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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이재용, 새 경제역사를 만들라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10.01 16:04|(187호)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국민이 10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0대 그룹 총수 선호도를 조사했다(매일경제 9월 19일). 그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모든 연령층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직군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국회 국정감사에 비교적 무난하게 데뷔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꼴찌를 한 것을 보면 국민의 평가는 냉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트 이건희, 더 강력한 혁신이 필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년이 지났다. 최근 소문을 보면 스스로 호흡이 가능하고 약간의 반응을 보일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니 천만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준비되고 있겠지만 보다 확실하게 ‘포스트 이건희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일 뿐더러 우리 경제에 삼성그룹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가(家)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경제를 생각해서라도 포스트 이건희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여론도 중요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이건희 회장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강하게 외쳤던 이건희 회장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은 전문 경영인 못지않은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무형 리더’에 가깝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출장 때는 위용을 과시할 수도 있겠지만 전용기도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삼성이 보유한 항공기 3대를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대기업 총수의 선호도 1위에 오른 것도 이 부회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답지 않게 검소한 처신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해외에 나갔을 때 주요 인사들을 만나 비즈니스를 협의하면서도 현지의 사업 현장을 꼭 방문해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 초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했을 때도 모두 현장을 챙겼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삼성서울병원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뒤 후속대책을 지시하고 곧바로 미국의 사업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리고 이 부회장은 그 후속대책도 반드시 직접 챙겼다. 지난달 2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르스 사태 이후 진료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긴 결과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삼성서울병원의 혁신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이다. 허투루 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은 여전히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가전 부문도 중국의 추격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스마트폰 시장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이대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언제쯤 밀려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럴수록 이재용 부회장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킬링 아이템’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이건희 회장 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 ‘글로벌 경영’의 좌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1990년대 초 삼성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은 그보다 더한 각오로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기업으로 말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직시해야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갑자기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았을 때는 여러 가지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았다.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컸지만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기 때문이다. 보통의 재벌가 자제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도 그 범주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위법성 논란은 두고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가정사까지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도덕성 문제도 적잖은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포스트 이건희 체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용주의적 리더십’은 삼성의 체질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재벌가 3세’의 이미지에서 삼성의 실질적 리더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리더로서 미래를 보는 통찰력도 조금씩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국내 연구진 중심의 ‘미래기술육성사업’에 참여할 연구진을 선정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 리빙을 위한 센서 및 소재와 시스템 소프트웨어(SW)라는 두 개의 큰 주제에서 10개 팀이 선정돼 삼성의 지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돼 향후 10년간 1조 5천억 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신기술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주로 기초과학과 소재 연구 그리고 ICT 연구를 위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때 구체화된 것이지만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신성장동력을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04년에 ‘미래기술연구회’를 결성해 삼성그룹 안팎의 전문가를 모으고 해외 석학을 초빙해서 미래의 신성장산업과 첨단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삼성이 새롭게 승부를 걸어야 할 신기술을 이미 10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고객 미팅 중에는 절대 전화를 받거나 심지어 전화기를 쳐다봐서도 안 된다”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고객중심주의 입장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무겁고 딱딱한 권위주의는 이재용 부회장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자신감 있고 소탈하게 그리고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이재용과 삼성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삼성은 비단 삼성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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