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벤 아브 DBA 프로덕션 대표

2016년, 해외 유명 가수들의 내한공연을 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TV만 틀어도 내한 배우나 가수, 운동선수 등이 예능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어땠을까?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외 유명인들의 내한은 극히 드물었다. 그렇게 척박한 한국 내한공연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중 하나가 바로 다니엘 벤 아브다. 그는 40여 년간 스팅, 에릭 클랩튼, 마이클 잭슨은 물론 루치아노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3대 테너 외에도 본조비, 뉴 키즈 온 더 블록, 비욘세, 마룬 파이브 등 내로라하는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유치시키며 한국 내한 공연의 역사가 됐다. 한국에 방문한 해외 뮤지션 전문 프로모터 다니엘 벤 아브 DBA 프로덕션 대표와 그의 지나온 발자취와 한국 문화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롯데 CF CM송으로 출발한 한국과의 인연

다니엘 벤 아브(Daniel Ben Av) 대표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68년 일본 야마하 음악 페스티발에 초대됐을 때였다. “당시 ‘나미노 유메(I dream of my only)’라는 자작곡을 처음 불렀다. 그러자 이 노래의 일본어 버전이 밀리언셀러가 됐고 공연을 본 롯데기업 관계자들이 이 노래를 과자CF에 사용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왔고 롯데 호텔에서 열린 ‘리틀 엔젤스’의 공연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 그들의 국제 매니저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한국과의 첫 인연을 설명했다. ‘리틀 엔젤스’는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들로 구성된 한국전통예술단이다. 벤 아브는 1974년부터 6여 년 동안 그들의 국제 매니저가 되어 유럽, 미국 백악관, 영국 버킹엄 궁 등 세계 곳곳을 돌았다.

1980년 당시 벤 아브가 프로모터한 레이프 가렛 공연 당시 신문 기사.

내한공연 시장 개발의 초석

이후 한국과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은 벤 아브는 하이틴 스타 레이프 가렛을 섭외, 1980년 전설적인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프로모터로서 활동한다. 당시 숭의음악당에서 열린 레이프 가렛 내한공연은 ‘광란의 3대 공연’에 꼽힐 정도로 한국을 들썩이게 했다. 특히 공연 중 벌어진 속옷투척 사건은 지금까지 한국 공연사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벤 아브는 “초반에는 한국 최초 프로모터 회사 예스컴과 함께 일하며 외국 아티스트들의 한국 공연을 도왔다. 이때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섭외를 맡은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부사장, 메탈리카, 아이언 메이든, 오지 오스본 등 수많은 메탈 밴드들을 한국에 데려온 백상현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이사와 함께 일했다.”며 “이외에도 지금 국내 록페스티벌, 내한공연 계 거물급 프로모터들이 내 밑에서 경력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뿐 만아니라 이후 그는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공연시장이 개척되어있지 않는 아시아 18개국에서 세계 유명인들의 공연 에이전시로서 방대한 인맥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스티비원더(사진 오른쪽) 내한공연과 벤 아브(사진 왼쪽)

관계 중시하는 아시아문화, 동질감 느껴

유대인인 벤 아브는 “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의 문화와 유대인 문화가 비슷해 편하게 사업에 집중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 아브는 한번 쌓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프로모터 사업 뿐 아니라 한국을 오가며 각계각층에서 방대한 인맥을 쌓았다. 그 중에는 이태원에 위치한 (주)힐튼양복점의 이덕노 회장도 있다. 힐튼양복점은 각국 정상 및 세계 유명인들의 수제맞춤 양복을 제작해온 업체다. 이 회장은 “30여 년 전 방한했을 때 힐튼양복점에 들린 것을 계기로 각별한 친분을 유지한다. 벤 아브는 내한한 유명인들을 많이 소개해주기도 했다.”며 벤 아브와의 오래된 인연을 설명했다.

다니엘 벤 아브(사진 왼쪽)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사진 오른쪽)의내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K팝시장 아시아에선 열광적, 서양은 갈길 멀어

그렇다면 오랜 시간 한국과 인연을 맺어 온 벤 아브는 현재 한국 음악 및 문화 시장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물론 초창기에는 일본 시장이 가장 크고 발달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다. 창밖을 봐라. 경제만큼이나 문화도 한국은 정말 빠르게 받아들이고 또 발전했다. 다른 아시아 시장은 이렇게 빠르게 발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등 서양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는 몇 년 전 한국계 할리우드 무비 프로덕션과 한국의 영화의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불발되기도 했다.

벤 아브는 “한국 문화, 특히 K팝의 경우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90%가 이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미국과 유럽에서 K팝에 관심 있는 비율은 아직 2~30% 정도 이다. 이 역시 약간의 서양인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동양인이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하며 “그래도 예전에는 동양계 미국인만을 겨냥 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관심을 갖고 들으려고 한다. (K팝 위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1993년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사진 오른쪽) 내한 공연 당시의 벤아브 (사진 왼쪽)

벤 아브는 “삼성과 LG, 현대 등 한국 대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엄청난 양의 돈을 광고에 할애한다. 이때 외국인 모델 대신 가수든 배우든 한국 사람을 모델로 쓴다면 현지 진출할 때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1일 벤 아브의 노력으로 국내 최초 ‘비치 보이즈’ 공연이 성사되었다.

벤 아브(사진 왼쪽)와 힐튼양복점 이덕노 회장(사진 왼쪽), 비치보이스 마이크 러브(사진 가운데)

매년 2-3회 이상 한국에 방문한다는 벤 아브는 이번에는 3월 21일 열린 ‘비치보이스’ 콘서트 겸 8월 12~14일까지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방문했다고 했다. 타임아웃매거진에서 전 세계 8위의 축제로 선정됨과 동시에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유망 축제로 선정되기도 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그는 미국 밴드들의 섭외를 담당한다. 항상 굵직굵직한 뮤지션들을 섭외한 벤 아브이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뮤지션들을 한국에 소개할까 기대된다.

이채현 기자 redjoker@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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