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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 단 초이노믹스…내년 예산안 발표낙관적 경기전망, 재정준칙 부재 우려
김의상 기자 | 승인 2015.10.17 13:53|(187호)

초이노믹스가 2016년 돛을 달았다. 3%대 잠재성장률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정부는 386조 7천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을 지난달 8일 발표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6년 예산안’과 ‘2016년 기금운용계획안’,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내년 우리 경제를 좌우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정부로서는 ‘효율’이란 낱말을 뇌리에서 지우기 어렵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야 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룸에서 2016년 예산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는 공고하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 잠재성장률은 3% 초반을 유지하기도 버겁다. 예정처는 2016년 및 중기 경제전망’ 결과 보고서에서 ‘1970년대 10%를 웃돌았던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이전 1997년 5%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4% 초반으로 떨어졌다. 2015~2019년에는평균 3.2%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도 잠재성장률은 추격형 성장단계의 한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추세적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하니 정부와 국민은 걱정이 앞선다. 그릇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그릇 자체가 줄어드니 정부로서는 공격적 예산 책정을 해야 한다. 실상 이번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나빠진다. 야당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지난해 595조 1천억 원에 달했던 채무액은 645조 2천억원을 넘는다. 야당과 경제계 일부에서 나오는 우려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계의 주류 의견은 내년 예산안에 긍정적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재정건전성이 우위에 있다는 게 이유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의 국가부채비율 평균은 2007년 73.5%에서 올해 114.6%까지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8.7%에서 38.5%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에서 내놓은 향후 4년간 추정치(2016년 40.1%, 2017년 41.0%, 2018년 41.1%, 2019년 40.5%)를 감안하더라도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경기부양을 하는 데에 우리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실상 우리나라의 건전성은 국가신용등급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15일 S&P가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한 일이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당시 발표를 두고 “3대 신용평가기관(S&P, 무디스, 피치) 모두에게 AA- 이상 등급을 받은 국가는 G20 가운데 8개에 불과하다. 이번 S&P의 결정으로 한·중·일 국가 중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평균이 가장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관계자는 “S&P가 등급을 올리면서 견조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요인으로 들었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승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는 우리 경제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 “복지예산 후퇴 아쉽다”

386조 7천억 원 규모의 2016년 예산을 발표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내년 예산 책정은 양질의 재정건전성 덕에 걸림돌이 적었다. 결국 관심사는 사용처에 쏠렸다. 어느 분야에 얼마큼 할당되는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 계획안을 보면 노동·복지·보건 분야에 올해보다 6% 넘게 늘어난 122조 9천억 원이 편성된다. 가장 눈에 띄는 사용처인데 취업역량 제고와 일자리 확대, 고용안전망 구축, 맞춤형 복지 정책 등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양질의 직업훈련 강화,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특화관광자원 개발 및 보건·의료산업 육성 등의 계획을 내놨다. 기재부는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도입,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창업선도대학, 중견기업 인턴제 등도 언급했다. 정부는 곧 노동과 복지, 보건을 상호 연계해서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야당 측은 복지예산이 대선 공약과 달리 후퇴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 2016년 예산안을 보면, 대폭 후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13일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내년 예산 편성 시 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때문에 복지예산이 줄었다. 우리나라 복지수준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에 관해 경기침체로 세입여건이 나빠진 게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복지부 총지출 증가율은 6.4% 수준으로, 정부 전체 지출증가율 3.0%에 비해 높다. 2016년 정부안에서 예산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세입여건 악화 등으로 정부 전체 총지출이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의 납득을 이끌어내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안 의원은 “복지부가 보건과 복지의 공공성을 위해서, 사회 약자를 위해서, 국민 통합을 위해서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비용절감과 효율 관점으로 판단하는 기재부와 싸울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면 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증가율은 문화·체육·관광
노동·복지·보건 이외 국민의 관심을 모은 분야는 문화·체육·관광이다. 내년 예산안 가운데 가장 큰 증가율(7.5%)을 보여 6조 6천억 원이 책정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강조된 낱말이 문화와 창조라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기재부의 예산안 내용을 보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본격 가동, 의료·관광·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 예술인 창작여건 조성 등이 중점 과제로 거론된다. 이들 정책에 내년 예산 가운데 약 1.7%가 사용된다. 전체 금액상으로는 적은 수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기재부는 “2017년 말 경기도 고양시에 한류 콘텐츠 시현을 위한 랜드마크가 조성된다. 융복합 미디어 콘텐츠 체험, 쇼핑, 숙박이 가능한 한국형 첨단문화컴플렉스(K-Culture Valley)가 꾸며진다. 이 밖에도 서울 송현동에 복합문화 허브 K-Experience 조성,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국내 최초 대형 아레나 공연장 등을 마련한다. 문화창조아카데미, 창작준비금 등의 예산도 책정됐다”고 밝혔다.

이외의 2016년 예산 사용처를 보면 국방(39조 원), 교육(53.2조 원), 외교·통일(4.7조 원), 공공질서·안전(17.5조 원) 등이 눈에 띈다. 이들 분야는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반면 R&D(18.9조 원), 환경(6.8조 원), SOC(23.3조 원), 농림·수산·식품(19.3조 원), 산업·중기·에너지(16.1조 원) 등은 올해와 규모가 같거나 낮은 금액이 책정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예산 변화를 두고 “투자 우선순위 조정으로 재정투자 내실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예산안은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중점을 뒀다. 성과가 미흡한 사용처는 과감한 구조 조정을 거쳤고 앞으로 지출 효율화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문제점…장밋빛 경기전망, 재정준칙 부재
이처럼 정부는 공을 들여 내년 예산안을 내놨지만 경제계에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다. 특히 낙관적인 성장전망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부는 밝은 경기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의 정부 전망치는 3.3%로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 국제신용평가기관등의 예상보다 장밋빛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LG경제연구소는 2.7%라는 보수적 성장치를 내놨다.

외국계 기관은 더욱 암울한 전망치를 제시한다.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평점을 준 무디스는 2016년 대한민국 경제가 2.5%로 낮은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을 3.2%에서 2.2%로 낮췄다. 즉, 내년 우리경제 성장률을 바라보는 대외 시각은 정부보다 암울하다. 올해에 이어 다시금 추경 편성이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산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재정건전성 추세에 있다. 현재는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준이지만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저출산 문제가 다른 국가보다 심각하고 준비 안 된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즉, 경제계 일각은 유럽과 같이 복지수준이 올라가면서 재정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들어 국가채무 관리에 여유가 있다는 설명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 법제화된 재정준칙, 재정규율을 강제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6년 예산안의 성패는 내년 하반기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지적된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날지, 메르스와 같이 올해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은 재난이 다시금 생길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정부가 예산안을 두고 효율적인 집행, 과감한 구조조정을 유독 강조한 이유다. 결과를 짐작하기 어려우니 과정에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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