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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베내각과 한일관계 전망
노다니엘 주일 특파원 리포트 | 승인 2015.10.29 16:53|(188호)

지금부터 8년 전이던 2007년 여름에 신병을 이유로 일본의 수상직을 스스로 물러났던 아베 신조가 2012년에 컴백해서 2018년까지 6년이라는 장기집권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일본정계에도 드물다. 그는 이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보다 반년 더 권좌에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의 후반기 외교는 아베 신조라는 요인에 계속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의 한일관계를 예상하는 데에는 지난 10월 7일에 만들어진 개조내각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 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제3차 아베 개조내각의 특징
개조된 아베내각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의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의 보수강경노선에서 더 강화되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은 권력포지션의 안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제3차 개각 후에 대신, 부대신, 정무관 등의 요직 총 64개 중에서 아베가 속하는 호소다파벌이 4명의 각료와 19명의 3대 요직을 차지하였다. 자민당 총수 406명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호소다파벌이 각료의 22%, 그리고 3대 요직의 30%를 점한 것이다. 여기에 2차 내각 때부터 부총리로서 아베와 팀워크를 이루는 아소 타로의 파벌을 합하면 각료의 33%, 3대 요직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파벌 간의 세력안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베의 호위대라고 불러도 좋을 정치가들이 대거 등용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주목해야 할 몇 사람을 꼽는다면 오른쪽 표와 같다.

우선 눈을 끄는 사람은 특명대신 중의 하나로 임명된 가토 가츠노부이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1억총활약’이라는 새로운 정책프로그램뿐 아니라 여성활약에서 납치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떠 맡은 이 정치가는 한마디로 아베의 복심 중 한 명이다. 일본우파정치가들의 양대 집단인 <일본회의>와 <신도정치연맹>의 주요멤버인 그는 아베가 1차 내각을 사퇴하고 재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창생일본>을 이끌어 온 사람이다. 2014년 4월에 필자가 아베 신조를 인터뷰할 때 수상자리를 버리고 쉬면서 ‘누가 동지이고 누가적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한 말에서 동지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정부부처를 일상적으로 통괄하는 관방부 장관으로서 2012년 이후 아베를 보좌해왔다.

아베는 이번 3차 내각을 꾸리면서 하나의 원칙을 고수하였다. 즉, 대외적으로 외교 및 안보를 담당하는 외무대신과 방위대신은 유임한다는 것, 그리고 내각에서 자신을 보좌하는 관방장관과 총무대신은 내내 곁에 둔다는 것이었다. 국내적으로 아직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안보법제를 구체적인 행동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안보법 투쟁에서 보조를 맞추어 준 외무, 방위의 두 대신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는 ‘수상의 아내역’이라고 불리는 자리를 누구보다 충실히 이행한다는 평가여서, 아베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스가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사람이 총무대신에 유임된 54세의 여성 다카이치 사나에이다. 고베대학 재학 당시 400cc 바이크를 몰고 다녔으며 TV캐스터로 있다가 마쓰시타 정경숙을 거쳐 정치가로 변신한 다카이치는 현재의일본여성 중에 가장 출세코스를 빨리 달린 사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우익정치가가 들어가는 단체에는 모두 가입해 온 다카이치는 아베를 옹립하는 <창생일본>의 부회장이 된다. 45세이던 2006년의 아베 1차 내각부터 내내 각료 자리를 지켜 온 그녀는 우익정치가의 모범생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일본의 아시아침략은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으며, 종군위안부의 강제성은 없고, 야스쿠니의 대체시설은 지어서는 안되고,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일본에서 여성 수상이 나온다면 가장 근거리에 있는 후보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나다 토모미(稲田朋美)이다. 아베는 이번에 이나다를 내각에 들이기 위하여 파벌의 영수에게 요청하기도 했으나, 그녀를 너무 우대한다는 주위의 비판을 의식하여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과거 자민당의 총재가 되는 필수코스인 정조회장을 맡고 있는 이나다는 변호사 출신다운 논리적 화법과 극우적인 성향으로 보수정치가들의 꽃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녀 이전에 정조회장을 맡은 유일한 여성이 바로 다카이치이다. 위안부 강제성 부인, 야스쿠니의 전범성 부인 등 우익성향의 발언을 매스컴에서 적극적으로 펼치는 정치가이다.

