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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침마당 지상중계 “혼자 우는 남자”남성 퇴직자 우울증에 대한 서로의 대처방식
김세진 기자 | 승인 2017.12.28 15:09|(205호)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혼자 간직하다가 문제 커지는 경우 많아
퇴직자 남성 우울증에 대한 태도 변화 시급


 
남성 우울증에 대해 강연하는 박상미 교수
 
지난 10월 26일 박상미 교수는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에서 “혼자 우는 남자”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은퇴증후군” 개념을 제시하며 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남성 퇴직자는 아집을 버리고, 적극적인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김세진(tianmimi92@daum.net)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은퇴증후군”이란 남성 퇴직자들이 퇴직 후 상실감과 함께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3~40년 평생을 일에 바쳐온 남성 퇴직자들은 은퇴 후 배우자와 자녀들과 대화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반대로 아내들은 평생 남편과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남편이 은퇴를 하면 해방감을 느낀다. 더 이상 남편이 외출 행선지를 묻는 것도 싫고, 밥도 차려주기 싫다. 그래서 물어보면 말대꾸도 안한다. 남편은 어렵사리 대화를 시도해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소외된다. 결국 이런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남성 퇴직자들은 ‘은퇴증후군’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정생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정과 사회에서는 이러한 남성들의 정신적 질병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먼저 은퇴자들이 사용하는 자조적인 단어를 보면 아래와 같다;
1) 영식님: 자택에서 하루 한 끼도 안 먹는 사람에 대한 극존칭
2) 일식군: 자택에서 하루 한 끼만 먹는 사람에 대한 존칭
3) 이식이: 자택에서 하루 두 한 끼만 먹는 사람
4) 삼시새끼: 자택에서 하루 세 끼 먹는 사람에 대한 비하
5) 간나새끼: 자택에서 하루 세 끼 먹고, 간식까지 먹는 사람에 대한 비하
이와 같이 남성이 가족 간 소통의 장인 식사 자리를 도리어 민폐라고 여겨지는 인식에서 드러나듯 은퇴 남성의 소외 문제는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갈 곳 많은 여자 VS 시간 많은 남자”

웃음이야 주고 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없더라
취한 김에 부르는 노래
박자 없는 인생의 노래
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 - 나훈아의 <사나이 눈물> 中-
 
나훈아의 노래 가사 내용은 비단 노래 가사일 뿐만 아니라 현실이었다. 2015년 국회입법조사처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의존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72.4%로 OECD 13개국 평균 88%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13개국 중 13위라는 오명을 차지했다.

박 교수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서 남녀 간 차이를 거론하며 남성 퇴직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여자들이 지인들과의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고 지역 커뮤니티로의 외출을 즐기는 것에 비해 남자는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차이와 더불어 은퇴 후 무료함과 무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남성 퇴직자들은 혼자 술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높고, 55세 이상 남성은 3~4배 높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이렇게 심각해지는 우울증의 치료에 대해 남성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라는 조언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에는 인생 패배자가 된 것 같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남자는 늘 강해야 한다.’라는 사회적 강요에서 비롯된 폐해이다.


기존의 해결 방법은?

혼자 우는 남자들은 변해야 한다. 기존의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행하던 습관들을 은퇴를 기점으로 펼쳐진 새로운 삶을 위해 스스로 변화를 꾀해야 할 때이다. 박 교수는 은퇴 남편들의 카페에 방문하여 기존의 퇴직자 남성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첫째는 TV를 살 능력이 없다면 리모콘을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가장일 때에는 경제권을 쥐고 있어 우선적으로 채널 선택권을 가질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집안일을 하는 아내에게 TV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명분이 없는 현실을 인지하고 아내를 존중하며 협의 하에 채널 선택을 해야 한다. 둘째는 부부 모임에 가지 말아야 한다. 비교는 사람을 언제든 불행하게 하는 요소다. 옆 집 남편과 비교되고 싶지 않다면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셋째는 기억해라, 화장하고 나가는 아내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것 두 가지는 “어디 가냐?”, “어디 갔다 오냐?”이다. 마지막으로 힘들 때에는 아내 사진을 본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지나온 추억으로 위안 받기 때문이다.

