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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 직권상정 돌입"명약관화(明若觀火)한 비상사태 방치할 수 없다"
김의상 기자 | 승인 2016.01.01 00:00|(0호)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중진 의원 회동에 참석한 정 의장과 의원들이 현안 관련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의장, 서청원,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은 2016년 1월 1일 0시 선거구획정 기본기준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시하고, 이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 의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오늘 0시부터 효력을 상실하면서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됐다"며 "100여일 남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 의장은 "현역 국회의원은 의정보고 활동 등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며 "이는 예비후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러한 국가적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 종료시점이던 지난달 중순부터 8차례에 걸쳐 여야 지도부를 설득하고 중재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야는 선거제도에 따른 의석의 득실 계산에만 몰입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를 넘기고 말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정 의장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획정기준을 결정하는 것이 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오는 1월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 제출해 줄 것을 의장 직권으로 요청했다.

한편 정 의장은 전날 여야 지도부에게 협상을 주문했으나 계속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불발됐다.

다음은 정 의장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희망과 설렘 속에서 맞이해야 할 새해 첫날이지만,
우리는 지금 국회의원 선거구가 아예 없어져버리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직면했습니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오늘 0시부터 효력을 상실하면서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100여일 남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급한 대로 단속 유보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선거구 자체가 없어졌으니 선거운동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침해받는
우리 국민들과 예비후보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됩니다.
 
이에 반하여 현역 국회의원은 의정보고 활동 등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비후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일입니다.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현역의원과 현역의원 아닌 후보들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민주적 선거절차에 큰 흠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국민의 신성한 기본권인 선거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것은 물론,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정당성 문제로 직결되어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는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가적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종료시점이던 지난달 중순부터 8차례에 걸쳐
여야지도부를 설득하고 중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의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때로는 늦은 밤 의장 공관으로 여야 지도부를 초대하여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하려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선거제도에 따른 의석의 득실 계산에만 몰입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국회의장으로서 더 이상 명약관화(明若觀火)한 비상사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고,
모든 기준을 다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획정기준을 결정하는 것이
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요청합니다.
오는 1월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여
의장에게 제출해 줄 것을 의장 직권으로 요청하는 바입니다.
 
선거구 획정기준에 대해 여야 간 새로운 합의를 못한 상황이므로
기존의 획정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예외로 하고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여야가 계속해서 지켜온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역시 지금과 같이
246명을 기준으로 하여 선거구 획정을 요청합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기준일은 2015년 10월 31일 현재로 합니다.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한 인구편차 허용범위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1로 하며,
예외는 인정하지 아니합니다.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단, 다음과 같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5개 이상 자치구‧시‧군에 걸치지 아니하면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경우,
둘째, 인구 하한에 미달하여 인접 지역구와 합하여야 하는 지역구로서
어느 지역구와 합하더라도 인구 상한을 초과하여
인접 지역구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을 피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더불어,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하여
수도권 분구대상 선거구 중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분구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고려해주시기를 획정위에 요청합니다.
다만, 이 경우 그 수는 3개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장이 제시한 기준과 각자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 지위가 보장된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국회의장 취임 이후
선진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정쟁의 정치구도를 끊어내야 함을
수차례에 걸쳐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올 봄에 치러질 20대 총선이 기회입니다.
20대 총선이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이를 통해 탄생할 20대 국회가 정치개혁을 완수해 내어
선진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의 굳건한 토대를 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국민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6년 1월 1일
국회의장 정 의 화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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