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사당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대변인 출신들의 희비가 눈에 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박용진 전 민주당 대변인 등이 공천권을 획득하면서 국회 등원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의 ‘입’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국회에 입성할 경우 초선 같지 않은 초선 의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새누리당 민현주 전 대변인과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낙천의 고배를 들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자 뉴스 앵커로 인지도가 높은 민경욱 전 대변인은 초창기 폴리널리스트라는 오명을 썼지만,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청와대에서 ‘입’의 역할을 하는 동안 특별한 사고(?) 없이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19일 무리 없이 공천권을 획득했다. KB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로서는 이번 20대 총선이 국회에 입성하는 첫 단추가 된다.

민 전 대변인이 오는 4·13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일단은 초선 의원 생활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언론인 시절 정치부 데스크를 거치고 워싱턴 특파원까지 지낸 이력을 볼 때 새내기 같지 않은 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부 기자로서 넓은 인맥과 정치적 판단 능력을 지녔다는 주변의 평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반면, 같은 지역구에서 경합한 같은 당 민현주 전 대변인은 공천에서 밀렸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새누리당에서 대변인을 지내고 2015년에는 원내대변인으로도 활약했지만 성별 대결에서 거센 여풍을 불러오지 못했다.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지난 2013년 대통령비서실에서 대변인 생활을 했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대는 유명 연예인 심은하 씨의 남편인 지상욱 후보로 내조의 힘에 눌렸다.

한편, 야당 쪽에서는 박용진 전 민주당 대변인이 공천을 받아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야당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친 40대 정치인으로 진보신당 부대표,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홍보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다. 박용진 후보의 강점은 언론계 네트워크에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도 대변인을 지낼 정도로 언론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정통 야당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이번 총선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1년생으로 차기를 노리더라도 나이에 부담이 없지만 홍보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이 총선에 대한 짐을 키운다. 당 전체의 홍보를 맡았던 만큼,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전하지 못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