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1년 만에 6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임기 중 마지막 방한이 될 것 같다. 정치권은 반 총장의 방한을 놓고 요즘 끓어오르는 그의 대망론(大望論)으로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등 여당의 지도부는 반 총장을 맞이하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원희룡 지사도 있다.
“갈라진 국민 통합하여 바로잡을 정치지도자 필요해” 반 총장이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밝힌 소견이다. 퇴임하면 국가를 위해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이것은  확실한 대권 도전 의사 표명이다. 이번 안동과 경주 방문에서는 지역 원로들과도 접촉을 가진다. 여권의 유력 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의 방한이 가진 의미와 대망론의 실체를 파헤쳐본다. 

반 총장, 임기 중 마지막 방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5월 25일 6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제주포럼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그리고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5월 25일부터 27일에 걸쳐 열리는 제주포럼에서는 기조연설을 한다. 제주포럼의 공식 명칭은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6’으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주제로 외교‧안보, 경제‧경영, 환경‧기후변화, 여성‧교육‧문화, 글로벌 제주라는 세션으로 아시아의 총리급 인사 8명이 참여하는 포럼이다.

반 총장은 26일 기조연설과 오찬이 끝나면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5월 26일~27일)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 회의가 끝나면 28일 다시 한국으로 건너와 이틀을 쉬고, 월요일인 30일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컨퍼런스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한다.

연설 전날인 29일에는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여 조선조 임진왜란 때 명재상으로 후에 징비록을 쓴 서애 유성룡의 생가를 돌아보고 종친들도 만나볼 예정이다. 유성룡 생가는 영국의 엘리자베드 여왕이 방문하여 식수했던 곳이다.  

관훈클럽 간담회서 대권 도전 시사

이번 반 총장의 방한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우선 정치권이 지난 4.13총선에서 1여 2야의 3당 체제로 바뀌면서 여소야대로 여당이 제2당으로 주저앉은 위기 국면의 방한이며, 청와대가 반 총장 방한에 앞서 비서실장을 충청권 인사로 교체한 것도 반 총장의 대망론과 맞물려 민감한 파문을 남기고 있는 시점이다.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의 고향이 충북 제천이기 때문에 충청 대망론을 뒷받침 하려는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리고 총선 이후 정국은 벌써 대선 정국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은 제주로 내려가 반 총장이 공식일정을 시작하기 전인 25일 저녁 반 총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여러 가지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서다.
반총장은 이 모임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진솔한 소견을 밝혔다. 퇴임 후에 분열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리겠다는 소견을 밝힘으로써 대권 의사를 표명했다. 분열된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지고, 동서로 나뉘었으며 이념의 갈등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지칭한다. (관훈클럽 간담회 박스기사 참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마당에 반 총장의 이번 제주와 경북 안동 방문은 제주와 경북의 민심과 여론의 향배를 냄새 맡기 위한 나들이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필 경북 사람들이 자랑하는 서애 유성룡의 고택을 방문하고 종친들을 만나는 것도 민심과의 첫 대면이기 때문에 정치적 포석으로 읽혀질 수 있다. 서애가 누구인가? 서애는 임진왜란 때 위기의 조선을 구한 영웅이다. 반 총장이 그 이미지와 자신을 오버랩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반 총장 대통령 자질 충분히 갖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총장은 결국 친박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 이유로 그는 반 총장이 생각보다도 출세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공직의 위기를 넘고 넘어 오늘에 이른 처세를 예로 들었다.

어떤 이들은 반 총장이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에 젖어 성격이 너무 유(柔)해서 대통령의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르는 소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도 큰소리로 다투는 성격이라고 전한다.

목표에 대한 성취욕도 대단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 192개국이 참여한 지구를 살리는 협약이었다. 그 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설득하고 이끄는 능력이라면 알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설득력은 논할 필요조차 없다. 이 정도면 대통령직이 요구하는 캐릭터에 부족함이 없지 않는가. 나이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의 대선후보들도 모두 70대 중반이라고 밝혔다. 건강은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자격 논란은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국내의 유수 여론조사 기관에게도 대권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그러나 반 총장이 빠진 여론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 총장은 아직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유엔의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미에서라도 국내 정치에 자신을 너무 개입시키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반 총장 중심의 충청대망론 날개 달아

