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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 경제특집/ 가계 부채 위기, 어디까지 갈 것인가정부의 안이한 대응, 1,300조 가계빚 눈앞에 다가와
홍인표 고려대 연구교수 | 승인 2016.10.07 17:48|(198호)
우리나라 가계 부채 증가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줄어들기는커녕 소득 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올 6월 말 현재 1,257조 3,000억 원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기존 은행권보다 이자가 비싼 상호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부채 증가 등 부채의 질이 나빠진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비롯된 가계 부채 확산을 어떻게 잠재울지 알아보기로 한다.
 
8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 브리핑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 고 있다. 왼쪽부터 신호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양 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줄어 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 행은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통제 가능하다 는 이유로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 부채를 부채질 하는 데 정부가 앞장섰다. 하지만 가계 부채는 멈출 줄 모르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8월 25일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1,257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 하면 불과 반년 만에 54조 2,000억 원이 늘었고 2 분기(4∼6월)에만 33조 6,000억 원이 증가한 셈이다.
2013년 2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가계 부채의 전체 규모도 문제거니와 소득이 늘어 나는 것보다 빚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은 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가계 부채는 민간 소비를 위 축시키고 금융 안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젠 가 터질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가계 부채가 1,300조 원을 넘으면 우 리 경제 발목을 잡는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이면 가계 부채가 1,300조 원을 넘 어 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부는 부랴부랴 8월 25일 가계 부채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얼마 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 많다.
 
서민들이 대출을 위해 은행창구가 붐비고 있다.

