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제20대 총선을 50일 앞둔 2월 23일 간신히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하며 ‘총선 연기’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선거구 공백상태를 두 달 가까이 이어진데다 재외국민선거인 명부 작성이 시작되는 24일 후에 선거구획정안이 나오게 되는 등 임기 끝까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개성공단 폐쇄 등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도 당리당략에 따라 갑론을박하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구 획정은 뒷전으로 미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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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잔뜩 꼈다. 제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며 설 자리를 잃었다. |
지난해 5월 12일 초등학생 100여 명이 국회 본회의장을 견학차 찾았다. 그러나 본회의가 시작한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여야 의원들은 “뻔뻔스럽다”, “창피한 줄 알아”라며 고함을 질러댔고, 이를 바라본 한 초등학생은 “저렇게 소리 지르고 싸워도 국회의원들은 안 혼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결국 초등학생들은 15분 만에 인솔교사를 따라 본회의장을 서둘러 나갔다. 이날 국회 견학을 주선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방청석에서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화끈거렸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12년 5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국회회의록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 방송 및 통신기사를 통해 분석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막말) 현황’을 1월 26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 차례 이상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은 73명에 달했다. 이중 40명이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소속이었고 새누리당은 26명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은 3명, 정의당 2명, 무소속 2명 등이다. 또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 35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막말’의 대상도 다양했다. 동료 의원에 대한 막말이 36회로 가장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26회, 국무위원 혹은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에 대한 막말은 22회였다. 일반 국민을 향한 막말도 11회에 달했다. 막말은 주로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나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이 주로 쏟아지는 당내 회의에서 이뤄졌지만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막말도 19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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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의원 심학봉 사직의 건 투표에서 의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동료 의원에 대한 반말과 욕설은 물론이고, 성희롱이나 국민을 향한 조롱 등 도를 넘은 막말도 상당수 확인됐다. 상대의 정치적 입지를 줄이기 위해 ‘수구 꼴통’ 또는 ‘종북주의자’처럼 극단적인 용어로 상대를 규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치적 대립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막말은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극단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마누라가 빨갱이다 보니까 다 헝클어졌다”고 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8월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하지 않는 박 대통령을 향해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달라는 요구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비꼬았다. 장하나(더민주·비례대표) 의원은 2014년 8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며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막말을 했다.
상임위원회의에서 산하기관을 향한 막말도 많았다. 유대운 더민주 의원은 2012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중구 당시 제주지방경찰청장 직무대리를 향해 “떽, 건방지게 말이야”라고 말했고, 김용익 더민주 의원은 2013년 7월 공공의료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 도중 윤한홍 당시 경남도 행정부지사에게 “닥쳐 이 자식아”라고 막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도 있다. 김태흠 새누리 의원은 2013년 11월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며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의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했고, 안홍준 새누리 의원은 2014년 8월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제대로 단식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막말 외에도 ‘선거 불복’, ‘국가 정통성 부인’과 관련된 발언도 많았다. 강동원 더민주 의원은 2015년 10월 13일 대정부질문에서 “18대 대선은 가장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관권 선거, 부정선거였다”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다 자체 징계를 받았다. 앞서 2013년 7월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 없다”는 황당 발언을 해 징계안이 제출됐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1월 2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오가는 막말의 배경에 대해 “막말을 하면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의원들의 인지도와 존재감이 크게 높아진다”며 “막말이 초선 의원에게 집중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인의 욕구와 초선 의원들을 ‘저격수’로 활용하는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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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임기 4년 내내 국회의원들의 ‘갑질’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갑질 대상은 공무원, 산하·유관 기관은 물론 같은 식구나 다름없는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범위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19대 국회의원 갑질의 사례는 모두 23건에 달했다. 새누리당 의원이 13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건이었다.
국회의원 갑질의 전형적인 사례는 ‘보좌진에 대한 권한 남용’이다. 보좌관의 임용과 해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사권을 이용해 보좌진의 급여를 착취하거나 ‘머슴’처럼 부리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2015년 12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5급 비서관으로부터 매달 120만 원씩 13개월에 걸쳐 1,500여 만 원을 받아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이목희 더민주 의원이 5급 보좌관으로 채용한 직원에게 “원래 6급이 적절한데 한 직급 올려 들어왔으니 월급 차액을 반환하라”며 매달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받아 수행비서와 인턴의 월급으로 지불한 의혹도 받았다.
친인척이나 지인을 의원실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특혜 채용’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김상민 새누리 의원은 지난 2013년 변호사 시험을 앞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 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고, 백군기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 1월까지 아들을 7급 비서관으로 채용, 5급 비서관으로 진급시켰다가 논란이 되자 면직 처리하기도 했다.
막강한 입법권 및 예산심의권을 이용한 청탁·압력 행사도 문제가 됐다. 신기남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 11월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로스쿨 원장을 만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아 사실상 총선 출마가 힘들어졌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도 의원실에 카드결제기를 설치해 놓고 상임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피감기관에 본인의 시집을 판매한 혐의로 당원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광림 새누리 의원은 지난해 말 ‘현재 모 은행 안산지점에서 근무 중인 조카를 본점 또는 강남지점으로 인사이동시켜 달라’는 내용의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발각되기도 했다.
예비후보에 고액 등록비 착취하는 與野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초리는 차갑기만 한데, 정작 정당들은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예비후보들에게 후보자등록 신청비로 수백만 원을 요구하면서 등록비 고액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2월 16일 20대 총선에 나갈 지역구 후보자를 공모하면서 심사비 100만 원, 특별당비 180만 원, 안심번호로 전환한 지역구 당원명부 30만 원 등 총 310만 원을 예비후보자들에게서 받았다.