요즘 정가는 온통 ‘충청대망론’에 젖어있다. 반기문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충청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고전했다. PK(부산·경남)에서는 초유로 야당에게 9석을 빼앗겼고, 수도권에서는 12곳만 건지고 모두 참패했다. 그런데 충청권에서만은 새누리당이 의석수를 늘리는 선전을 했다. 지난 번 전체 25석 중 12석이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총 27석 중 14석을 석권하여 약진했기 때문이다. 정당 투표에서는 3당을 거의 공평하게 밀어주었다.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부산, 대구에서 구멍이 뚫린 새누리당은 아까운 대선 주자들만 수장시켜야 했다. 김무성, 김문수, 오세훈, 안대희 등이 그들이다. 아까운 자원들을 다 잃은 새누리당이 지금부터 획기적인 인물을 내세우지 않는 한 다음 대선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 이미지가 강한 반 총장의 존재는 보석 같은 자산일 수밖에 없다.

엄밀히 따지면 반 총장은 노무현 정권의 은덕을 많이 입은 사람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문재인, 국민의당에 안철수라는 대권주자들이 건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반 총장을 새누리당의 잠재 후보로 치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직 그에게는 소속 정당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새누리당만 반총장을 지근 거리에서 환영했다.   
 
바빠진 충청권의 발걸음
 
최근 정가에 충청인사들이 대거 전진 포석되고 있다. 청와대의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도 충청 인사다. 반 총장과는 연배도 비슷하여 소통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정가에서는 이원종 청와대비서실장 인사를 반 총장과 연관 짓는 시각도 많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충남 공주가 고향이고, 불발됐지만 김용태 신임 혁신위원장도 충남 대전 출신이었다.  

반기문 총장의 대망론에 따라 충청 전성시대가 열리는 모양새다. 충청권에는 충청포럼·백소회·청명회 등 충청권 출신 고위 인사들의 모임이 있는데 요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연임이 확정된 뒤 2012년 8월 3박4일 일정으로 귀국했었는데 그때 충청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청명회가 마련한 연임축하 행사에 참석했다. 이시종 충북지사, 더민주 오제세 의원 등 충북출신 정관계인사들의 모임이다.

충청포럼은 윤상현 의원이 회장으로 취임한 모임이고 서청원 의원 등이 회원이다. 10개지부에 100여개 지회를 가진 대형 조직이다.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에서 따온 이름이다. 정진석, 홍문표, 홍일표 의원들이 모두 백소회 회원으로 지난 4월 22일  백소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당선자 모임에 모두들 참석했다.
어디에나 향우회나 출향인사들 모임이 있기 마련이지만 충청권이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리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반기문 중심의 정계개편 시나리오
  최근 정가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 중심에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서 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도 친박과 비박으로 머잖아  분당될 조짐이 보인다고 점치고 있다. 아무튼 여권은 지금 현재 표류 중이다. 그래서 여야 정치권이 새로운 세력에 따라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가 많다.   

만약 그런 사태가 온다면 내년 대선 레이스는 겉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럴 경우 대체로 확실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헤쳐모여 식 정계 개편이 가장 유력한데, 이럴 때 여권에서 내세울 인물로는 역시 반기문 총장을 능가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댈 시기가 온 것 같다. 선거의 달인인 박근혜 대통령도 차기 정권을 창출할 대안을 마련 중에 있을 것이다. 지난 유엔 총회 때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7번이나 만났다고 한다. 정상의 만남에서 대권 이야기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의 관측이다. 아직 공론화 단계는 아니지만 그 발걸음이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 아닐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이번 방한이 보다 큰 메시지를 남길지 지켜보자.
   

관훈클럽 간담회 동향

“국가가 너무 분열되어 있어, 누군가 국가통합 나서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월 25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언론인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유엔 여권을 갖고 있지만 내년 1월1일에 저는 이제 한국 사람이 된다"며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가 국가 통합에 나서야 한다"라며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쟁, 계파 지역분열을 누군가가 없애야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솔선수범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제가 그런(대망론) 말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제 자신은 개인적으로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선 출마계획에 대해서는 "체력, 나이 등은 별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가족 간에 이야기가 달라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간 대화 채널 …반 총장 본인만이 유일

반 총장은 25일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 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사무총장 개인 이니셔티브를 갖고 북측과 계속 대화해왔고, 몇 차례 계기가 있었으나 북측이 돌변하고 그러면서 이루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계속 고위 간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문제를 떠나 인도적 문제는 물꼬 터놓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북핵 문제나 미사일 문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남북문제는 숙명"이라며 "대북 압박을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 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기가 7개월 남았지만 그 중에라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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