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처리 지연이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2월 23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정 의장은 이날 테러방지법 심의를 위한 본회의를 개회한 뒤 모두발언을 통해 “여야 간 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직권상정 배경을 밝혔다.
더민주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해 의원당 5시간씩, 108명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2월 회기 내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 직권상정
정 의장은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태와 급진 무장세력 IS 등 국제적 테러 발생을 언급하면서 “심사기간 지정의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과 검토를 한 결과 국민안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직권상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안에 따르면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대테러센터는 총리실 소속이 된다. 또 국민인권 침해소지가 없도록 인권보호관을 설치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한편 무고·날조에 대해서는 가중처벌된다.
한편 여야는 2월 23일도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쟁점은 테러 관련 정보수집권을 국정원에 부여할 것인지 여부였다.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에 정보수집권을 주되 견제장치를 두자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안전처에 정보수집권을 줘야 한다고 맞서 그동안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가동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나서면서 더민주는 의원당 5시간씩 토론을 진행해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방침이다.
따라서 더민주 의원 108명 모두가 5시간을 채워 토론을 이어갈 경우 테러방지법 제정안은 정 의장의 직권상정에도 불구,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결되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표결해야 한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곧바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당장 첫날이라도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지난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말한다. 한 사람이 한 차례에 한해 시간과 의사 정족수의 제한 없이 토론을 할 수 있는 제도로, 실제 국회에서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중단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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