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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창 “ 파격의 미학"
오광수 미술평론가, 뮤지엄 산 관장 | 승인 2017.06.22 16:04|(203호)
홍석창은 출발에서부터 서와 화를 익힌 이상적인 동양화의 길을 걸었다. 그의 세계를 흔히 문인화로 분류하는 것도 이에 말미암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인화라면 동양화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화목으로 장인들에 의해 구사된 그림과 대비를 이루었다. 그림이란 기술에 바탕을 둔 영역임에도 기술에 앞서 정신을 강조하는데 문인화의 본령을 두고 있다. 조선 시대에 크게 진작되었던 문인화는 직업적인 화원들의 그림과 분류되면서 비교의 차원을 만들었다. 원래 사인(士人)들에 의해 구사된 문인화는 시, 서, 화의 삼절을 이상으로 한 것으로 스스로 장인들의 그림과 애써 구분하였다. 의재필선(意在筆先)이란 말이 강조되는 것도 정신세계를 우위로 하는 관념의 소산일 것이다. 이 같은 관념은 비단 그림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예술 전반에 미치는 것으로 실로 여기에 동과 서 가치관의 차별을 확인할 수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원래 문인화를 말할 때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는 경지를 이상으로 한 것인데 홍석창의 세계는 서와 화가 공존하는데 그 독자의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그림과 글씨가 한 화면에 서로 어우러져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그림과 글씨가 분화되지 않았던, 즉 서화는 이명동체라고 한 근원으로의 회귀의식을 구현해 보이고 있다고나 할까. 그의 세계는 이름은 다를지언정 그 뿌리는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추구해 보이고 있는 점에서 다른 동양화가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면모이기도 하다. 이는 원초적인 서화의 환원을 추구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의 작업의 편력을 소급해보았을 때 근래에 이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림은 그림의 영역을 벗어나 글씨에 가까워지고 글씨는 글씨의 영역을 벗어나 그림이 되어가고 있다. 이 환원의식은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를 만들어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파격과 일탈의 미학이 만드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 같은 기운은 화면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작품을 마주한 사람들에게도 파도처럼 덮쳐오는 것이다. 난만히 피어오르는 생명의 놀라운 기운이 화면을 벗어나 실내 가득히 차고 넘치는 느낌이다. 이재언은 홍석창의 작품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의 창작은 체질적으로 비교적 선이 굴고 우직해보일 정도로 대범해 보이며 상당히 긴 호흡의 리듬과상상을 뛰어넘는 웅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이 말은 그의 인간이 곧 그의 작품이란 것을 두고 한 것인 것 같다. 그의 위상은 언제나 과묵하고 조용한 옛 선비의 기풍을 지니었다. 체질적으로 섬세한 감성이나 재능보다는 우직하게 보이는 대범함, 그러면서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순후한 의식의 결정이 만드는 울림이 웅대한 스케일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운필은 때로는 노도와 같은 힘으로 표상되는가 하면 먹은 철철 넘치는 감동으로 찾아든다. 문인화는 대단히 절제된 양식 속에 고결한 심회를 담으려고 하였다. 그러한 경지는 한갓 손재주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릿길을 걸어간 연후에야 찾아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문자향과 서권기를 앞세운 것도 이에 말미암은 것이다. 홍석창의 작가적 편
력은 누구보다도 이 같은 문인화의 정신세계를 추구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방법을 천착해왔다고 할 수 있다. 체질적으로 굵은 선과 우직할 정도로 대범한 성격이 아니었으면 감당되지 않았을 것이다.

"흐드러진 원색들은 거침이 없으며
일상의 소소함까지 스스럼없이 화면에 옮겨온 듯 분방한 조형은
기성의 가치로 규정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는 스스로 한국화라는 틀을 깨고 문인화라는 고정된 의식을 타파함으로써
스스로 비상할 수 있는 시공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후반을 장식한 채묵의 세계는 고식적인 문인화의 영역에서 벗어난 그 고유의 방법적 모색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채묵이란 먹과 채색이 혼융된 표현의 경지를 이름이다. 그것을 굳이 채묵이라 표현하는 것은 담백한 수묵 위주의 세계나 채색화의 경지와 애써 구분해주기 위함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채묵은 애초에 이를 의식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먹은 어느 사이에 채색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채색은 수묵의 분방한 표현의 의지를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상철이 한 다음의 언급은 이 같은 상황을 극명하게 표명해주고 있다. 질서와 맥락을 가지 않는 표현의 열린 의식은 마침내 문인화니 동양화니 하는 세계를 벗어나 스스로 자유의 경지를 획득해가고 있다. 그것이 더욱 환상적인 세계로 이끄는 요인임이 틀림없다. 근작 가운데 빈번히 보이는 <행복>이란 주제나 <별꽃>이라 그 독자한 주제에서 보이는 환상의 여울은 무르익어가는 어느 생의 단면 또는 열락의 경지를 표상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온갖 생명체가, 온갖 일상의 사물들이 어떤 맥락도 갖지 않은 채 아우성치듯 화면 위로 떠오르는 광경은 일종의 범신의 장이 아니곤 설명할 길 없다. 그것들이 어우러져 내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는 생명의 노래, 삶의 환희가 아닐 수 없다. 마침내 자유를 획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열린 경지가 아닐 수 없다.

홍석창 화백 개인전
수묵의 향기, 그리고 별꽃의 노래
전시기간 4월 28일~ 7월 5일까지


강원도 영월에서 “수묵의 향기 그리고 별꽃의 노래”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제27회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배후 도시인 영월군 예술창작 스튜디오에서 400여 평의 창작 전시 공간에 180여점의 작품으로 개관전을 통해 홍석창 화백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소 강원도영월군 예술창작 스튜디오 033-370-2226
 
홍석창 화백

홍석창 화백
•명예 예술 철학 박사
•중국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과 졸업
•제11회 한국미술협회전 대상 수상
•개인전 23회(한국, 중국, 독일, 일본, 미국)
•서울시문화상 심사위원 역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역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미술 부문 대통령상)
•서울시문화상 수상(미술 부문 서울시장상)
•프랑스까뉴국제회화제 특별상 수상
•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한국미술협회 고문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 회장
•(사)한국언론인연합회 선정 제14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
(미술발전 부문) 수상
 
수묵조형152x350cm 2009

오광수 미술평론가, 뮤지엄 산 관장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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