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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프레임 전쟁은 시작됐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6.02.01 17:39|(191호)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 언어학을 접목시켜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레이코프(George Lakoff) 교수는 우리에게도 <프레임 전쟁>으로 잘 알려져있다. 레이코프는 한마디로 선거정치를 ‘프레임과 프레임의 전쟁’으로 규정할 정도로 선거에서의 프레임이 갖는 파괴력을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선거정치도 프레임(구도) 전쟁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사실상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가장 큰 변수가 프레임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그 파괴력이 점점 떨어지고는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권심판론’도 프레임이다. “현 정권의 국정 실패에 분노하는 유권자들은 우리와 함께 정권을 심판하자”는 호소인 셈이다. 설득력이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선거전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3당 3색의 프레임 전쟁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3당의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프레임은 더민주의 정권심판론이다. 이번 20대 총선은 특히 박근혜정부 4년차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권심판론의 영향력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은 낡은 경제 세력과 새 경제 세력 간의 대결이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무능을 심판하고 불평등한 경제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선거”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 스스로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 심판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미 오래된 프레임이고 또 그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맞불 작전으로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특히 돋보인다. 더민주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 것을 이미 알았던 것일까. 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국회 심판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야당 심판론’을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경제단체 등이 주도하는 쟁점 법안 촉구 길거리 서명에도 참여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행보를 통해 국민이 나서서 국회를 심판해 달라는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통칭해서 국회를 지칭했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야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야당 심판론을 제기한 셈이다.
그렇다면 제3당인 국민의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득권에 매몰된 ‘양당 담합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이를테면 먼저 양당 담합체제를 붕괴시킨 뒤에 야권부터 재편하고 내년 말에 정권교체까지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기성의 기득권 정치세력, 즉 ‘양당 담합체제심판론(정치심판론)’에 주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선거 프레임도 생명력이 있다. 레이코프가 적절하게 설명했듯이 민심을 좇는 선거정치는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프레임도 진화하거나 교체되기도 할 것이다. 아직도 20대 총선까지는 시간이 있다. 앞으로 어떤 이슈가 불거져서 선거 프레임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심판을 내건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정치권에서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도 잘한 것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야당이 잘한 것도 없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민심이나 여론도 기존의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가 많기 마련이다. 심판론이 조금씩 세를 얻어가는 배경이라 할 것이다. 그 범위가 여권으로 집중될지 아니면 야당인 더민주로 집중될 것인지, 아니면 여야 모두를 비토하는 양당 담합체제에 대한 분노로 귀결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프레임 전쟁과 유권자
레이코프는 선거정치의 전략적 기법으로 프레임 전쟁을 제시한 것이다.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가장 큰 대치 구도를 선점하는 쪽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물론 한국의 선거정치에도 딱 들어맞는 설명이 많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야 전략기획팀은 유리한 선거 프레임을 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선거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꼭 하나 짚어볼 대목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선거정치는 프레임 전쟁의 파괴력이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때의 ‘경제민주화’ 담론은 정책공약이 사실상 프레임으로 세팅된 경우라하겠다. 과거 교육감 선거 때의 ‘무상급식’ 담론도 마찬가지이다. 핵심 공약이 갑자기 선거 프레임으로 구축되면서 다른 프레임을 압도했던 경우라 하겠다. 이 부분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거 프레임으로 작동되다 보니 ‘말들의 잔치’에 매몰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선거 프레임은 선거가 끝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선거 때의 표심을 반짝 견인하는 효과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이슈가 프레임으로 세팅된 경우는 다르다. 프레임은 끝났지만 선거 공약이나 정책이슈는 여전히 살아 있는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막판에 경제민주화 프레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경제민주화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다거나 아니면 경제민주화 공약이 실현됐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당시 경제민주화 담론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실패했다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들어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 부분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당시 경제민주화 내용의 빈곤함과 선거 프레임으로 세팅된 일회성 선거전략의 후유증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할수록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다시 20대 총선에서도 이러한 프레임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여야 각 정당에 적실성 있는 프레임으로 승부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유권자인 국민 스스로 일회성 선거 전략에 가까운 기만적인 ‘사이비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투표를 통해 이를 폐기시켜 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현명한 유권자가 ‘건강한 프레임’을 만드는 법이다. 그래야 선거가 유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또 이를 통해 민주정치도 발전되는 것이다. 권력의 주체는 역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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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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