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여야 3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시간은 흐르고 ....

북한은 5차에 걸친 핵폭탄실험을 성공시켰다, 핵미사일을 소량화, 경량화했다, 이동성이 뛰어난 잠수함에 탑재되는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리고, 대륙간 미사일 전투가 벌어질듯한 분위기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엄청난 뉴스들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석연찮다. 이러한 살얼음판을 불안하게는 느끼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그것이 큰 문제다.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국제사회 공조에게 차질을 가져 올 뿐이라든가, 김정은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광적(狂的)으로 매달리고 있다라든가,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안나올 것이며 대북압박을 위한 독자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든가 이런 대북정책방향이 잘못 됐다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김정은 제거작전을 펼 수 있다, 보고만 있지 않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B52나 B1B(초음속 핵폭격기)가 우리 영공에 출동하고, 북한은 철회나 포기 의지가 전혀 없다, 대화를 위해 북한에 준 돈이 북한 핵개발 자금이 됐다, 미국도 ICBM(핵탄두를 장착하고 다른 대륙까지 발사되는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내용을 듣고도 시큰둥 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위 안보불감증이라면 부잣집에 곡간이 비어 있는 거나 다름없다.
 
또 북미협상이나 6자회담에 맡겼던 외교문제가 이렇게 북한 핵무장으로 결론 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유엔결의로 구체적인 북한제재를 하도록 이끌어 냈으나 중국이 사드 설치와 맞물려 비웃기나 하듯 앞뒤가 다른 행동을 보임으로써 실효성 의심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청은 지금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매우 엄중한 안보상황이다”라고 말하면서 야당 측에서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여론에 소방서가 있어 불이 났다라는 비유까지 하고 있다. 이쯤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괴를 같이 한다고 볼 때 국가의 안보와 국민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이런 정도는 누구에게 맡겨도 해낼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 안보와 국방, 외교에서 여당과 청와대가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고 판단되어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안보현안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모습.

박근혜정부의 대북한 외교정책은....

모름지기 외교란 자국이익 우선배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그 다음에 세계평화와 국제질서에 동참하는 것이다(수순을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정책은 일관성과 균형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사드문제를 보자. 군사문제(군부대 배치)를 국가안위로 몰아가면서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있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보수세력 내에서 조차 숙덕거린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보수와 진보진영 논리를 펴고 있다. 반사이익을 보고자 하는 잔꾀로 비춰진다. 그뿐이 아니다.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즉 이념논쟁에 불을 붙였고, 사드처럼 군사문제를 국가안위로 몰아 가는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문제는 중국과의 외교정책에서 풀려야 한다. 현실을 뒤돌아 보자. 얼마나 접근되었는지가 의심스럽다. 4강 외교가 속빈강정으로 끝난 기분이다. 제대로 되는 게 없고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외교정책에서 국민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즉 외교문제는 상대국이 있어 밖에서 찾아야 함에도 국내에서 찾는 꼴이다. 북한이 보수정권에서 4차례, 진보정권에서 한차례 핵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대화 거절과 강압적 태도로 갔던 결과라는 주장에 대응논리가 부족하다.

한발 더 나아가 요즘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핵화를 깨고 “핵은 핵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서도 북한 핵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남한만 비핵화냐” “비핵화선언 사문화” “외교 고립 자초” “핵은 핵으로 풀어야 한다” “선제공격론” 등이 쏟아졌다. 원칙론 즉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이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아직까지는 비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나라이고 성질대로 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국익을 해치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도 한쪽에서는 대화, 한쪽에서는 공격하는 법이다. 양면작전을 사용하는데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므로 국민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대화와 지원, 필요시에는 강경전략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대화단절과 강경론만 보일 뿐이어서 걱정이고, 당장 결판내자는 식이라면 더더욱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
 
지금은 경각심(警覺心)을 보여 줄 때다

전세계가 한반도 핵위협을 지켜보고 있다. 인류공통의 목표인 세계평화와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반도 위기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양대 진영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 대하여 한탄한다. 국민 설득용 대안들을 보완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핵을 보유했고 실전에 배치했으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질 않을 것이라면 핵 포기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그런데 무의미한 정책도 계속 주장하는 것이 외교다. 핵시설 선제타격, 자체 핵개발, 전술핵 재배치가 여의도 정치를 강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미전략이나 대북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
 
핵무장론이라든가 과거 정부에서 지원한 자금으로 핵을 개발했다라든가, 전술핵 재배치 및 선제공격 특히 김정은 제거작전이나 대화와 신뢰정책은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라는 마인드로 북핵문제를 풀 수 있을까. 그리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문제만 보더라도 당위론적으로는 반대할 생각은 없으나 방법론적으로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상의 미숙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위적 방어수단이라는 사드문제를 이렇게 어렵게 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남북한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중국이 우리를 지원할 리가 없지 않는가? 그렇다면 답이 나와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오락가락할 문제가 아니다. 하긴 보수정권에서 김일성 큰 외삼촌(강진석 2012)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우리는 아마추어를 벗고 프로의 세계를 원한다.
 
비핵화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가?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가? 중국의 뒷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가? 북미회담을 바라만 볼 것인가? 유엔회원국 자격문제나 해외노동인력에 대한 제재, 인권문제 등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싶은데, 한들 뻔하다.
 
표현도 순화하거나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B52나 B1B 폭격기가 날씨 때문에 연기되었다라든가, “시위”하러 왔다 등의 표현들은 정확하지도 않고 불필요한 전략 노출성 발언이다. 대통령이 외유 중일 때 국무총리나 국방부장관이 성주에 내려가 붙잡혀 있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 이 정부가 이렇게 허술했던가? 광기(狂氣)가 있다는 등의 막말도 그렇다. 카타르시스(catharsis) 해소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대화와 신뢰를 구축하는데 그리고 국가 안위나 국가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예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인터넷상에 떠도는 얘기보다 더 노골적일 필요는 없다. 또 현재 여론을 보면 국민들이 안보문제를 통상적 또는 평이하게 판단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여당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권의 외교정책이 속빈 강정 되고, 여당이 안보문제를 국민뇌리에 심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정책능력 부족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모름지기, 여당은 정부의 안보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보지만 오른손과 왼손의 역할이 있듯이 그리고 모든 일에는 완급(緩急)과 우선순위가 있듯이 앞에서 필자(筆者)가 지적한대로 방향 수정이나 완급 조절, 보완할 사항이 있다. 완벽한 검증을 거쳤다는 인사문제도 청문회에서 사과(謝過)하는 것을 보아 왔다.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에 여당 내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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