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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안보위기타개②목함지뢰 도발로 시작한 22일간의 ‘치킨게임’‘유감’ 끌어냈지만…軍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의상 기자 | 승인 2015.09.09 10:34|(186호)
8월 4일부터 시작된 22일간의 남북 간 대치는 충돌 직전까지 간 ‘치킨게임’이었다. 치킨게임이란 두 차량이 차를 탄 채 도로의 양쪽에서 마주보고 출발하는 게임이다. 차에 탄 갑과 을은 직진을 고집해 상대방과 부딪힐 것인지 피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갑과 을이 계속 직진한다면 양쪽이 충돌해 최악의 결과를 낸다. 갑이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어 피하면 갑은 ‘치킨(겁쟁이)’이 되고 을은 승자가 된다(갑에게는 최악 다음으로 나쁜 결과, 을에게는 최선의 결과). 만일 갑과 을이 모두 옆으로 피하면 승리자는 없지만 충돌을 피해 둘 다 차선의 결과를 얻는다.
작금에 남북 대치상황도 치킨게임의 양상을 보였다. 남과 북은 ‘지뢰 도발-확성기 반발-포탄 발포-대응 발포’로 수위를 높여갔다. 누군가 먼저 중단하는 쪽이 ‘겁쟁이’가 되는 상황에서 판문점 평화의 집 2+2 최고위급 회담은 충돌을 피하고 ‘회피-회피’를 도출해내 서로 차선의 결과를 얻어냈다.
 
   
▲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4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열상감시장비(TOD)가 촬영한 지뢰 폭발 장면을 10일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 사고가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지며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점선 부분은 2차 지뢰 폭발로 연기와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은 상황에서 장병 2명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자료제공=합동참모본부)
끝이 없는 도발
8월 4일 오전 7시 35분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2발이 폭발해 우리 장병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뢰가 매설된 곳은 군이 DMZ 수색작전 때마다 이용하는 수색로로 우리 측 추진철책 통문에서 북쪽 40cm, 남쪽 25cm 지점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고는 1966년과 1967년 여섯 차례 발생한 이후 48년 만이다.
지뢰를 이용한 도발은 경고의 의미를 넘어 무조건 사상자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그 동안 있어왔던 북한의 무장도발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휴전선에 있어선 안 되는 사각지대
최근 몇 년간 군은 2012년 10월 ‘노크 귀순’과 지난해 6월 ‘대기 귀순’으로 최전방 감시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철통보안’은 지켜지지 않았다.
 
군 당국은 8월 10일 브리핑을 통해 “북쪽에 매설돼있던 목함지뢰가 빗물로 유실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뢰를 매설한 추진철책의 통문은 2km 떨어진 OP(관측소)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지형”이라며 감시가 쉽지 않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여름철에는 우거진 잡목과 수풀 때문에 가시거리가 훨씬 줄어들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장비를 이용한 감시도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문은 사람이 지나가는 유일한 길목일 터, 이곳이 사각지대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군 대응체계 여전히 안일하고 답답하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DMZ 도발 사건 이튿날인 5일5일 저녁 부하 직원들과 회식을 한 것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군은 ‘폭탄주 회식’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요점은 폭탄주냐 아니냐가 아니라 시점이다. 합참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폭탄주를 마신 상태에서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나 군복을 벗은 경험이 있다.
 
국방부는 뒤늦게 10일 자료를 통해 “오후 5시부터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경기도 서부전선 부대 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조사한다며 6일을 보낸 탓에 물리적 대응을 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군이 심리전의 일환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방송시설을 철거한 뒤 11년 만이다.
 
