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수민 파동’이 국민의당을 흔드는 가운데 안철수, 천정배 대표가 29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천명했던 안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쥐며 국회에 화려하게 입성했던 국민의당 행보에 안개가 끼었다.

꼬리자르기식 미봉책으로는 작금의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여당의 공세에 시달리던 국민의당이 두 명의 선장을 동시에 잃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안 의원과 천 의원이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한다는 발표와 함께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두 대표께서 사퇴하는 위기까지 왔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당 원내대표로서 국민과 당원, 그리고 우리 소속의원들께 아주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안 대표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책임이 사퇴로 이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제와 오늘,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책임정치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두 대표가 사퇴했다.”고 말했다.

실상 안 대표는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을 초기부터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판결을 떠나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로 ‘김수민 파동’에 연루된 당직자의 출당 및 제명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같은 입장은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더욱 강경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도는 이번 검찰수사와 함께 하락 반전됐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논란이 지속됐던 지난 20일 당 지지도는 13.5%를 기록했고 이후 22일까지 17.0%로 회복됐다. 하지만 23일과 24일 김수민 의원이 당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폭로성 발언을 하며 당 지지도가 14.2%까지 급락했다.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받던 김 의원이 당직자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편, 국민의당을 둘러싼 이번 의혹에 관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신생당 길들이기 내지는 국회 텃세에 따른 결과라는 견해도 나온다. 제3당의 위치에서 캐스팅보트를 휘두르려는 국민의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힘이 부딪히며 내홍에 휩싸였다는 시각이다. 실상 깨끗한, 참신한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였던 안 의원과 국민의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층에게는 공격 빌미를, 중도와 진보층 유권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겼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과 더민주보다 이미지 타격이 심했고, 더 많은 지지세력을 잃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