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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정치를 복원시키자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6.01.04 16:51|(190호)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이젠 쓸 돈조차 없다. 잘 나가는 직장인들이야 딴 세상 같은 말이지만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고통스럽다. 자산과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늘면서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다. 특히 고령층과 자영업자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거의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라도 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과도한 부채를 떠안긴 셈이다.
2015년 말까지 가계부채는 1,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도 꾸준히 늘어나 거의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지표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성장률이 둔화되고 내수경기가 바닥권을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과 가계부문의 엄청난 부채는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나라 전체가 빚더미에 올라선 느낌이다.

20대 총선, 정국 향배의 가늠자
2016년 새해 정국의 향배는 역시 20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총선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새누리당 압승으로 끝난다면 집권 4년차의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감을 갖고 후반기 국정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특히 정치개혁과 반부패 혁신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최소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관계와 개헌 문제에서 큰 승부가 나올 수도 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확실한 승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당이 승리할 경우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새누리당 또한 정국을 리드해 나가기 어렵다. 여권 내 묵었던 갈등이 폭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꼭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야권이 승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느냐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이 선전해서 전체 야권 승리를 이끈다면 정당체제는 다시 과거처럼 사실상 양당체제로 재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제3당의 실패로 결론이 날 경우 정치권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곧바로 여야 대선주자들 중심의 대선정국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3당이 선전하고 제1야당(새정치연합)이 사실상 패배로 귀결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제3당 중심의 정치혁신 바람이 정국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제3당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그리고 제3당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고 국민의 지지까지 확인한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쪼그라든 제1야당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제3당의 기세에 눌려 새누리당도 방어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관심은 제3당의 기세가 정권교체까지 갈 수 있을지에 쏠리게 된다. 주도권을 뺏긴 여권, 뒷전으로 밀려난 제1야당의 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20대 총선 결과는 아직도 예상하기 어렵다. 워낙 큰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역동적인 정치과정으로 인해 경제회생의 소중한 타이밍을 또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결과는 여러모로 정치과정의 다양한 변화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변화의 폭이 넓고 차원이 깊은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정치과정의 역동적 변화로 인해 경제회생과 민생의 절박함이 덮일 수 있다는 점이다. 총선 등 큰 선거가 없는 해에 국정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20대 총선을 맞으면서 다시 민생과 경제를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운명적 하소연일지도 모르겠다. 선거정치는 그대로 가되 그 내면에서는 경제와 민생만큼은 제대로 짚으면서 일정을 소화해 내길 바랄 뿐이다.

청와대, 국정의 중심을 놓지 말아야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일부 심한 오버 액션이 불편할 뿐이다. 이럴수록 중심을 잡고 국정운영의 키를 더 단단히 쥐어야 할 곳이 바로 청와대이다. 선거정국에서는 국회의 뒷받침을 제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총선 일정과는 별도로 청와대의 국정운영은 한 치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며 대통령이 선거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언행도 금물이다. 그 자체가 비정상이요, 구태이며 동시에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옛날의 당 총재 같은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달라졌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최근 새누리당 일각의 행태를 보면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민망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이른바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 밀어주기 논란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예 드러내놓고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각 지역으로 내려가 누가 ‘진박’인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그 주위의 예비후보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지방 행사에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그들이 어찌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 있을지 그저 난망할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들의 언행이 이런 식이고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줄세우기 논란마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야당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렇잖아도 사실상 분당 수순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선거에 관여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다면 야권은 국정에 순순히 협조할 이유가 없다.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권 4년차가 돼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탄탄해 보인다. 참으로 경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박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치와 대결이 일반화되는 선거정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20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며 동시에 정치를 복원시키는 길이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정치마저, 또는 국정운영마저 멈추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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