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탈당 그리고 야권의 진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격랑에 휩싸여 있다. 내부 통합에 실패한 문재인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예고되고 있다. 혁신 전당대회를 통한 내부 통합과 혁신의 길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안철수 전 대표와는 달리 문안박 연대 등 당내 권력 및 지분구조에 입각한 당 운영을 선택한 문재인 대표 그 어떤 선택이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은 87년 이후 지속되어 온 양당체제, 특히나 기호 2번 중심주의에 입각한 야권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인 만큼 정계개편의 핵이 되고 있다.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안철수 전 대표의 세력화의 정도와 탈당 이후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국민 여론이 관건이지만 야권은 근본적인 개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15년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했다. 5분여 정도 되는 짧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더 큰 혁신은 거부되었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현재의 야당에 대한 외부 충격을 선언했다. 논란이 되었던 ‘혁신 전당대회’는 야권이 모든 것을 스스로 바꿔내고, 이를 통해 당내외 통합을 통해 20대 총선을 준비해갈 수 있는 나름의 ‘이벤트’였다. 그러나 문재인 당대표와 당내 주류세력들은 초지일관 거부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말처럼 당내 혁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는데 이것을 당내에서 실현할 수 없었던 자신의 한계도 문제이지만 한편으로 문재인 당대표가 ‘육참골단’의 이름으로 하고자 했던 ‘혁신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요구했던 ‘혁신 전당대회’는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행위로 ‘프레임’지어졌고, 안철수 전 대표가 비주류의 수장인 것처럼 당외 친노 성향의 논객들은 연일 트위터 공간에서 비아냥거렸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야당의 생명처럼 여겨져 온 문화적 속성인 ‘다양성’과 ‘민주성’의 기반은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함께 심기일전하고, 그동안 끊임없이 책임논란에 싸여있는 현 지도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만큼 당의 위기를 당원과 함께 공유하면서 지도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데 있어 전당대회만한 절차가 있을지 모르겠다. 무엇이 그리 문재인 당대표를 소극적인 리더로 만들었던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있지만 왜 이러한 통합의 기회를 굳이 마다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편으론 더 안타까운 것이다. 물론 문재인 당대표의 그러한 입장은 이해가 될만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정치민주연합, 아니 전신인 민주당 이전부터 야당은 지도부 권력을 놓고 당내 권력투쟁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시절에도, 그리고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에도 현재 주류들은 끊임없이 지도부 흔들기를 한 바 있다. 문재인 당대표와 주류 의원들은 야당의 이러한 문화와 관성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그 어떤 요구도 권력싸움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의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문화 또는 관성적 반대 행위를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온전히 변화되지 않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흔들기’, ‘권력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은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위기의식’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말로 하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혈혈단신, 계파도 없고, 세력도 없는 개인의 당 혁신 요구가 언제나 그러한 방식으로 치부되는 것은 어찌 보면 20대 총선 아니 다음 대선까지도 만년 야당의 틀을 벗을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그럴 것이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직전에 불거진 신기남, 노영민 의원의 이른바 ‘갑질’ 논란, ‘금수저 논란’은 야당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훼손시키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혁신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지만 최소한 공평한 관점에서 당내 개인의 일탈(?)행위를 관리하는 지도력의 확보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야당의 모순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더 이상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수권 가능한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여러 가지 실정, 그리고 새누리당의 문제점을 목도하면서도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도 막지 못했다. 아니 막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까지 문재인 당대표는 주류 또는 친노성향의 의원들을 전면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위기를 돌파하는 문재인 당대표의 방법은 ‘사당화’였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통합’일까?

2015년 12월 14일 부산 영도구 부모님 자택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는 문재인(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첫 공식일정으로 어르신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이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듯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호남지역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이러한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직전에는 ‘야권 분열’의 비판적 논란이 세게 일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강조했던 논리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기호 2번 중심으로 모여지는 야권의 통합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상태에서 번번히 새누리당과의 선거에서 패배했다. 더군다나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이후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가 제대로 된 조직을 창립하지 않는다면 쉽게 철회될 수 있는 지지율이다. 그리고 그것의 또 다른 수혜자는 박원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로선 야권의 전통적인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현재 야당에 대한 불만이 고조에 달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균열이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만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수권 가능한 야당을 원하는 것이지 사당화된 야당을 원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 지도자가 타인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모순 앞에서도 무조건 야당을 지지할 수 없다.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아지면서 문재인 당대표는 정동영 전 고문을 만나 복당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소득은 없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식의 혁신의 딜레마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민심도 사실상 긍정적으로 흘러가질 않을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아니 야권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이후 곧바로 ‘분당’ 수순을 밟을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까지 의원들의 탈당 러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당대표는 분당의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당내 비주류의 입장도 어떻게 변화할지 미지수인 것이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몇몇의 의원이 탈당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세력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세력화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것이 민심에 따라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심이 안철수 전 대표의 독자 세력화에 부정적이라면 분당은 생각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결국 문재인 대표의 대응이 중요하다.
최근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보면 안철수 의원이 주도해가는 신당의 지지율이 20%대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물론 신당에 대한 일반적인 지지율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신당이 어떤 유권자층을 겨냥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신당은 새누리당 지지성향을 갖고 있으나,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적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분할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10%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울어진 운동장 등의 논리를 피력하면서 공을 들여왔던 외연확장이 당사자가 아닌 탈당한 안철수 전 대표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외연확장’
문,안,박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50%가 안 되는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이후 50% 이상으로 변화했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의 확장성이 야권의 전체 파이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탈당 전 한 자리수에 머물러 있었던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2배 이상 상승한 것은 야권 지지층 외에 중도층의 관심의 추를 야권으로 돌려가고 있는 것이다. ‘분열’의 조짐보다는 ‘확장’의 결과들이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결국 야권의 변화의 진로는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 전 대표가 언급한 외부에서의 충격을 통한 야당 혁신의 길인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야권은 안철수 전 대표를 분열론자로 프레임화하는 작업에서 벗어나 이러한 확장의 기회를 어떠한 방식으로 야권 내에 흡수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노선 투쟁이나 정체성 경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야권인 만큼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통해 야권의 노선투쟁을 건강하게 해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20대 총선에서 특히 소선거구제하에서 표의 분열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3자 구도에서 항상 야당이 불리한 것만은 아닌 사례들도 있었다. 오히려 20대 총선은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변화시키면서 나타날 새로운 선택을 성적표로 받아들여야만 다음 대선에서 수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쟁성 없는 야권, 무조건적인 연대와 통합으로만 더 이상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경쟁적인 야권을 통해 이른바 ‘혁신경쟁’의 진정한 방향이 설정될 수 있다. 야권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선택을 받는 과정으로 20대 총선이 가야만 다음 대선에서 야권이 수권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구도만 양강으로 만들면 유권자들이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낡은 생각이다. 양강일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 시절부터 계속 패배했다는 이례들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20대 총선은 야권의 혁신경쟁이 쟁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쉽게 권력투쟁으로 변질되는 야권의 혁신의 길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문재인 대표가 결정하는 것도 또 안철수 전 대표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누구의 편에 어떤 노선에, 어떤 정당의 손을 들어주는가에 달렸다. 그 세력이 다음 대선에서도 지지자의 기반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분열논리에 매몰되어 폐쇄적인 권력경쟁에 매몰되기보다 외연확장을 통한 야권의 진정한 혁신의 길을 찾는 것이야 말로 허물어져 가는 야권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국민들의 선택이 결국 야당을 혁신시키고 더 나아가 그들의 수권을 가능토록 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임을 문재인 대표도 안철수 전 대표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 ychung10@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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