   
▲ (좌)최윤희 합참의장과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8월 12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 수도통합병원에 입원 중인 김모 하사를 위문하고 있다. (우)해병대사령부는 8월 24일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백령도 해병대 장우민 병장이 전역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장 병장은 “후임들에게도 평소 당당한 해병이 되라고 말했는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엠바고 남발하는 폐단 내쳐야
지난 5일 국방부는 DMZ 수색작전 중 한국군이 피해를 입은 지뢰가 북한제라는 사실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설명한 뒤 10일 오전 10시 30분을 보도시점으로 엠바고(embargo, 취재원과 기자 상호 간의 약속을 통한 시한부 보도 중지)를 걸었다. 현지조사가 예정돼 있어 이를 북한이 방해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였지만 ‘조사’가 ‘조치’보다 우선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엠바고를 요청한 뒤) 조사가 다 끝나는 10일까지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성명도 없었고 전방의 군에 경계강화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언론의 엠바고가 풀리는 10일에서야 ‘최고 경계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국가 위기관리가 언론의 엠바고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엠바고를 걸었지만 사실상 엠바고가 여론을 통제하고 국가의 책임을 방치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한편 국방부는 엠바고와 더불어 자체적 침묵을 지키며 웃지 못할 해프닝을 만들었다. 통일부가 사건 다음날인 5일 오전 11시 30분 북한에 고위급 대화를 제의하는 전문을 보내고 10일까지 제안의 수용 여부를 총 네 차례나 확인하는 동안 국방부는 통일부에 DMZ 북한 도발에 관련해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명백한 불가침조약 위반에 무력 대응은커녕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하는 우리 정부를 북한 수뇌부가 얼마나 비웃었겠는가.
 
이 해프닝과 관련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이 터져서 국방부는 혹독한 대가 운운하고 통일부는 남북대화 제의…이게 정부냐”며 질타했다.
 
더 빠르고 정확한 대응 필요
군 당국은 20일 오후 북한의 고사포 및 직사포도발에 대해 K-55 자주포 155mm 29발로 대응 포격을 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목함지뢰가 정부 부처 간에도 5일이나 알려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당초 “북한의 로켓포 도발에 대해 원점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힌 것과 다르게 DMZ 내 북측 지역을 포격했다. 또 북한이 1차 포격을 한 지 1시간 11분, 2차 포격을 한 지 52분 만에 대응 포격한 것을 ‘선 조치 후 보고’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측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대포병 레이더가 허상(虛像)을 잡은 것인지 등에 대한 확인과 판단이 필요해 곧바로 원점을 타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사포탄의 경우 우리 민통선 지역으로 떨어져 자칫하면 우리 군이나 민간인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원점 타격을 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또 고사포탄을 로켓포로 착각해 브리핑한 것은 아직 군의 대응 수준이 미흡함을 보였다. 6군단장의 지침을 받아 대응 포격을 실시한 것도 ‘즉각 대응’이라고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48시간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8월 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선착장에서 국군장병들이 페리에서 내리고 있다.
미군이 보고 미군이 대응했다
22~25일 총 43시간 동안 진행된 1·2차 협상 과정에서 국방부는 23일 “북한의 잠수함 50여 척이 기지를 이탈했다”, 24일 “미군 전략무기의 전개 시점을 탄력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두 차례 발표를 했다. 이 발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까지 떠들썩하게 달궜다.
 
그런데 북한의 잠수함 전력 중 70%가 작전(북 잠수함은 기지에서 출항하면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에 나섰다는 사실을 포착한 건 미군이었다. 따라서 국방부가 북한 잠수함 동향을 알린 것은 사전에 미군에 양해를 구한 뒤 이뤄진 것이다. 뒤이어 북한의 공기부양정 30여 척이 중국 단둥과 가까운 평안북도 철산에서 대동강 하구 남포로 남하했다는 정보도 미군이 제공했다. 북한 전력의 전진배치 압박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건 미군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미군이 북한 잠수함과 공기부양정 등을 추적하고 우리 군에 정보를 제공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그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고 한·미 동맹이 확고함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우리 군의 자주국방이 완성형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또한 미군이 지금은 우리 군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지만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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