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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가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선택지 많지 않아… 경기 부양 위해 과감한 정책 시급하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5.09.02 18:37|(186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15년 8월 10일, 위안화 중간가격(기준환율) 결정 방식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8월 11일부터 사흘 동안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4.66% 급락했다. 그만큼 달러값(환율)이 오른 셈이다. 이것은 중국이 아시아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중국이 달러값인 환율을 올리고 자국 화폐값을 낮춘 것은 당장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수출 위주의 경제 정책을 내수 진작으로 전환했지만 이제는 다시 내수보다는 수출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중국 위안화 가치 폭락 이후 일제히 폭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이외의 아시아 제조업 상황을 어둡게 보고 투자 자금을 빼내가면서 아시아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춘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어렵다는 반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그렇게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다만 위안화 가치를 낮춘 뒤 수출 경쟁력을 갖춰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 경제 상황을 집중적으로 챙기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주가가 요동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의 딜링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179.1원)보다 11.7원 오른 1,190.8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1년 10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수출 증대와 경제 회복을 위한 다목적 포석
중국은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그러면서 위안화 1일 환율 변동폭은 넓히되 위안화 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위안화를 갖겠다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번에 전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4.66% 떨어뜨렸다. 정반대 방향으로 간 셈이다. 이것은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당장은 포기하고 대신 어려운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위안화 절하 카드를 선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일본 아베 총리가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무한정 찍어내면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엔저),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려는 의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당국은 올 들어 금리를 잇달아 낮추면서 시중에 돈을 많이 공급했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는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외환 거래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당국은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와 함께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직접 떨어뜨린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왜 지금 위안화 가치를 전격적으로 떨어뜨렸나. 여기에는 다목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 중국 당국은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상황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카드를 준비했다. 그동안 금리를 여러 차례 떨어뜨리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방식의 통화정책을 폈지만 경기 부진을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달러화와 엔화는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위안화만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었다. 더구나 국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수요가 줄어 수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렇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은 경쟁력을 갖는다. 특히 중소 수출 기업들은 대다수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외국 수요가 크게 줄어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대형 은행 문턱이 높아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그만큼 이윤이 늘어나고 수출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을 덜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내수 소비 부진을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다. 지금 중국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자동차 판매와 같은 주요 업종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중산층 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자상거래가 소비 시장을 주도하면서 온라인 해외직접구매(직구)가 크게 늘었다. 이것은 중국 제조업체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값을 떨어뜨리면 상대적으로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중국 국내 소비가 늘어나게 하면서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중국 주식시장 폭락도 위안화 평가절하를 가져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예상외로 급격하게 폭락하자 전방위 부양책을 펴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국내외 투기자금을 시장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 폭락으로 손해를 본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마저 떨어지면 더 이상 중국 증시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 후폭풍, 신흥국 화폐가치 도미노 폭락 사태
   
▲ 8월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식 시황판을 보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8.49%, 선전종하지수가 7.7%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세계 화폐 평가절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터키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폭락했다.
 
일부 국가 통화가치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대만의 타이완 달러는 8월 21일 1달러당 32.876대만달러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곧 33대만달러 마지노선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수출이 경쟁력을 갖추는 만큼 각국이 서둘러 자국 화폐 가치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중국의 수출에 맞서 자국 수출 경쟁력을 나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35% 가까이 폭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도 17% 가까이 내렸다. 일부 라틴 아메리카 국가는 화폐가치를 마구 내리다보니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15% 이상 평가절상이 되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은 투자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 직후 1주일 동안 신흥국 펀드시장에서 58억 7,6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10주 평균(11억 2,500만 달러)보다 5배에 가까운 돈이 1주일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신흥국 증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같은 기간 신흥국 시장에서 총 24억 1,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것도 지난 10주 평균 유출 규모(4억 7,800만 달러)의 5배에 가깝다.로는 불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다목적 포석을 위해 던진 위안화 평가절하가 결국은 중국에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위안화를 당장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다가 언젠가는 위안화 가치를 올릴 가능성도 중국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국 경제에 호재인가, 악재인가
   
▲ 8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에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관련 긴급 현안 점검 세미나가 열렸다.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고 수입은 15.3% 줄었다. 이것은 일본 엔저 영향에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의 위축으로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수입은 꾸준히 줄고 있다. 그동안 일본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고전하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엔저의 도움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돌발변수가 터졌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만큼 위안화 가치 하락이 엔저처럼 바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덕분에 수출이 늘어날 경우 이것이 우리 수출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당분간 포기하는 대신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반길 수만도 없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더욱이 휴대전화, 전자제품을 비롯한 일부 제품은 중국이 국제시장에서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기업들에 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 있다. 한국은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이미 아시아 환율전쟁이 시작된 만큼 중국 당국의 추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 실물 경제가 예상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금리를 더 낮추고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그냥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01626612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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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중국 위안화 가치가 사흘 연속 하락 후 0.05% 상승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의 환전소 앞 환율 전광판. 위안화 가치가 3일 연속 하락 후 4일 만에 상승함으로써 위안화가 단기적으로는 안정국면에 든 것으로 보이지만, 신흥국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우)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국내 수출 시장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 자동차수출부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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