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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2.01 17:38|(191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연초부터 외부 환경 변화가 거세다. 어느 누구도 변화로부터 예외로 남아 있을 수 없지만 근래의 외부환경 변화는 거칠기도 하고 예측 가능성이 낮다.
특히 중국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이 목표치 7.0%에 미달하는 6.9%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통계의 신뢰성 등을 미루어 보면 7%에 조금 못 미친 수치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어느 나라든 잘 나갈 때는 특수론을 들먹거린다. 우리는 특수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다르다는 그런 주장이 먹혀 들어간다. 일본이 잘 나갈 때는 일본 특수론이 있었고, 한국이 잘 나갈 때는 한국 특수론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특수론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어느 나라이건 관치 금융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라면 치를 수밖에 없는 국면에 중국이 진입하였음을 뜻한다. 과잉투자를 해소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처럼 중국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중국의 저성장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근래에 중국의 건설 경기 추락으로 인해 한국의 대표적인 건설기기 제조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은 특수한 정치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지나치게 급랭할 때 정치적 불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이 성장률을 7%대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6%대에 진입하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기대 밖으로 부진하다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안화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정책이다. 이미 위안화 가치의 하락으로 한국의 수출 산업들에 미친 영향력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사람들이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분야는 가전분야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카이웍스, 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들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 TV 가격을 작년 중반보다 40% 안팎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덤핑에 가까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요인은 위안화 가치 하락과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수출 장려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TV 시장 점유율은 2014년 말 17%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4.5%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전자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앞으로 당분간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어떤 도전을 받을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중국은 경기 부양책으로 과감한 위안화 하락정책과 이를 통한 수출 촉진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한국의 수출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행보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만 상황이다. 이번 대만선거에서 경제 상황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3%를 정점으로 급격히 하락하여 2011년에는 3.80%로 떨어졌다. 이후 2%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여기에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형성되는 이른바 ‘홍색공급선(Red Supply Line)’ 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안 관계의 개선으로 대만의 정책당국자는 기술적 우위가 있는 대만과 중국의 시장 사이의 적절한 조합으로 서로 윈윈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대만의 부품 및 소재 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만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말았다.
일찍부터 해외 각국으로 흩어진 중국인들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화교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굳건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국민끼리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현상은 제주도에서도 이미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에 중국인과 중국자본이 유입되면서 제주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제주 거주자 한 분은 이렇게 퉁명하게 내뱉는다. “그 양반들 유입 숫자가 늘어도 제주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원래 그 양반들은 자기들끼리 비즈니스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까. 여전히 제주도 경기는 감귤 시장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교역 양상도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생산과 유통 등을 중국 기업들이 대체하는 현상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중국의 홍색공급선의 위력을 한껏 발휘한 현상이 근래 대만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다.
중국의 고성장기동안 한국의 부품 및 소재 산업들도 눈부신 호황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들도 중국의 홍색공급선 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과 한국의 산업 구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두 나라가 중국의 부상에 따라 겪는 현상은 조금씩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 때문에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 러시를 보노라면 얼마가지 않아서 우리 사회에서도 아우성이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한국이 어느 정도 격차를 유지하면서 기술력으로 선도하는 상황이 역전되는 순간부터 대만과 비슷한 상황이 이 땅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여유나 힘이 모두 지갑과 실력에서 나온다. 정치와 외교 그리고 국방 또한 지갑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갑과 실력 모두를 잃게 되는 순간 한국은 상당히 어려운 위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북핵 실험이 있고 난 다음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모두 핫라인을 이용해서 중국측과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들여온 노력을 미루어 보면 의외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가치의 공유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시민 사회를 경험하지 못하였다. 현재의 정치 체제도 현대 민주주의와 다른 나름의 독특한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이들이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일은 상당 기간 동안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보편적인 원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사적인 궤적을 살펴보더라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경제적으로 점점 의존도가 높아지지만 가치의 공유가 쉽지 않은 대국의 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실력이 있어야 하고,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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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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