건정성 악화만 야기했다. 이들은 지역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정체성이 불분명했다. 또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항이 많으며 전문성이 부족하고 단순 이벤트 행사로 이루어져 관광 산업 활성화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설적으로 지역 주민의 참여도나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감소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결국 2016년 4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축제는 재정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10대 분야로 선정되는 오명을 안았다. 그 결과 국내 관광산업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 되어 성장했고, 휴가를 맞은 사람들은 모두 해외로 등을 돌렸다. 축제의 실패는 국내 각 지역들에게 여행객을 끌어올릴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안겨줬다.
 
반면에 해외여행은 쉬워졌다

이에 비해 해외여행의 매력은 날로 커지는 중이다. 2017년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여행객이 26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경 12월25일자 A1, 3면). 지난해보다 400만 명 늘어난 것으로, 인구 대비 출국률(50%)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이 해외로 이끌리는 요인은 무엇보다 LCC항공사(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비행기 티켓이 싸졌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는 기존 항공사의 거품을 빼 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수하물이나 기내식 등을 옵션으로 바꿔 수익을 극대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또 인터넷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해외 자유 여행이 쉬워졌다. 핸드폰만 있다면 유심침을 구매해 현지의 맛집, 교통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 실시간 언어 번역 어플 “파파고”, “구글 번역기” 등의 성능도 날로 좋아져 해외여행의 장애요소였던 언어의 장벽도 허물어지는 중이다.

항공 노선은 기존의 일본, 중국의 대도시 노선에서 일본(사가현), 가오슝(대만), 베트남(다낭), 러시아(블라디보스톡)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도 진화 중이다. “엄마와 떠나는 모녀여행”, “내맘대로 만드는 Dly여행”, 남극 빙하 탐험 여행 등 색다른 테마를 담았다. 거기에 이국적 풍경은 외국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일본의 장인 문화로부터 배운다

오이다현에서 대나무 공예 장인이 되려면 2년간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수료 후 장인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전통산업을 지킨다. 작은 소쿠리 하나가 우리 돈으로 10만 원을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이걸 사기 위해 지난해 89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비결은 장인 조직이 앞장서 본인의 제품을 브랜드화해 시장을 개척한 것에 있다. 전통유지를 앞세운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에게 제도적으로 아낌없이 지원한다.

지역 생산물을 기존 요리와 결부시켜 관광 상품화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의 니가타 현에 위치한 ‘라 라토리아 에스토루토(약어 에스토루토)’는 다카기 농장이라는 토마토 농장에서 운영하는 농가 레스토랑으로 일본에서는 한 해 4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에스토루토의 대표 상품은 인근 농장에서 재배한 토마토와 잎채소로 만든 샐러드이다. 가격대도 320엔으로 저렴하다. 에스토루토는 농가 레스토랑에 잘 어울리는 목조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전통 일본 목재 장인이 지은 건축물이다. 관광객들은 농장 풍경을 감상하면서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맛볼 수 있다.

에스토루토는 ‘농업진흥지역’에 지어진 건물이다. 원래 일본 농지법대로라면 농업진흥지역에는 창고나 관정 등 농업 관련 시설밖에 지을 수 없다. 그러나 2014년 일본 정부는 니가타 현을 ‘혁신적 농업 실천 특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농지에 농가 레스토랑이나 관광 시설 등을 지을 수 있게 허가했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연환경만으로는 2~3일씩 관광객을 머무르게 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매개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농촌에는 통일신라 시절 고운(孤雲) 최치원이 강조했던 ‘풍류’(風流)와 ‘멋’의 개념이 숨어 있다”며 “관광 자원으로 덜 개발된 서원(書院)이나 고택 등을 활용해 예절 교육, 역사 체험 등의 코스와 농촌 경관을 연이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흔히 관광은 ‘굴뚝 없는 사업’이라고 한다. 때문에 축제가 실패한다고 해서, 혹은 해외관광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해서 지원정책의 무조건적 파기는 지양해야 한다. 정책을 주도한 관에서는 표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기존 축제 난발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한 한국에서 관광은 지역에게 심폐소생술이 될 수 있다.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에 비해 갖는 경쟁력은 근거리에 있다. 분명히 우위 요소가 있는 만큼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여 국내 관광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일본의 장인 모델 등을 참고 하는 등 정책의 방향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시 설정하거나 민간 주도의 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세진 기자  tianmimi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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