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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테러 가습기 살균제…266명 이상 목숨 앗아가책임 떠넘기기만 급급…피해자, 누구에게 위로 받나
본지 사회부 | 승인 2016.06.07 16:24|(195호)
신현우(왼쪽) 옥시레킷벤저 전 대표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4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연쇄 폭탄 공격이 발생, 148명이 사망했다. 2015년 11월 13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IS의 자살폭탄 테러 및 총격사건으로 130여 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그리고 한국은 이에 훨씬 웃도는 266명의 사망자가 총칼 없이 침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죽어가는 지도 모른 채. 국민 각자의 평온한 가정에서 테러를 저지른 주범은 바로 가습기 살균제였다. 2011년 밝혀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5년이 지난 지금 때늦은 검찰 수사와 뜨뜨미지근한 책임공방만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어떻게 가습기 살균기가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었는지, 왜 이런 지경에 왔는지 정경뉴스가 조명해 봤다.
 

 
5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킨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회견에서 피해자 가족이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 대표에게 어린이 장난감 자동차(붉은 원형)를 던져(사진 위) 가슴에 명중시키고 있다
테러급 사상자와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사태는 2011년 4월 서울 아산병원에 급성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중증폐렴 임산부 7명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관련하여 신고와 조사 요청이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되었고 그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사용과 판매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바로 살균제 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라는 성분이었다. PHMG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지 17년 만에 밝혀진 일이다.
이후 5년 만에 수사가 시작됐다. 현재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한 곳은 옥시레벤키저를 선두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다. 반면 애경과 이마트는 MCIT가 들어간 제품을 팔았는데 MCIT는 폐 섬유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와 검찰 수사 대상에서는 빠진 상태다.
 
PHMG, 비극의 시작
 
1994년 11월 16일 ‘유공(현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PHMG’라는 화학물질을 개발,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공’의 바이오텍사업부는 2000년 6월 SK케미칼로 부서 업무를 넘겼고, 이후 SK케미칼이 PHMG를 팔아왔다. 당초 이 화학물질의 용도는 카펫, 고무, 직물 등을 보존하기 위한 항균제 용도였다.
당시 SK케미칼 관계자는 PHMG가 자주 세탁할 수 없는 카펫 등에 향균제를 첨가하고자 개발한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흡입 독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은 환경부도 마찬가지였다. 1991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만들어졌고 환경부에 심사 자료를 제출한 결과 유해물질이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
 이후 PHMG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판매 허가에는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여했다. 산업부가 처음에 허가해 준 제품의 용도는‘일반 화학 가정용품’으로 분류 돼 있던 ‘세정제’였다.
환경부와 산업부를 거쳐 ‘세정제’로 허가된 제품은 ‘살균제’로 이름을 바꿔 달고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가습기 살균제는 관련 규제 법규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 어느 부처의 관리도 받지 않았다.
독성값 1이 넘으면 위험하다고 했을 때 옥시와 롯데 등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HMG 살균제의 독성값은 무려 2500이나 되었다. 그렇게 11년 유독물질이 섞인 제품이 허가 받고 판매되었다. 2011년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수는 매년 600,000개, 옥시레킷벤키저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개수는 무려 4,530,000개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건강피해를 경험한 잠재적 피해자 수는 2,700,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단체가 받은 피해자 접수 건수는 1528명(5월 초 기준)·사망자 239명이다. 여기에 포함된 피해자는 심각한 폐손상을 입은 사람들로 아토피 천식 등 기존 질환이 악화한 경우나 경미한 호흡기 질환 등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한 잠재적 피해자 수는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테러라 하더라도 이런 전 범위 적인 테러는 없을 것이다.
가습기사망사건과 관련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5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약국에 '옥시 불매운동 동참으로 옥시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2012년 관련 업체들을 고소했으나 인과관계 확인이 어려워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한다. 그 많은 피해자를 낳고 가해자가 증발해 버린 것이다.
피해자들의 끈질긴 시위 끝에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하 검찰은 2016년 1월까지 관련 배당 검사가 1인이었던 사건에 대해 전담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전 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조사 쟁점은 각 제조사가 인체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만약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관계자는 과실치사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일부 사건은 이미 과실치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 피해자 가족들은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피해자 가족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 옥시레킷벤키저(이후 옥시)도 책임이 있다며 CEO 라케슈 카푸르 등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의 혐의로 고발했다. 1998년 EU가 시행한 독성물질 안전관리 제도를 왜 한국에서는 실험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에따라 검찰은 수사 방향을 확대해 옥시를 상대로 제품의 첫 개발 제조단계, 판매단계, 증거 인멸과 은폐 단계, 영국 본사 개입 단계 네 가지 기준의 수사가 들어갔다.
 
