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정 후기의 논점은 사립학교와 언론사 종사자에 대한 적용대상 확대 문제였다. 적용대상의 확대가 법률통과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중앙 2014. 5. 29)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법안통과 여부가 불투명1) 한 적도 있었지만,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결국은 입법이 되었다. 교육과 언론이 고도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두 민간영역의 종사자를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으로 한 이유에 대해 입법과정에서는 설득력있는 논거가 제시된 적이 없었고, 사회적 논의과정은 생략됐다.2) 또한 사립학교 법인은 국회 법사위에서의 논의과정에서 갑자기 적용대상에 추가됐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의 민간분야 확대는 ‘충동적'3)으로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청탁금지법에 대하여 헌재는 기각·각하 결정(헌재 2016. 7. 28. 2015헌마236)을 하였다. ‘부정청탁’‘법령’‘사회상규’‘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등의 용어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할 우려도 크지 않다”고 하였다.

민간분야 중 교육과 언론만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하여는 “입법자의 결단이 자의적 차별이라 보기는 어렵다”거나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정도의 논리만을 내세울 뿐, 의료·건설·법무·납품·하청·스포츠·방위산업·시민단체·교육·언론 등 공공성이 강한 민간영역으로서 청탁과 비 리에 노출되기 쉬운 분야 중에서 왜 교육과 언론만을 우선 적용대상에 포함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진료청탁이나 대출청탁 등이 있는 민간병원·민간은행과 비교해서도 이해하기 힘들고, 건설·하청·납품비리나 선수선발에서의 청탁·비리와 비교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

헌재는 “민간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한다. 교육과 언론만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하여, 엄격한 심사가 아닌 완화된 심사만을 한 것이다.
 

법률적 문제점 및 보완사항

권익위에서 발표한 적용대상 세부현황에 따르면 전체적용대상기관 4만919개소 중에서 각급학교와 학교법인이 2만2천412개소(55%), 언론사가 1만7천219개소(42%)이고, 원래의 적용대상기관인 공공기관에 속한 공직자는 1천620개소(3%)뿐이다. 청탁금지법의 주된 적용대상이 3%의 ‘공직자’에서 97%의 ‘공직자 등’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라기 보다는 ‘각급 학교와 언론사 등’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입법취지도 ‘공직사회의 부패척결’에서 ‘사회전체의 청렴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것으로 변질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청탁금지법 신고 1호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준 행위였다. 서면신고가 아니기 때문에접수가 되지 않았지만, 서면신고가 되었다면 캔커피를 받은 교수는 과태료와 징계를 받을 수 있었다. 하나 더 생각해 본다면 캔커피를 받은 정교수·부교수·조교수는 제재를 받지만 겸임교수·명예교수·시간강사는 제재를 받지않는다. 청탁금지법 제2조의 정의규정에 따라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교원’이냐의 여부에 의하여, 대학에서 동일하게 강의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적용대상이고 누구는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겸임교수·명예교수·시간강사는 대학내부 행정에서는 구별되지만 학생들에게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언론사의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대사회에서는 신문이나 TV 등 기존매체보다는 인터넷의 비중과 영향력이 훨씬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다음·구글 등의 인터넷 포털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IPTV)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청탁금지법의 대상자를 공직자에 더하여 각급 학교와 언론사로 확대하면서 언론사의 적용범위를 잘못 한정한 것이다.

모든 ‘공직자 등’은 외부강의를 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외부강의를 하는 경우의 사례금은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차별적이며, 신고를하지 않거나 사례금의 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의 제재를 받는다. 더욱 문제인 것은 신고의무가 있는 ‘외부강의 등’에 강의·강연·기고·발표는 물론이고 토론·심사·평가·자문·의결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에도 해당되지 않으면 ‘기타’항목에 신고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강연 등을 빙자한 고액의 금품수수를 금지할 필요가 있지만, 강의가 본업인 대학교수에게모든 외부활동을 신고하게 하고 있고, 총장은 “외부강의등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외부강의 등을 제한”(제10조제2항)할 수도 있다. 공직자가 아닌 대학교수에게 모든 외부활동을 신고하게 하고 총장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학문의 자유를제한하는 입법례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국회 심의과정에서부터 ‘부정청탁’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우려가 있었기에4), 부정청탁의 개념 정의에 많은 수정과 변화가 있었다. 입법예고안(원안)과 국회제출안(수정안)에서는 제2조(정의)에서 부정청탁에 관한 개념을 정의하고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에서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만을 규정하는 입법방식을 고수하다가, 부정청탁의 행위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입법방식을 변경했다.