이자 비싼 제2금융권 가계 부채 늘었다
6월 말 현재 우리 국민이 안고 있는 가계 부채 1,257조 원은 5만 원권 지폐로 쭉 연결하면 지구 97 바퀴를 돌 수 있다. 한해 400조 원을 쓰는 국가 예 산 3년치가 넘는다. 우리 국민 한 사람당 2,437만 원씩 빚을 진 셈인다. 가구로 치면 6,718만 원에 이 른다. 문제는 빚을 갚을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는 점이다. 가구당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생활비로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를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 아도 11년이 걸린다. 빚이 소득의 40%를 넘는 한계 가구도 160만 가구에 이른다. 더욱이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문제인 것은 부채 규모, 부채 증가 속도도 그렇지만 부채의 질이 나쁘 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해 2분기 은행권 의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 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가계 대출 증가액 32조 9,000억 원 가운데 예 금은행 대출은 17조 4,000억 원이고 나머지 15조 5,999억 원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금액이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 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기관의 가계 대출 증가액 은 10조 4,000억 원으로 작년 2분기(5조 원)의 2배 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정부가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올 2월 수도권에 도입한 데 이어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해 대출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결국 은행 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비 은행권 대출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비은행권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큰 만 큼 가계 부채 질은 나빠진 셈이다.
소득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아파트 집단대출(중 도금 대출)의 급증세도 가계 대출 증가를 부채질했 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돈을 빌리 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고 중도금과 잔 금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주 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11조 6,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비 중은 12.4%였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처음으로 주택공급하는 수단을 포함한 것은 공급과잉이 현 상화 할 경우 집단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 은행보다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 부채 증가 등 부채의 질이 나빠진 점 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가계 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
역대 정부는 가계 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가계 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서자 우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 로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1.0%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었던 스페인(85.0%)과 비슷하고 그 리스(61.0%)보다 높은 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 웠다. 부채상환 능력이 높은 중상위 소득계층의 가 계 부채가 전체 가계 부채의 86.6%를 차지하고 있 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비율(LTV)이 낮고, 가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2배 이상(2011년 3월 기준 2.33배)이라는 점 도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2011년 6월 정부가 내놓 은 가계 부채 연착륙 종합대책도 고정금리·비거치 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은행이 늘리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서민 금융 기반을 강화한다는 원론 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계 부채 정책은 오히려 뒷 걸음을 쳤다. 가계 부채는 관리 가능하다는 인 식에다 경기 부양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가계 부 채 증가를 부채질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2014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주택담보비 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다. 시 민단체는 물론 국책 연구기관도 LTV와 DTI 상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 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문 제는 시장의 경고가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금 융감독원이 마련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LTV 구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LTV가 60.0%를 초 과하는 대출은 2014년 9월 말 70조 4,000억 원에 서 올 3월 말 133조 6,000억 원으로 늘었다. 63조 2,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가계 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정부는 올해 2월 분할상환대출과 고 정금리 대출 비중을 올리는 정책을 내놓았다. 변동 금리나 이자만 내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함께 갚는 대출로 바꾸는 정책이었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분할상환대출 비 중 목표치를 올해 30.0%, 내년 40.0%에서 각각 40.0%와 4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정금리 비 중 목표치도 37.5%(2016년), 40.0%(2017년)로 끌 어올렸다. 고정금리로 바꾸면 금리가 올라도 추가 이자 부담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매달 이자만 내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갚는 일시상환보다 정부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내도록 해 만기에 원금을 갚을 필요 가 없는 분할상환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 면 가계 부채 체질을 개선하고 부채 증가 속도를 적 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까지 도입해 가계 부채를 줄이려 했는데도 정작 가계 부 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5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2014년 평균 2조 5,000억 원 두 배에 이른다. 더구나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 인이 전국으로 확대한 5월(4조 7,000억 원) 이후 6 월(4조 8,000억 원), 7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하고 있다. 대출 심사를 강화했지만 부채 증가세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가계 부채 총량의 증가 속도도 예상을 훨씬 웃돌 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계 부채 증가액은 54조 2천억 원 으로 지난해 상반기(46조 2천억 원)보다 오히려 17.3%(8조 원) 많다. 이런 속도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1,300조 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대출은 1분기에 연말 상여금, 주택 거래 감소 로 증가세가 둔화된다. 따라서 연간 기준으로는 상
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이 늘어나는 계절적인 특성 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숨은 가계 부채로 불리는 자영업자 대출까 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 부채는 훨씬 늘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51 조 6,000억 원이다. 지난해 7월(226조 4,000억 원) 과 비교하면 1년 동안 25조 2,000억 원 늘었다. 더욱이 자영업자 대출에는 가계가 생계 목적으로 빌린 돈이 상당수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 에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할 경우 넓은 의미의 가계 부채는 이미 1,500조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물가도 많이 오르고 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가계 부채 어떻게 할 것인가.
해법과 대책 정부는 천문학적인 가계 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직 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부가 8월 25일 발표한 가계 부채 해소 방안의 핵심은 과열된 부동산 분양시장을 잡고 아파 트 공급은 줄여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데 집중했다. 
소득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처음부터 대출금을 나 눠 갚도록 하는 금융 규제로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고 보고 아예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정부는 일단 공공 택지 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주 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주택 과잉 공급에 대응하 기로 했다. 이번 가계 부채 정책의 주요 표적은 아파트 집단 대출(중도금 대출)이다. 가계 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자 정부는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해 5월부터 는 전국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그러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 된 아파트 집단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택 담보대출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신규 분양 물량 이 쏟아지자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 물량은 51만 6,000가구로 사 상 최대였다. 올해도 하반기 21만 가구 등 2년 넘게 50만 가구 이상의 공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 심사를 깐깐 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가계 부채를 잡기 어려울 것 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집단대출을 잡기 위해 7월부터 주택도시 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 건 이내로 제한하고 보증 한도 역시 수도권과 광역 시는 6억 원, 지방은 3억 원으로 제한했다.
분양가 9억 원 이상은 아예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더해 두 달 만에 택지 공급 물량 축소, 주 택분양보증 심사 강화라는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건물이 다 지어지기 전에 미리 분양하는 선분양 제도가 자리 잡은 주택시장의 특성상 분양보증을 받 지 못하면 건설사나 시행사가 아파트 분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가계 부채 대책에 처음으로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수단을 포함한 것은 공급 과잉이 현실화할 경우 집단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기때문으로 분석된다.
집단대출은 소득과 관계없이 한꺼번에 대출이 나 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용으로 집을 분양받은 소유자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대출금을 상환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찬우 기획재 정부 차관보는 주택 공급 단계별로 주택 택지 구매 부터 시작해서 인허가 분양 보증 잔금 지급까지 단계별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계 부채 대책에 주택 공급 조절 정책을 포함한 것은 사 실상 처음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투기 수요 자체를 줄이는 전매 제 한 대책은 빠져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를 샀을때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제한은 부동산 자금을 묶어두 는 것으로,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1년,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금융 당국은 전매제한 강화를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주택·건설 경기 위축을 우려해 반대했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봤을 때 분양권 전매제한 을 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 장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계 부채는 단순히 부동산 문제를 건드린다고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 실 소득만 따라준다면 가계 부채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출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결국 가계 부채 해소 방안의 핵심 은 개인 소득을 어떻게 하면 늘리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개인 소득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대증요법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가계 부채 해소라는 지상 과 제를 해결하려면 개인 소득 증대 방안과 관련된 종 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홍인표 고려대 연구교수  01626612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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