아베정권의 빛과 그림자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 마지막 날인 10월 20일 오전,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중·참의원이 단체로 신사를 찾아 참배하기 위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내년에 있을 참의원 선거 대비이다.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헌법개정을 염두에 둘 때, 자민당이 2016년 7월에 있을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원 242명의 참의원에서 자민당이 현재 113석을 가지고 있어 과반수에서 9석이 모자란다. 이를 연립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의 20석을 합하여 기능적으로 과반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정권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안보법안의 강행체결로 인하여 국민의 이반이 예상 외로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립을 유지하고 있는 공명당과의 의견불일치가 일어날 소지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참의원 선거는 아베정권이 2018년 여름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환경의 하나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를 감안하여 내각에 새로이 등용한 정치가로는 환경대신을 맡은 마루카와 타마요, 공안위원장을 포함하는 복수의 임무를 맡은 특명대신 고노 타로, 그리고 오키나와 및 북방영토 등을 담당할 특명대신 시마지리 아이코이다. 진보계의 아사히TV 아나운서 출신 44세 마루카와를 환경대신에 기용한 것은 어차피 세 명 정도여성 각료를 유지해야 할 입장에서, 아베와 같은 파벌에다가 보수성을 입증한 동경대학 출신의 미녀를 기용함으로써 나이든 아저씨들의 집합체인 내각의 이미지는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재이다.

또 다른 여성인 시마지리는 배경이 다르다. 지금 일본에서는 전후 정치에서 유례가 없을정도로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태평양전쟁의 격전지로서 커다란 희생을 치른 오키나와현은 지금도 주일미군의 중심거점이다. 그런데 본토 사람들과 동질성이 떨어지는 오키나와현 사람들은 지금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기화로 총궐기의 상태에 있다. 그들은 본토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감정에 바탕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안보법안을 행동으로 옮기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악재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오키나와 선구구에서 당선된 시마지리를 오카나와 담당대신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중앙정부에 반기를 드는 현의 지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사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개각에서 가장 이례적인 일로 고노타로를 공안위원장에 규제개혁, 방재담당의 특명대신으로 임명한 것이다. 52세의 고노는 할아버지가 1965년에 자민당 부총재로 한국과 독도에 관한 밀약을 맺은 고노 이치로이고, 아버지는 중의원의장을 역임하기 전에 관방장관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이다. 아소파벌에 속하기는 하나 정권에 개의치 않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판하는 등 일본정계에서는 보기 드문 이 정치가를 내각에들인 것이 예상 밖이며 앞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아베가 독주하는 ‘일강체제’(一强體制)라는 현 정권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현상들이 이번 개각에서 노출되기도 하였다. 첫째는 ‘포스트아베’를 공공연히 표방하고 새로이 파벌을 만든 이시바 시게루라는 정치가에 집약되는 현상이다. 무서운 얼굴에 부드러운 음성을 가진 이 정치가는 아베의 정적이었던 후쿠다 밑에서 방위 대신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대신자리를 역임해 옴으로써 자민당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안에서 자민당을 비판하고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그의 모호한 정치행동은 앞으로 자민당의 불안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아베는 그를 이미 ‘지방창생’ 담당이라는, 큰 역할이 없는 특명대신에 임명하여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한편, 이번 내각에서 그를 유임시킴으로써 당내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한국정치에서의 안철수와 같이 신선함의 상징같이 여겨지는 젊은 정치가가 있다.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 신지로(進次郞)이다. 1981년생으로 이제 34세의 이 젊은 세습정치가는 아버지의 후광과 아이돌과 같은 외모에 힘입어 벌써 3선을 기록하고, 수상으로 가는 필수코스의 하나로 꼽히는 자민당 청년국장을 맡고 있다. 내각의 인기를 높이기 위하여 아베는 신지로에게 입각을 타진하였으나 아직 때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다. 과거에 수상보좌관자리 거절에 이어 두번째 일이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사가 되었으며 수상 아베의 체면에 금이 가는 일이 된 것이다.