공포된 청탁금지법에서는 제5조(부정청탁의금지)에 부정청탁의 14유형을 열거하고,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를 7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대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적용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헌재는 “건전한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불명확하다 할 수 없고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할 우려도 크지 않다”고 했지만, 청탁금지법은 수범자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에게도 불명확한 점이 많다.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인지에 관해서 기재부와 권익위의 의견이 다르고, 캔커피나 카네이션을 주고 받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인지에 관해서 논란이 크다. 생화 카네이션은 금지되고 종이카네이션은 허용된다는 해석을 내려야할 정도로 권익위는 할 일이 많아졌다. 국무총리실에 해석TF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청탁금지법의 모호성과 불명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익위에서 발간한 해설집과 사례집을 볼 수밖에 없고, 이것도 부족하여 앞으로는 총리실 해석TF의 자료를 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을 지키기 위해서 쉼없이 공부해야 하며, 공부를 게을리하는 경우에는 징계되거나 과태료를 물거나 나아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을 사립학교와 언론사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다른 법률에 대입해 본다면, ‘공직자 윤리법’을 ‘공직자 등 윤리법’으로 고쳐야 하고 ‘공무원 윤리강령’도 ‘공무원 등 윤리강령’으로 고쳐야 한다. 반부패입법에도 공공과 민간의 구분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하여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이 있지만, 민간영역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왜 민간영역에서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하여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공무원’을‘공무원 등’으로 하여 민간영역을 적용대상으로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과 언론이 고도의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부패를 제거하기 위하여 입법을 하기로 했다면, 청탁금지법의 입법과정 막판에 ‘공직자’를 ‘공직자 등’으로 하는 편의주의적인 입법태도를 취해서는 아니되었다. 교육영역과 언론영역을 포함하여 민간영역 중에서도 공공적 성격이 강한 방위산업·시민단체·금융·의료·법무·건설·납품·하청·스포츠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새로운 법률을 만들든지, 아니면 학교관련법이나 언론관련법에 부패방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인 입법정책이다. ‘의료법’제23조의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금지)와 ‘국민체육진흥법’제14조의3(선수 등의 금지행위)에는 리베이트 등의 부당한 금품 수수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만일사립학교 교직원이나 언론사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면, 교육관련법이나 언론관계법 등을 개정하고 윤리규정과 징계규정을 제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체계정당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입법정책이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 확대처럼 손쉬운 방식과 안이한 입법은 혼란과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입법예고안에 포함되어 있다가 제외된 이해충돌관련규정을 청탁금지법 개정시에 삽입해야 한다. 는 의견도 있다. 적용대상을 공무원에 한정한다면 개정작업에 무리가 없을 테지만, 현행법처럼 적용대상이 확대된 상태에서 이해충돌관련규정을 삽입하는 것은 문제와 혼란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헌재에서는 청탁금지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에 대한 논란과 우려는 아직도 많다. 헌재의 반대의견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조리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여 부패행위를 일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패행위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의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하면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확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미 우려했던 대로, 권익위의 유권해석과 타 국가기관의 유권해석이 다른 경우도 있고, 언론사와 전문가마다 청탁금지법의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민원이나 선물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의 여러 규정이 명확한지에 대하여 헌재는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에관한 규정들이 불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의 ‘진짜 독소조항’으로서 기자·교수·교사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에 대하여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기관장은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향후 청탁금지법에 의해서 처벌받는 사람들에 의해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처벌받아 마땅한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수많은 억울한 사례들에 대하여 제기될 헌법소송은 결국 법령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청탁금지법의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관계 공무원들이 대책반을 만든다고 명쾌한 해석이 내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의 해석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청탁금지법의 규정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각주

1)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청탁금지법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법사위에서는 “민간영역 확대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있고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심사숙고를 해야 된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제331회, 2015. 3. 3, 46면.) 본회의에서는 “오늘 이 법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 서둘러서 처리하는 것보다는 보다 완성도가 높은 법률, 흠결없는 법률안을 다음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서 지금 공포로부터 1년 6개월 후에 시행하도록 돼 있는 것을 1년 후에 시행하면 오히려 완벽한 법안을 보다 빨리 시행할 수 있습니다.”(국회본회의 회의록, 제331회 제8차, 2015. 3. 3, 18면.) 청탁금지법의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문제점을 제거한 이후에 통과시키자는 의견이다.

2) “왜 국회 정무위원회가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을 포함시키게 됐는지, 그리고 그같은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정무위가 그런 결정을 하기 이전에 언론계 출신이 많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언론 유관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박종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 2015. 2, 19면.)

3) 법사위에서도 “원안이 두 번 세 번 변색을 가하고 널뛰기 형식으로 내용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이게 일종의 충동입법이다. 원안에 없던 무슨 갑자기 민간영역을 집어넣었다”고 하여 법안심의의 충동성을 지적하고 있다. (법사위 회의록, 제331회, 2015. 3. 3, 42면.)

4) 제325회 정무소위 제2차 회의록, 2014. 5. 27, 30면.

<글·국회보 제공>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knews@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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