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왼쪽) 대표와 조원진(왼쪽 세번째)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중진의원들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보수정당의 새로운 모습 보여 준 것
총선 때 유승민 처내기 등 「친박 - 비박」혈투와 「친박 - 진박」편가르기에 민심은 등을 돌렸고 박근혜정권의 심판이라는 선거분위기 속에서 썩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거기에다야당이 분열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은 커녕 당선 가능성 있는 지역구에서조차 쓴 잔을 마시고 말았다. 그레서 국민들은 어느 정당에게도 과반을 주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도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번 전대에서는 비박을 대표하는 인사가 당선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문꼬리 3인방에 말려 고향으로 내려가 출마했던(?) 이정현 의원(3선)이 당대표에 당선되었다.

잘못 꿰어진 단추였지만 그나마 사분오열되어 가던 여당대표에 호남출신이며 머슴 이미지의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됨으로써 보수정당이 조금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고 화이트칼라 이미지가 아닌 당료 공채출신이 당선 됨으로써 서민 이미지와 국민과 함께 하는 소위 발로 뛰는 정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중산층과 중도 여론 형성층에서 볼 때에는 보수정당의 이미지에 약간은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여당 볼모지 호남에서 연거푸 지역의 벽을 깬 데 이어 집권여당 대표까지 차지하면서 정치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고질인 지역주의 완화에 한 획을 그었고 14년 만에 부활된 단일지도체제의 수장으로 등단했으며,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원들을 거느리게 되어 그 권한과 책임이 막강해졌다. 그뿐이 아니다. 내년까지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박근혜 정부를 성공으로 마무리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할 지도부다. 더 나아가 차기 대통령 후보군을 발굴하여 재집권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고향을 찾아 가슴을 열고 진심을 보여 주어 신화를 만들었고 그동안 이반되었던 민심을 모아 가는데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것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국민들이 기존의 보수정당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확인한 셈이다. 그러하기에 이정현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어쩌면 “ 기대<우려 ” 가 아닐까 싶다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새로운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황교안(왼쪽부터) 국무총리, 이정현 대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대 半, 우려 半
지지자들은 솔직히 △쇄신 향한 파격행보를 할 것이다. △대선승리가 우선이다. △대선관리자로 적임자이다 △청와대에 힘을 실어 마무리를 잘 할 것이다. 등이 그 배경일 것이다. 아니 국민의 명령일 것이다. 이것이 이정현 대표에게 붙여 준 긍정적인 표현들이다. 또 섬기는 리더십, 형식을 파괴하고 서민과의 직접 소통, 머슴정치(즉석 간담회, 거침없는 화법 등)를 하겠다는 다짐에 대하여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국민여론과는 다르게 국회를 친박 세력이 장악했고, 여당도 친박세력이 장악한 것이다. 서민 이미지와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국회와 당의 지지도와는 별개로 집권 4년째 또는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명제만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책임이 더 무겁게 되었다.
 
그러나 집권4년이 넘어서면 말씨가 잘 안 먹히는 시기다. 지휘체계가 흐트러질 가능성, 후보군들이 이구동성으로 할 말을 가감 없이 전지는 시기다. 국민여론은 독립적이고 강직한 리더십을 원한다. 이것이 정권재창출과 연계 되어 있다. 과연 보여주면서 돌파할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또 정책으로 승부를 걸 상황은 아니고 당내 화합을 이끌어 내고 (계파청산)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정립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에 더 무게가 실린다. 소위 비박계에서 대선을 준비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에 친박계가 장악을 한 것이므로 최대의 수혜자는 어쩌면 박근혜대통령이라고까지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당 대표 등 신임 지도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
역대 지도부 중에서 가장 약체 지도부라는 평가도 있고 과연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겠다. 우선 두가지를 집고 넘어 가고자 한다. 첫째, 계파청산은 말도 안되는 것이고 당내화합 정도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체가 정당이므로 계파 형성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져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 친박계는 없다’ 이것 역시 말도 안된다. 인간사회에서도 크고 작은 모임체들이 있는데 “없다, 타파” 등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눈속임 하는 짓이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여당대표의 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 없는 이정현 대표는 상상도 못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호남이기에 표를 던진 것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소위 왕의 남자)이라서 표를 던진 것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도 안한다. 어쩜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수평적 관계를 만들 수 있느냐? 어렵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어느 일방이 독주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회운영에 문제가 훤히 된다. 수평적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성과가 적다고 판단되는 외교나 경제, 인사문제에 대해서 소신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지지는 유지 될지 모르나 여당의 지지율은 들쭉날쭉 할 것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희망을 걸만한 메뉴는 정당이나 보수냐 진보냐의 틀에서 벗어나 바른 소리,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펴는 정치인을 갈구하게 될 것이다. 소위 흑탕물 전략이 예상된다.
 
셋째, ‘차기 대선후보, 내외부 인사 치열하게 경쟁시킬 것’라고는 했지만 대선을 준비해야 할 대표는 몇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교훈이 있다. 현직대통령은 당선은 어렵다할지라도 낙선을 주도할 수는 있다는 말이 있으나 이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다. 보수집단과 여권 내 분열을 막아야 한다.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넘어간 배경에는 분열이 있었다. 물론 진보진영의 지역연합 등 전략과 민주화 열기가 식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성향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그런데 이정현 대표의 위상이 정치적 정서에 큰 물결을 일으킬만한 리더십이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집단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했던 정치인이고, 영남이라고 하는 큰 집단을 동참시키는 일, 정책개혁, 제도 혁신에 희망을 걸어 볼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그래서 리더십이라기보다는 관리자의 덕목으로 이해하고 싶다.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새누리당의 형태, 관행, 시스템, 의식을 바꿔나가는 데 매달릴 것’이라는 주장도 그렇다. 국제정세도 세계 경제의 위기도 곧 우리의 위기로 이어질 것인 바 어려운 상황이고, 사회 분열과 갈등 역시 어려운 숙제다. 통일기반, 경제활성화 기반, 일자리창출 기반, 창조경제 기반 등 모든 분야에 기반을 만드는 일인데 개성공단은 닫혔고, 4대개혁은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가 불분명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는 국민공천제를 관철시킨다는 것도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고유권한이라는 인사문제에서 레임덕을 자초하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 안면을 바꾸라는 얘기도 어깨에 힘을 주라는 것도 아니다. 혹시 “권력을 포기하고서라도 박 정권을 지켜야 한다”라든가,「한번 비서는 영원한 비서다」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의 수장답게 오직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 가는데 소통이 되도록 헌신적으로 충언해 줄 것을 부탁한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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