국민의당이 심사비로 300만 원을 받는 대신 공천에 탈락한 후보자들에게 자격심사비용 30만 원을 제외한 270만 원을 돌려주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심사비로 예비후보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갑질인 셈이다.
특히 아직 예비후보에 불과한 후보자들에게 당 소속 국회의원의 6개월치 당비인 180만 원을 특별당비로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청년(만 40세 이하), 여성, 장애인(1~4급) 등 정치적 소수자와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등 혁혁한 공로가 있는 국가유공자의 경우 심사료를 전액 면제해준다고 생색냈지만 특별당비와 안심번호 당원명부는 면제대상이 아니다. 새누리당에 등록한 한 예비후보는 “예비후보들에게 의원 수준으로 당비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자는 776명으로 단순계산하면 특별당비로만 약 14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심사비까지 포함하면 예비후보들에게서 얻는 수입만 2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등록하는 예비후보 수는 새누리당보다 적지만 ‘대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더민주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321명으로 신청비가 2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6억 원 이상의 짭짤한 수입이 예상된다. 더민주는 납부 후에는 반환해주지 않는다며 배짱까지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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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2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2회 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빈 자리들이 보이고 있다. |
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일탈행위가 많았던 것은 국회 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 4개월을 앞두고 있지만 윤리위에 회부된 41개 안건 중 징계 처리된 안건은 단 한 건이다. 윤리위가 의원들의 윤리 의식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는커녕 오히려 자정 능력을 상실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태 새누리 의원은 계속된 막말 논란으로 총 4건의 징계안이 윤리위에 올라왔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고, 2014년 ‘대리기사 폭행사건 논란’에 휩싸여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현 더민주 의원 또한 윤리위에 회부된 상태지만 19대 국회 임기 내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다.
19대 국회에서 유일하게 징계안이 처리된 심학봉 전 의원 징계안도 제출부터 처리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국회 관계자는 “심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이 없었다면 윤리특위가 이마저도 처리하지 않고 미적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 장하나 의원의 ‘대통령 사퇴’ 발언을 비롯해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하사 아가씨’ 발언, 심재철 의원의 본회의장 누드 사진 검색 등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원들의 일탈 행동 또한 윤리위에서 전혀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윤리위 징계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된다.
이와 같은 윤리위의 유명무실화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18대 국회에서도 54건의 징계안 중 30건은 임기만료 폐기됐으며, 나머지 24건도 가결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7건은 의원들 자신들에 의해 부결됐고 16건은 철회됐다. 이는 국회 내 고쳐지지 않는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회 외부에 독립적인 윤리위를 두는 방안과 윤리위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는 방안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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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 종료까지 약 석 달 남았다. 하지만 4·13 총선이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만큼 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입법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이날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7,665건이다. 이중 가결된 법안은 7,330건(의원발의 6,596건·정부제출 734건)으로 가결률은 41.4%다. 지난해 12월 9일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고작 32.3%던 가결률이 1월 임시국회에서 40%대로 훌쩍 뛰었다.
19대 국회는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가결률은 가장 낮다. ‘식물 국회’ ‘뇌사 국회’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여야의 득실 따지기와 공방, 발목 잡기 등으로 인한 입법 마비 상태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18대 국회는 가결률 44.4%(발의 13,913건·가결 6,178건), 17대 국회의 가결률은 50.4%(발의 7,489건·가결 3,775건)다. 16대 국회는 이보다 훨씬 높은 62.9%의 가결률을 보였다.
드러누운 국회, 소생술도 안 먹혀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의 생산성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국회법 개정안, 일명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기도 한다. 국회 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에 미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는 불가능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총선 목표를 ‘180석 이상’으로 세운 이유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내 손질을 위해 직권상정 요건 등을 완화한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신속처리제도인 패스트트랙 지정요건을 완화한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안대로 현행법을 개정할 경우 ‘여당 독재법’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해 12월 “19대 국회는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대 국회와 비교할 때 역대 최저”라며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단 1명의 반대로 법안이 심의조차 안 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책임정치,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정신에 위배되며, 헌법이 정한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 합의했지만
여야는 현재 쟁점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4법 등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기싸움을 해왔다. 특히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동시 처리를 고수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개혁 4법 중 파견법에 대해 반대하며 ‘선 선거구 후 법안’ 기조를 굽히지 않아 제3당인 국민의당은 ‘총선 연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는 올해 들어서만 선거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스스로 설정한 날짜를 ▲1월 8일 ▲2월 4일 ▲2월 12일 ▲2월 23일 등 모두 네 차례나 어겼다.
선거구 획정을 ‘쟁점 법안’과 연계처리 시도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새누리당은 핵심 법안과 선거법을 한 묶음으로 처리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 북한의 잦은 도발로 인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화급한 사안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선거법과 연계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법안들을 함께 붙들고 있을 게 아니라 따로 떼 내 처리했다면 이렇게까지 미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월 23일 돌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민주는 그동안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염려해 테러방지법 제정안 수정을 강하게 요청해왔다. 그런데 선거법 개정을 불과 3일 앞두고 더민주에게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가동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정 의장의 테러방지법 국정상정, 여기에 이은 더민주의 필리버스터까지, 정치신인의 염원과도 같았던 선거법 개정은 또다시 짙은 안갯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국민과 민생의 편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를 착각하고 군림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보는 일이다. 이런 정치인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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