먼저 첫 개발 제조단계에 있어 수사결과 안전성 검증을 위합 흡입 독성 실험의 생략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뿐만아니라 검찰의 압수 수색결과 옥시가 살균 개발 전에 살균성분제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직접 제품 유해성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1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2000년중만 옥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최모(현재 구속)씨가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E사 대표 노모 씨를 만났다. 노 대표는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인물이다. 노 대표는 당시 최씨에게 “PHMG의 흡입독성은 국내외에서 전혀 검증된 바 없으므로 자체적인 독성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결국 흡입 동성실험은 생략된 채 2000년 10월 PHMG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씨의 메모지를 발견했고 이는 옥시 주요 관련자의 과실 책임을 밝히는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검찰은 지난 5월 18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PB상품을 제조한 용마산업사 김모 대표도 재소환하여 조사중에 있다.
2011년 이후 증거인멸과 은폐 사실에 대한 수사에서는 원료 물질 독성에 관한 10년치 자료 폐기에 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옥시는 지난해 말 검찰에 77쪽짜리 의견서를 제출하며 피해자들의 집단 폐 손상원인은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봄철 황사나 꽃가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독성실험 결과를 통째로 누락시켰다. 또 2011년 당시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조모 교수가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한 채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써준 것이 드러났다.
검찰은 조사결과 옥시 측에서 조 교수에게 금품을 건네면서 사실상 미리부터 보고서 조작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발표했다. 옥시측은 실험당시 조 교수에게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며 폐질환은 다른 워인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 달라”며 1,200만원의 금품을 자문료 명목으로 건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옥시 경영진이 조 교수와 함께 증거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당시 옥시 최고 경영자였던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역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조사의 네 번째 쟁점인 영국본사 개입단계에 대해서도 실제로 영국 본사에서 조 교수 연구팀의 연구용역 수행 과정을 면밀히 보고 받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조 교수의 변호인은 2011년 11월 서울대 연구팀에서 PHMG의 생식독성 실험결과를 옥시 측에 중간보고 하는 자리에 영국 본사의 아태지역 담당자들이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롯데가 사건 발생이후 가장 처음 공식사과의 입장을 표명했고 홈플러스도 이에 따른 사과와 보상방침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도 5년간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공식 사과했지만 이미 국민의 불은 너무 커져버린 상태였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들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피해접수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자료는 2016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현황이다.
국민이 이 같은 분노를 겪는데는 옥시 레킷벤키저에대한 국민신뢰도에 의거한다. 영국 생활용품기업 레킷벤키저는 190여년의 역사를 갖은 기업으로 현재 200여 개 나라에서 1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영국 내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안에 뽑혔다.
이런 기업이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책임 회피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옥시는 ‘사용 제한 물질 리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질들을 자체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투명한 제품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소비자 안전과 의약품 관리’라는 연구개발팀도 출범시켰다.
옥시는 옛 동양제철화학(OCI)의 계열사로 영국계 기업 레킷벤키저에 1625억원에 인수됐다. 옥시를 인수한 레킷 벤키저는 국내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다. 가령 살균 표백제인 옥시크린은 표백제 시장의 90%를, 제습제인 ‘물먹는 하마’도 국내 습기제거제 시장의 90% 상당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옥시 레킷벤키저가 2001년부터 유해성분 PHMG을 사용했다니 국민으로서는 분노와 공포가 치밀 수밖에 없다.
옥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지자 책임회피를 위해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인 2013년에는 사업목적에 오히려 건강기능식품 제조, 판매업을 추가하는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아예 사명에서 옥시를 빼고, 레킷벤키저의 영문 이니셜을 살려 ‘RB코리아’로 바꿨다. 철저한 ‘옥시 지우기’인 셈이다.
  
피해자 구제 한계 있는 현행 제조물책임법 개정 나서야
 
제조물책임법은 물품의 결함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 물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한 자에게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법이 허술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민법과 달리 제조사에게 입증 책임을 지움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느 법이다 .하지만 이번 옥시 사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원인으로 지목바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소송에서 제조사 결함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제조물 책임법의 시효역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손해 발생일로부터 10년으로 한정 돼 있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소시효도 사망 시점부터 7년이다.
영미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잘못을 저지른 기업등을 상대로 실제 손해액과 함께 징벌적 의미의 배상금을 물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입증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부담시킬 경우 기업활동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염려로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2000년 제정된 뒤 실질적 개정이 단 한번도 없었다.
현재 이같은 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다. 특히 제조물책임법 개정 주장은 국민의당이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은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 한 차례 개정된 바 있으나 법 문장을 한글화해서 읽기 편하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방침이다.
더민주당 역시 지난 2013년 10월 백재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PHMG를 만든 SK 케미칼은 현재 직접 옥시에 해당 원료를 납품아지 않았다며 발을 빼고 옥시에 이를 납품한 한빛화학은 옥시가 시킨대로 한 것기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옥시는 유해성을 몰랐다, 환경부와 산업자원부는 원칙대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영국에 있는 옥시 법인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현실, 피해자는 어디에서 울어야 하는지, 답답함이 어서 풀어지길 기대한다.
 

본지 사회부  redjoker@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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