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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시작, 어린이집·유치원 운영비 비상수혜대상 늘리고 예산 줄인 탓…매년 땜질식 무마 말고 근본적 문제 해결해야
김의상 기자 | 승인 2016.02.03 18:11|(191호)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지난해 말 예산안 책정을 하면서 그동안 방치해온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누리과정 예산’은 이번 정부 들어 수혜대상이 확대되면서 언제고 터질 일이었지만 모두 쉬쉬하며 매년 근근이 버텨왔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인 교육청이 서로 맞붙었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매달 20일을 전후해 각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 유치원에 지원금이 내려가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교사 인건비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매달 15일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내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에 정산되는 방식이라 다소 시간이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22일 오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립유치원을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누리예산이 파행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모의 속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교육부-교육청 각자 주장만…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 집행일인 20일을 불과 이틀 앞둔 1월 18일 시도교육감들과 첫 대면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가 누리과정 현안을 해결하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만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부총리-교육감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그리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양측은 ‘누리과정 대란’이 닥친 1월 21일 재합의에 나섰지만 또다시 합의가 불발됐다. 이날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사태의 극적 해법을 도출할 것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 부총리가 30분간 교육부의 입장만 전달하고 일정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뜨면서 이날 회의는 허무하게 끝났다.
교육감들은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총회에서 토론, 논의한 뒤 공동 발표문을 통해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돼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게 하는 것은 위법일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결방안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국고로 해결 ▲누리과정 시행과 관련된 시행령의 법률 위반 해소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지방교육재정 총량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국가시책으로 해야 한다”며 “국가의 부담을 지방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교부금을 20.27%에서 25.27%로 늘리지 않는 이상 지방이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반드시 편성·집행해야 하는 의무지출 경비”라는 기존 교육부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당장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운영비 마련에 차질이 생겨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준식 (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누리대란이 현실화된 1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일민유치원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들 만나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해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표정이 탐탁지 않아보인다.
수혜대상 늘어나는데 오히려 예산 삭감
누리과정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시작됐다. 2012년 11월 18일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역시 ‘공약 비전 선포식’에서 “자녀를 가지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국가책임보육 체제를 확실하게 세우겠습니다. 5살까지의 아이는 국가가 무상보육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무상보육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당선이 확정되자 바로 누리과정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박 대통령 당선 일주일여 뒤인 2012년 12월 27일 정부가 내놓은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2016년 만 3~5세 유아에 대해 누리과정 정부 지원금을 일괄적으로 월 3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2013년부터 누리과정 확대를 진행했다. 당초 만 5세,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됐던 이 사업은 만 3~5세,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됐다.
누리과정은 필요한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게 돼있다. 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세금 일부분을 지자체에 주는 일종의 지원금 형태 예산이다. 이 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 비율인데, 누리과정 시행 이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연속해 세수결손(실제 거둬들인 세금이 정부 예산 편성 당시 예측에 못 미침)을 겪고 있다. 고정비율로 지원되는 누리과정 예산은 되레 해가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실제 교육교부금은 2015년 기준 정부 추계 49조 4,000만 원보다 10조 원 적은 39조 4,00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누리과정 소요 예산은 도입 첫 해인 2012년 2조 3,788억 원이었으나 3~4세까지 확대한 2013년 3조 4,239억 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4조 5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됐다.
이와 관련해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1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던 대통령과 정부가 누리과정 비용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지방교육청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지방교육채 발행 역시 2011년 3조 60억 원에서 올해 14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방교육청의 재정건정성이 악화되는 현실을 감안해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도별 누리 과정 예산 편성 현황(2016년 1월 18일 기준). 괄호는 유치원·어린이집 원아 수(2016년 취원예정아 수 기준)
어린이집, 교육과 보육 사이
이번 누리과정 대란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것은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이냐 보육기관이냐의 문제다. 지난해 10월 지방개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관련 비용을 지방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교육청은 이 시행령 자체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위배된다며 맞서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이 교부금을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에 쓰라고 명시돼 있는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어린이집은 복지부 관할 기관이라 교육청으로부터 바로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는 유치원과는 예산 지원 과정부터가 다르다.
유치원은 매달 교육청이 유치원으로 직접 누리과정 지원금을 전해주는 것과 달리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하면 내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에 지방자치단체가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미 누리과정 대란이 시작된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2월 중순까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2월 중순까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 결정하지 못하면 서울, 경기, 광주, 전북, 강원 등 5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아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학부모들 역시 아이사랑카드로 어린이집 보육비를 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돈이 문제
누리과정이 이토록 삐걱대는 것은 태생부터 결함을 갖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도입 당시 계획자료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있는 교육·보육 과정을 통합해 모든 만 5세 어린이에게 동일한 공통과정을 제공하고 교육·보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라고 누리과정을 정의했다.
그런데 같은 교육과정을 실시하면서도 유치원은 각 지방교육청이, 어린이집은 중앙정부의 복지부가 관할하다보니 통합 실시된 누리과정 예산부족 문제가 불거지면 곧바로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수년째 ‘교육교부금으로 알아서 하라’는 태도로 나왔고, 반면 지방교육청은 재정이 점점 파탄에 이르자 아예 유치원 몫 예산까지 전액 삭감해버리는 극단적 대응까지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이 올해 필요 없는 비용까지 예산안에 넣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했고, 이에 맞선 교육청은 교육부가 속사정을 모른 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 지우려 한다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적한 대로 교육청이 인건비와 시설비 등에서 예산을 과하게 편성했다한들 그 돈을 누리과정에 편성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청은 초·중·고에 관련된 모든 살림살이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중앙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로 나타나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23.5%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로 진행됐다.(신뢰수준 95% 수준, 표본오차 ±4.3%p)

 
새누리당 이주영(왼쪽 여섯번째)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저출산대책특위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 오른쪽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왼쪽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학부모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한다
무상 보육 정책은 출산율이 1.21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교육청들은 총 4조 원의 예산을 놓고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은 시행 첫 해를 제외하고 매년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극적으로 해결해 왔다. 그러면서 매번 다른 목적의 예산을 누리과정을 위해 사용하는 땜질 처방으로 일관했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보육 예산을 내놓는 주체가 교육부인지 교육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부 예산이든 교육청 예산이든 모두 국민이 낸 세금 아닌가.
이준식 부총리는 1월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 취임식에서 “누리과정을 포함한 유아교육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 학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매년 반복하는 땜질식 돌려막기나 정파적 대립 등 누리과정의 악순환고리를 끊어줄 것을 기대해본다. 소관 부처를 일원화하면서 보육을 통합관리하는 체제를 만들지 않는다면 보육대란은 언제고 재발할 것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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