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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부를 걱정해야 하나
최재영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10.04 17:35|(199호)
지난해 말 교수들은 2015년의 한국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택했다. 그런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그 혼용무도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아니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과 대립 그리고 분노와 절망의 탄식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국민통합과 갈등 해소의 공간은 역시 ‘정치 영역’이 으뜸이다. 정치는 사회 갈등의 산물이자 동시에 ‘통합의 기제’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 영역을 통해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정치가 선진적이라면 그 사회의 수준도 높기 마련이다. 반대로 정치가 ‘막장’으로 간다면 그 사회의 내면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정치사회와 시민사회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의 관계는 어떤 방식이든 긴밀하게 ‘조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의 수준은 결국 그 나라 국민의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민은 불안하다
최근 박근혜정부 임기 말 현상이 너무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30% 이상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 권력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과 사회 각 지도층의 언행이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실망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국민적 불만과 저항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의 현실을 보면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라 국민이 오히려 정부를 걱정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놓고 벌인 논란과 갈등이 결정타가 돼 버렸다. 그 찬반 여부를 떠나서 정부, 특히 국방부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 논란은 그대로 국민적 갈등으로 확산돼 버렸다. 뒤이어 불거진 북한의 '5차 핵실험'은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의 무시무시한 전략자산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무력시위에 나섰다. 마치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마저 조성되곤 했다. 이런 분위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인들 맘 편히 숨이나 쉴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상황은 안보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과거 ‘IMF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는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가계부채는 이제 특단의 대책을 논해야 할 정도로 너무 커져버렸다. 이러다가 미국의 금리가 점점 인상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지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칫 국민경제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어디 가계부채 뿐인가. 더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와 중산층 붕괴, 청년 실업률의 고공행진 그리고 이미 저성장 기조로 굳어지고 있는 성장률 침체는 우리 경제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일해도 생활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가처분 소득은 말 그대로 ’쥐꼬리‘에 불과하다. 반면에 살고 있는 주거비용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 정도라면 위기 단계를 넘어 자칫 ‘폭발’ 단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국민의 안전 문제는 또 어떤가. 얼마 전 경주에서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 왔지만 당국의 대응 수준은 이번에도 낙제점이다. 정작 위급할 때 당국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불통이었으며 기간 방송은 또 늑장이었다. 최소한의 국민 안전도 지켜 주는 곳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국민만 발을 동동 굴렀다. 지진도 무섭지만 정부의 대안 없는 무책임이 더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국정치, 정말 왜 이러나
그럼에도 정치권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민은 더 불안하고 초조하며 심지어 절망감까지 느끼지 않을까 싶다. 최근의 위기 국면을 돌파할 정치력이나 후속 대책 같은 것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뛸 수 있는 최소한의 꿈 같은 것도 실종돼 버렸다.
정치권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국정감사 증인 논란으로 연일 공방전이다. 게다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문제까지 불거져 여야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야권이 해임건의안을 전격 통과시켰지만 청와대는 거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사실상 반쪽이다. 국정감사가 이래서야 무슨 성과가 나올지 또 걱정이다.
사실 국가적으로 어떤 위기 국면이 시작되면 국민은 정치권을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북한 핵과 미사일이 두렵더라도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단호한 의지를 밝히고 그 후속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은 그래도 견딜 만 할 것이다. 북한인들 이런 우리를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정치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너도나도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정치권의 고질적인 정쟁과 네 탓 공방 그리고 무책임한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20대 국회도 시작부터 실망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정치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야는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정치권은 그들끼리 싸우면서 동시에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왔다는 점이다. 그 대신 민생은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 국민은 이런 정치권에서 무슨 희망을 찾으려는 것일까. 아무튼 정치권은 그들의 패권을 지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그런 정치권을 바라보며 그들의 ‘철밥통’을 챙겨갈 것이다.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국민만 힘들 뿐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정부와 정치권을 걱정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온전하고 건강한 사회의 모습일까.

최재영 본지 발행인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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