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애국계몽운동.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이하 경기여협) 회장의 행보는 흡사 애국계몽운동을 상기시킨다. 애국계몽운동이란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권 회복을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국권회복을 위한 나라의 전력(戰力)을 국민의 실력 향상을 통해 아래로부터 증강시켜야 한다는 생각아래 펼친 운동이다. 이에 한정된 계급과 소수가 아니라 모든 국민과 민중을 교육 등을 통해 ‘신국민’으로 만들어 민지(民智)를 계발하고 민력을 양성하려 했다. 이금자 회장의 여성권익 신장의 핵심은 애국계몽운동과 비슷하다. 교육과 인재양성이 그것이다. 지난 40여년, 이 회장은 여성권익 신장을 위해 걸어온 발자취다. 이로써 이금자 회장은 여권 신장에 일생을 바친 공로가 인정되어 지난 21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 그랜드 볼륨회관에서 (사)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2015년 제 15회 자랑스런 한국인대상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금자 회장의 수상소감과 지난날의 발자취를 정경뉴스가 취재했다. 

“제 15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에 부족한 저를 선정해준 한국언론인연합회에 감사드립니다. 또 50만 경기 여성단체 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항상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살게 해주신 친정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사)경기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은 여성들의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각종 사업 및 여성 정치세력의 강화, 자원봉사자 발굴 및 육성사업, 소외 이웃돕기, 양성평등 세미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여협의 회원 수는 50여 만 명으로 전국 여성단체협의회 회원 500만 명 중 10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여협에도 위기의 순간들은 있었다.
 

이금자 회장이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부족했던 여성권익 개념 

40여년, 이금자 회장이 여성권익을 위해 뛰어온 세월이다. 29살부터 여러 비영리단체, 봉사단체서 활동해 오던 이 회장은 어느 순간 여성권익단체에 몸담게 됐다.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여성 권익’이라는 것은 말만 거창했지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일단 여성권익단체가 봉사단체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구성원마저도 ‘여성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당시 여성들은 사회활동이 지금보다도 제한적이었고 리더십 교육이라든가 성 평등 교육도 받지 못한 터였기 때문이다. 
 또한 시·군 여성단체 회장이 3~4년 주기로 계속 바뀌다보니 애초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었고 있다하더라도 대표가 바뀔 때마다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실무자 혹은 적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보다는 국가사업 임의로 선발된 사람들이 대표 진으로 있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은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학에 대해 교육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단체의 고령화로 구성진이 6~70대로 이루어져 더욱 암담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단체가 하는 일은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것보다는 지역 독거노인들을 씻겨주고, 김치를 담가주는 등의 자원봉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시골로 갈수록 더 심했다. 
 

11월 2일 '경기도여성단체 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금자 회장(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교육을 통한 여성권익 신장

이금자 회장은 출산장려, 성폭력 근절 등 여러 가지 운동을 추진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지속적인 교육으로 보았다. 여성들 스스로가 무엇이 성 평등인지 알고 스스로 깨치지 못한다면 물질 적인 후원은 일시적일 뿐 계속해서 여성들은 암흑 속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사업을 공모하며 선정된 4천만 원을 성 평등 교육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지역 여성들에게 여성학과 성 평등을 교육할 만한 장소의 필요성을 느꼈다.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사업이 고정적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은 2002년 11월 제 10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제 14대 회장까지 연임하며 그녀의 임기동안 ‘여성의 전당’ 설립 계획을 세웠다.  이에 2009년 ‘경기여성의 전당’ 건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국가 지원금 혹은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적은 돈으로는 건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음악회·바자회 개최 등을 직접 주관해 건립비용을 모으는 한편, 매년 300만원씩 후원해주는 재력이 있으면서 교육받은 평생회원 30여명의 후원을 등에 업고 기부, 국가 보조금 등과 함께 2015년 드디어 ‘경기여성의 전당’ 착공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경기여성의 전당’을 통해 더 많은 여성인재를 교육을 통해 육성하고 그런 여성들이 다시 여성인권단체로 들어와 과거와 달리 실질적으로 힘과 능력을 갖고 여성들이 사회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년 9월 17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30회 경기여성의날 기념행사에서 이금자 경기여협 회장(좌로부터 세 번째), 남경필 경기도지사, 최재영 정경미디어그룹·정경뉴스 회장, 임재율 중부일보 사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성단체

이금자 회장은 “아직은 남녀 평등시대라고 말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초의 여성 판사, 여성 대통령 이런 주제가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여권 신장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아직 관료직에 진출한 여성이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기관 단체장 모임을 가면 백 몇 십 명 중 여성은 5명 정도 뿐이에요. 법조계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공무원 계통은 아직도 여성을 찾기 힘들어요. 그들에게나마 힘을 실어주기위해 여성단체가 움직여요. 우리라도 가지 않으면 누가 그들을 지지해주겠어요. 저는 앞으로 여성의 관료직 비율이 30%를 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하루빨리 여성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성단체를 원했다. 그녀는 2002년 경기여성단체협의회 제 10대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경기지역 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여성단체들을 모두 통솔하기엔 정비된 조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이금자 회장은 2004년 31개 시군구의 여성단체들을 사단법인으로 묶어 대표이사가 됐다. 
 또 그녀는 여성 사회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이금자 경기여성지도자 상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선정된 단체에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상금을 전달했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개인에게 50만원씩 쪼개서 수여하도록 했다. 올해로 8회째 이어오고있다.
 

