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최재영 권두칼럼
판문점에도 드디어 봄은 오는가
최재영 기자 | 승인 2018.05.29 10:29|(206호)
최재영 본지 발행인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한반도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아직은 섣부른 예상이 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끝내는 ‘평화체제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때는 ‘북미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고조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새 정세가 급변했다. 지금은 남북관계에 이어 북미관계에서도 말 그대로 ‘근본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결정적인 모멘텀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만들어 냈다. 평창이 곧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더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창을 방문했다. 북한의 이른바 ‘백두혈통’ 최초의 남측 방문이다. 그 후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극적인 효과까지 만들어 냈다.
 
판문점의 감동, 구체적 성과로 이어가야
남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전 과정은 한 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데올로기를 놓고 사활을 걸며 대립했던 ‘냉전체제’의 마지막 금단의 선이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장면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요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방북’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재치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남북은 잠시 그렇게 하나가 된 것이다.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모습도 좋았지만 그 결과물인 ‘4·27 판문점선언’의 내용은 더 좋았다.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도 연결키로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가겠다는 합의도 나왔다.
압권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에 비핵화 얘기조차도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정상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문에 ‘적시’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판문점 선언은 조만간 이뤄질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간 통화를 끝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강국으로부터 ‘판문점 선언’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2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문 대통령의 외교 대장정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40여 일 만에 또다시 방중해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공식 집권 후 6년간 북한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불과 40여 일 만에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그것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먼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혈맹인 중국과 최종 점검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워낙 중요한 외교적 합의를 해야 할뿐더러 나아가 ‘평화협정’ 문제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있기에 그 당사자인 중국과 좀 더 깊숙한 논의가 불가피했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으니 그 연장에서 중국과도 한번 더 교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일각의 우려대로 ‘차이나 패싱’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전해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배경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다소 부정적인 배경에 관한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 문제에 집중하던 미국이 주제를 더 확장해서 대량상살무기(WMD)와 생화학무기 심지어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내심 불쾌할뿐더러 적잖은 배신감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의 조율 없이 더 확장된 주제를 놓고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시진핑 주석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당초 입장에서 말을 바꾸는 듯한 미국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간단히 보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감과 의지를 더 확고히 다졌을 가능성도 높다.
사실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외교적 수사’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샅바싸움’의 성격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분히 미국의 ‘국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는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듣지 않고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워낙 ‘주제 넘는 담론’이 쏟아질 수 있는 그런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완곡한 대응도 필요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중국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일 취임식에서 PVID를 처음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기존의 CVID에서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단어로 바꾼 것으로 CVID보다 훨씬 강력한 개념이다. 그러자 CVID라는 개념을 상징하던 볼턴 안보보좌관까지 지난 5일 PVID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금세 PVID가 대세처럼 가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존의 CVID나 최근의 PVID는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불가역성’의 속뜻은 ‘영구성’의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을 자극하면서까지 표현을 더 강하게 내세우는 것은 기선부터 잡고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그 뿌리부터 없애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그 결과가 자칫 뒤틀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일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보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요 우리 정부의 상처도 보통이 아닐 것이다. 물론 북한과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다시 핵전쟁의 공포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석’이 바빠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과잉하지 않고 차분하고 냉철하게 한반도 비핵화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당부는 몇 번을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대로만 가면 판문점에도 정말 봄이 올 것 같은 희망이 샘처럼 솟아나니 말이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재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502~3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18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