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는 진영논리의 국가다. 우리 사회에는 상대 주장의 논리성과 객관성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편에서 생각하는 진영논리가 만연됐다. 소신을 가지기 어려운 나라, 하향식 의사소통과 패거리 문화가 성행하는 사회는 점차 이성을 잃고 있다.
 
객관성 잃은 진영논리
꼭짓점 댄스라는 게 있다. 여러 명이 피라미드 형태로 선 채, 맨 앞사람의 동작과 똑같이 춤을 추는 방식이다. 진영논리는 이를 닮았다. 맹종과 맹목이라 표현되는 이 같은 논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여야가 법안을 일괄 타결하는 일도 일종의 진영논리 예에 속한다. 각각의 법안마다 당내에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숨긴 채 당 전체의 의사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된다.

실상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 사회는 진영논리,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지배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보수와 진보, 동서로 나뉜 지역갈등, 나와 너 등 편과 편을 나눠 대결하는 데 익숙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진영논리가 우리와 거리가 먼 사회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용어쯤으로 들린다. 구체적 사건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이 일반인과도 밀접히 연관됐음을 알게 된다. 가령 특정 정부기관, 특정 기업체 내에서 뇌물수수 혹은 성범죄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는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하지만 그 사건에 자신의 조직이 연관됐다면 전혀 다른 논리 잣대를 들이댄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니 싸잡아 비난하면 안 된다고 보호막을 치거나 자신과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결됐으면 가해자의 편에 서기까지 한다. ‘가재는 게 편’, ‘팔은 안으로 굽는다’, ‘제 식구 감싸기’로 표현되는 이런 현상은 우리 국민성에 배타적인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내재했음을 보여준다.

아집이 낳는 이기적 행위
양심선언, 내부 고발자를 멀리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자신의 진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과 상대 진영의 옳음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우리 사회는 설 자리를 주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용기를 낸 사람은 고립되고 어려움에 빠져들며 오히려 상대는 진영의 힘을 빌려 재기에 성공한다.

이 같은 현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에 결국 개인은 자신의 피해와 고통을 숨긴 채 조직 전체의 이익에 매몰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 전까지 소수를 비난한다는 얘기다. 얼마 전 발생한 섬마을 교사 성폭행 사건은 이 같은 사고방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섬마을 주민은 배타적 사고에 빠져 이성적 판단을 못하는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한편, 합리적이지 못한 진영논리의 위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위, 즉 꼭짓점에 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전체가 그릇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진영논리의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기 쉽다. 권위를 지닌 누군가의 이기적 행동을 용납하고 두둔하는 행위가 합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얘기다. 즉, 진영논리가 만연된 사회에서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은 정의로운 결과를 이끌지 못한다. 

결국,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타인과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바라는 국민이 많아져야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발전한다는 얘기다.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 행동이야말로 자신을 위하는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