9월 17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30회 경기여성의날 기념행사에서 이금자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쌍방향적 여성교육의 필요성

“해외 여성권익 운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가장 놀랐던 점은 문답식으로 교육이나 위원회 회의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예요.”
 이 회장은 북유럽에 여성장관 등 고위층에 여성이 많은 이유를 ‘문답식 교육’이라고 꼽았다.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했던 여성학, 성 평등 관련 교육들은 한 방향에서 말하는 것이었지 말하고 토론하는 식의 교육이 아니었다. 이는 과거 한국 교육방법 자체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기도 하다. 
“‘그저 남녀평등이란 이런 것이에요. 이것이 성차별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묻고 답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고, 또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북유럽 방문을 통해 ‘교육의 필요성’ 뿐 아니라 ‘교육의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온 듯 했다. 

여성 상위가 아닌 성평등의 사회

2015년 7월 1일, 정부는 ‘여성발전기본법’을 현시대의 상황에 맞춰 법안을 발전시키고 양성평등을 구현한다는 이유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과 법안 내용을 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과거 남성과 여성이 했던 일이 구분됐다면 이제는 그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결혼 전 사회생활 뿐 아니라 결혼 후에도 남녀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사분담이나 양육은 남자의 참여가 아직은 낮은 상태입니다.”
 이금자 회장은 “여성 상위라든가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남녀가 평등하고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말하면서 “7월 1일 개정된 양성평등 기본법이 제대로 발현돼 사회에 정착되려면 앞으로 10~20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까지 함께 노력해야합니다”고 말했다.   
 

경기여성의전당 조감도(2016년 9월 완공 예정).

여성 정책, 능력 있는 여성 공천이 필요

이금자 회장은 2012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권익 신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하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대가 이를 받쳐주지 않아 박 대통령의 뜻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같은 여성이라도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외면하고 만다.”며 “전시행정과 같은 이유로 아무나 자리에 앉히기보다 정말 내세울 만한 자격 있는,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여성을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역시도 이 회장은 “남녀, 여야 정치성향을 떠나 국가관이 뚜렷하고 정치인으로서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 당선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대답했다. 
끝으로 이금자 회장은 6·25 때 공산당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항상 ‘힘있는 나라발전을 위해 살아야 겠다’ 고 생각했기에 “큰 상인 ‘자랑스런한국인대상’을 받고 보니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부족하지만 보상 받은 느낌이 든다.”고 피력했다. 또 “내가 죽은 뒤에도 이금자 경기여성지도자 상만큼은 계속되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금자 회장은 올해 경기여성의 전당이 건립되면 할 일이 너무 많다. 50만 경기여협 회원들과 협동 단결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단체로 우뚝 서 여권신장에 큰 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해본다.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법인이사

경기여성단체협의회 주요 연역

1985.9.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창립
1999~2000 저소득 실직가정 출산비 지원사업(440가구 지원:13,200만 원)
2000. 6.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2002. 11.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제 10대 회장 취임
2004. 5.  사단법인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출범
2009. 1. 경기여성의전당 건립운동 전개 선포
2013. 6. 경기여성의전당 건립부지 기부약정 체결식
2014. 4. 경기여성의전당 기공식


이금자 회장 이력

1998. 2.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8. 7 . 경기도공동모금회 부회장(역)
2000. 9. 수원시 여성자문위원장(역)
2003. 7.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역)
2004. 4. 중부지방국세청 공정과세협의회 위원(역)
2006. 8.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 수료
2010. 12. 제1기 경기道-이화여大 MAP CEO과정 프로그램 수료
2012. 3. 수원지방법원 조정위원회 부회장(현)
2012. 6. 수원지방법원 시민사법위원회 위원(현)
2014. 1.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경기지회 공동대표
2014. 11.  경기 출산, 육아지원협의회 공동의장

수상
1998. 10. 국무총리 사회봉사상
2001. 11.경기도지사 공로상
2004. 8.  캄보디아 국민훈장(봉사 부문)
2004. 12. 국민훈장 목련상(자원봉사 부문)
2011. 7.  경기도 여성상(여성권익증진 부문)
2015. 12.  자랑스런한국인대상

 

대담 최재영 본지 대표 정리·사진 이채현 기자  redjoker@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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