600, 1.8, 그리고 0의 경제학
위에서 말한 정권의 운용이나 향방보다 일본시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베노믹스의 ‘개정판’이다. 2014년에 제2차 아베내각의 출범과 함께 내건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세 개의 화살’로 압축적으로 설명되었다.

즉, 금융완화, 과감한 재정출동, 그리고 성장전략의 추진이다. 2년간 추구해온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아직 판별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아베는 ‘새로운 세 개의 화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첫째의 화살로 명목 GDP를 600조엔으로 끌어 올리는 것, 두 번째의 화살로 출생률을 1.8로 높이기 위하여 육아지원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화살로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보장’을 이루는 상징으로 노인층을 위한 개호직원의 이직율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새로운 아베노믹스의 경제학적 타당성을 따지기 앞서서 우선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베정권의 경제구상의 풍토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2년 동안 추진해온 아베노믹스는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구조적 요인이었던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장에 돈을 쏟아 붓고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향에 있어서는 경기부양이고 성장전략이었다.

그러나 개정판 아베노믹스는 경제규모를 불리겠다는 원론적인 거시경제적 목표에다가 아동복지, 노인복지를 갖다 붙인 다소 기이한 개념의 동거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층이 증대하는 인구구조에 대한 위기감이 정권의 슬로건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문제는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는 데 있다. 경제학자들이나 시장참여자들 중에는 2014년에 490조인 명목GDP를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600조로 올리는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임명한 것이 위에 나온 ‘1억총활약’ 담당대신이다. 2020년까지 일본의 GDP가 600조 엔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연간 명목성장률 3%, 실질성장률 2%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로 일본내각부의 통계발표를 보면 2015년 2분기의 GDP성장률은 명목이 0.1%, 실질이 -0.3%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첫번째로 꺼내든 화살이 사실 화살이 아니고 과녁이며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고 빈정대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외형적으로 순항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베정권에는 의외로 많은 리스크요인들이 숨겨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과의 관계이다.

한일관계, 중일관계

최근 한일관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곧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좌)와 아베 일본 총리. 두 정상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오부치 시기의 좋았던 한일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의 아베 신조가 속하는 ‘청화회’(淸和會)가 정권을 잡은 때부터였다. 현재 호소다파벌이라고 불리는 파벌의 정식명칭인 청화정책연구회(清和政策研究会)는 보수자민당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 해당하는 파벌이다. 아베신조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창설한 이 파벌은 오랫동안 정권을 잡지 못하다가 근래 들어 모리 요시로 때 정권을 잡은 후 고이즈미, 아베의 장기집권을 탄생시켰다. 이 파벌은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보수본류(지금의 기시다파, 누카가파, 이시바파, 다기가끼 그룹 등)에 비하여 아시아에 대하여 매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수상이 된 후 모리는 ‘일본은 신의 나라’라고 하였고, 고이즈미는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였으며, 아베는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재검증을 추구하는 등의 자세를 보여왔다.최근에 한일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 가운데 11월 초에는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언급했고, 아베 수상이 ‘꼭 하고 싶다’는 발언을 일본에서 공공연히 한 터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실현된다고 해도 한일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글을 쓰는 즈음에도 한일관계의 악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 징역구형, 한일국방장관회담에서 있었던 북한에 대한 영토주권에 관한 이견,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두 나라 시민단체들의 아베에 대한 항의와 압력 등이 그 예이다. 한일관계의 괄목할 만한 개선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은 한반도 밖에도 있다. 최근에 일본군에 의한 중국인 남경학살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국정부가 이미 천명한 ‘위안부백서’의 출판, 그리고 그에 이어 일본군위안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국과 중국이 협조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때, 한일관계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지정학적 지형 속에서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만나는 두 국가정상이 현안들을 하나하나 논의하고 합의에 이를 수는 없다. 다만 그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당위성과 메카니즘에 대한 비전에 합의할 수 있다면 성공일 것이다.

노다니엘 주일 특파원 리포트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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