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선전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거듭된 실수로 수권정당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망언과 망발은 그간 여당의 몫이었는데, 이번 회기들어 야당의 성급한 행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총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국회에서 벌어진 구설을 살펴봤다.
   
#1. 야당의 연좌제적 발상…그때그때 달라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통합당 등을 거쳐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까지 여러 번 당적을 바꾸며 야당 생활을 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 6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성급한 논리를 펼쳤다. 박 의원은 당일 국가보훈처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친인척에게 건국훈장 애국장 서훈을 추서한 것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김일성에게 대한민국 세금을 가져다 바친 꼴이라는 격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는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에게 연좌제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야권 내에서도 박 의원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좌·우 색깔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며 한계를 비판했다. 김홍걸 전 더민주 통합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일성 외숙이 독립운동을 했다면 서훈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 사망했는데 이번 일이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썼다. 이념과 좌우대립에 매몰되지 않고, 독립운동에 힘쓴 이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실제 박 의원의 이 같은 사고방식은 범하기 쉬운 논리적 오류로, 일부에서는 연좌제적 발상을 채무의 연대책임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확실한 증거 없이 개인 빚을 친인척과 지인에게 떠넘기는 잘못된 사고방식에 매몰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성급한 지적이 실수를 자초했다고 평가된다. 논리적 모순을 알아채지 못하고 급급하게 국가보훈처 처장을 몰아내려다가 실수했다는 얘기다. 실상 박 의원의 부친은 박구희 씨로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 등 과거 군사정권 때 경찰공무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30년간 경찰생활을 하다가 지난 1998년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정년으로 퇴직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부친이 독재정권의 녹을 먹으며 경찰생활을 했는데 박 의원이 반대진영에 있는 현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박 의원은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대변인 시절 신기남 전 열리우리당 의원을 비난하고 나선 적이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언론보도를 통해 신 전 의원 아버지의 친일행적이 불거지자 정치·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직사퇴를 강도 높게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독재정권에서 녹을 먹은 박 의원의 부친과 비견되며 당시 발언도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 범죄심리학자의 분석…선남선녀 경관
경찰대 교수를 거쳐 20대 국회에 합류한 표창원 의원도 구설에 시달렸다. 표 의원은 학교 전담 경찰관과 여고생 간 성관계 사건이 사회 파문을 일으킬 때, 망언으로 이에 동참했다. 표 의원은 지난 7월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여학교에는 잘생긴 남자 경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관을 두어서 결국 이런 사태가 터진 것이 예견됐다.”는 발언을 남겼다. 의도야 어찌 됐건, 사고 원인을 두고 표 의원이 범죄심리학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을 한 것이다.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사과했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난하는 등 다시금 실수를 연발하는 초선 의원의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간 표 의원이 언론을 통해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를 높이는 왕성한 활동을 보였는데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언론에 조명을 받으며 결국 더민주에서 정치권력을 손에 넣은 뒤, 언론의 쓴소리가 이어지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당한 비판에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고 인기 영합적인 모습에 치중한다는 얘기다. 전후 맥락을 자세히 설명하고 해명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을 비난하는 데 급급해서 공인으로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 믿어도 되나, 검사출신 국회의원
이번 정권에서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도 검사출신으로서 어설픈 실수를 범했다. 날개를 달고 진영을 옮겨간 조 의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조 의원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헛발질로 코미디를 연출했다. 민간 양형위원회 위원 가운데 성추행 전력이 있는 언론인이 포함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조 의원은 특정 방송사까지 언급하면서 당사자를 단숨에 알 수 있도록 발언했다. 위원회 인원이 13명인 것을 감안하면 실명을 얘기한 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30년간 검사생활을 한 그가 증거 확인도 없이 국회 권력을 휘두른,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앞서 표 의원의 일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실수였다면, 조 의원의 폭로는 명백했기에 사과가 확실히 이뤄지기는 했다.
 
이 같은 사건을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의혹 제기에 급급해서 실수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비판하고 실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데, 아직 수권정당의 면모가 덜 갖춰졌다는 얘기다. 어설픈 논리와 사전 준비 미흡, 잘못된 제도와 정책을 완고하게 밀어붙이려는 태도가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하다는 비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의 경우 상대의 잘못된 망언을 두고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야당 내에서 망언과 망발이 나오면 말 바꾸기에 나서거나 고집스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는 구태”라고 꼬집었다. 결국, 야당 인사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그간 비난했던 여당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해당 관계자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정당한 제안이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수권정당으로서 권력을 잡더라도 국가 전체에 해가 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인격과 겸허함을 잃지 않도록 낮은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