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시리즈 세 번째에서는 개인정보유출에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을 짚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아무렇게나 다루고 이를 공유하는 문화 후진성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유출 뒤에도 범죄 시 여기지 않는 행태를 알아봤다.
 
서비스 이용하려니 정보유출
우리 사회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며 개인정보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담는 휴대전화 보급과 은행 거래의 전자화, 업무의 전산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이다. 지난 9일 개인정보유출 방지 모임(정지모)에서는 개인의 로그인 암호를 불과 2~3분여 만에 알아내는 해킹 프로그램의 시연이 있었다. 단순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 암호는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쉽게 드러났다. 업무 메일과 개인 메일은 물론, 자신의 접속 내역과 접속 사이트 기록 등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당시 해킹 프로그램의 시연에 나선 전문가는 특수기호와 긴 암호를 사용해도 해킹 시간을 지연할 뿐, 막지 못한다는 설명을 내놨다. 개인이 유해한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실수 혹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킹 프로그램이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된다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컴퓨터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해킹 위험에 계속해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상 개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은행과 보험회사, 카드회사들은 회원가입을 목적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약관에 명시하지만 대다수 고객은 이를 자세히 읽지 않고 수집에 동의한다. 아울러 수집에 동의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기에 유출 위험을 알고서도 수집을 허락한다. 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의 목적과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고객의 편익이 합쳐진 결과다. 결국, 자신의 개인정보를 팔아서 서비스를 받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첨단화, 분업화, 집적화 이룬 해킹범
대개 온라인상에서 유출되는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등 그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게 아니다. 하지만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흔한 사례로 구직정보를 접하는 일반 회사의 경우 취업 예비자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입수된다. 가족관계와 이력, 개인 성장사, 취미와 취향, 자격사항, 생활 근태 등의 정보가 구인·구직 사이트와 관련 회사에 전달되는 것이다. 취업을 미끼로 한 대포 통장 및 대포폰 개설, 구직자 스토킹 등의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 같은 사건은 전문 해킹범과 만날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여러 경로로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수집되면 재산상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신상정보에서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해킹 프로그램으로 로그인 암호를 풀면 계정에 담긴 모든 정보가 유출된다. 기업 임원, 변호사, 의사, 검사, 판사, 회계사 등 고급 정보를 다루는 이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사적으로 나눈 대화와 일정은 물론,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 내용 등이 드러나 자신의 생활이 통제당할 가능성마저 있다.

실제 지난 5일 드러난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보면 심각성을 알게 된다. 흥신소 업자들은 개인의 위치정보와 병원 진료 기록, 재산 목록 등을 수집해서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확인해서 동선을 파악한 것은 물론, 택배 배송 주소 등을 알아냈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의 출퇴근 시간과 생활 패턴이 알려지고 신용카드 사용내역까지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통신사 직원, 병원 관계자와 경찰, 법원 관계자, 교직원 등 공무원 등과 결부되면 특정인의 완전한 개인정보 접근이 이뤄지는 것이다. 

흥신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행, 차량 위치추적같이 오프라인의 것이 주가 됐는데, 지금은 미행과 함께 첨단화, 기업화, 분업화, 집적화가 이뤄졌다. 콜센터, 택배 회사, 특정 기관 등 개인정보가 모이는 곳에 사람을 심어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 받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특정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