 
부부 간 화해의 기술: 뇌는 언어에 반응한다.

박 교수는 부부가 소통할 때 뇌는 부정적 단어를 더 오래 기억하며, 비난과 경멸은 표정으로 드러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부는 공감 대화법으로 소통함으로서 인생의 동반자를 존중해야 함을 강조한다. 구체적 방법은 상대방에게 “미용고사리(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이해해요)”를 습관처럼 말하며 “스마일(스쳐도 웃고, 마주 보면 웃고, 일부러라도 웃고)”수칙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판단이 내재된 일방적 ‘충고’와 ‘평가’도 멈춰야 한다.

이혼하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의 차이는 성격차이가 아닌 화해 방식이다. “빠삐용법칙(빠르게 사과하고, 삐지지 말고, 용서하기)”, “통통통법칙(의사소통-만사형통-운수대통)”을 기억한다. 보통 여성들은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는 화가 나서 아예 대화를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양해야 한다. 남편의 인간관계 단절을 보고 싶지 않다면 경청과 공감으로 소통해야 한다.

갈등이 있을 때에는 “그랬구나.”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라도 화가 났을 거야.”, “내가 당신이라도 화가 났을 거야.”라는 말처럼 주어를 “나”로 시작하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로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박 교수는 5년 동안 여러 방법으로 재소자들을 교육해본 결과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상대방을 존중해주면 스스로 ‘내가 잘못했어요.’라고 스스로 고백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린 모두 ‘그랬구나.’ 라는 말이 듣고 싶은 것이다.

또 따지지 말고 상대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갈등이 있을 때 내 주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와 같이 주어를 “우리”로 두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연습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 같은 유머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머는 분위기를 이완하고 대화를 순조롭게 한다. 부부란 두 사람만의 사소한 기억들로 지은 추억의 집이다. 부부가 함께 남은 4~50년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아내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도 혼자 우는 남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남자여, 울어라.
 
‘분노’는 25년 후의 심장병 발병률과 사망률을 7배 증가시킨다. 박 교수는 분노를 덜어내고 마음을 비워야 좋은 감정을 채울 수 있으며, 울고 싶은 것을 참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강조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눈물 치료가 마음에 쌓인 분노를 푸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졌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으므로 남성 퇴직자는 자존심을 버리고 슬플 때는 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5060세대는 은퇴 후 자신에 대한 시간적, 정서적, 물질적, 관계적 보상이 필요하다. 30년 가족을 위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 구성원이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정해주길 바라는 욕구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고 이유 없는 화를 내게 된다. 이유를 모르는 가족들은 마음이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 자신이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 또 평소에 갖고 싶었던 나를 위한 선물을 사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 이익과 관계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여생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필요가 있으며 TV는 멀리, 사람은 가까이를 습관화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한 연구에서 마음을 터놓는 친구는 5명, 취미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는 15명이 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퇴 후 친구 5명 만들기를 거듭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
 
박교수는 부엌을 새 출발의 장소로 설정하고 아내와 요리를 시도해보거나 다른 공부를 새로이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공부는 가장 창조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기만족도가 높아져 타인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평생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각종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므로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보자.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각 가정의 구성원은 은퇴자의 상실감과 우울감 해방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또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은퇴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해고나 퇴직 후 생존 기반을 잃더라도 은퇴자와 가족들의 기초 생활수준을 보장함으로서, 당사자와 가족구성원, 정부가 합심해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는 은퇴자 우울증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상미씨는 공감과 치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문학, 상담심리학, 영화, 대중문화 등을 전공했다. 경찰대학 교양과정 외래 교수, 문화평론가, 다큐멘터리 감독, 더공감마음학교 대표, 작가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 중이다.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문화치유학교>를 열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이 있다.
 
 

김세진 기자  tianmimi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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