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5 제주특별자치도발전 포럼'에서 “일부 편향된 진보 좌파세력들이 주장하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 등 부정적 사관으로 쓰인 역사교과서로 학생들이 우리 현대사를 배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우리는 가난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제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해서 우리나라의 국부(國父)로 예우해 드려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질곡의 역사를 다 품어야 하며, 진영논리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하는 사회가 되었으니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통령이고 최초로 자유민주선거를 실시했던 정권, 한국전쟁 때 외교력을 발휘해 공산화를 막았던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잠시 이승만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돌이켜 보면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앞장섰으며 한국전쟁 때에는 외교력을 발휘해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게 한 공을 평가절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난다. 독립-건국-전쟁을 거친 사회혼란기, 즉 나라를 세우는 역사였지만 한국전쟁이 있었고, 이념갈등이 극심했던 것도 사실이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희생당했다. 또 장기집권의 야욕에 사로잡혀 온갖 부정까지 저지르면서 반민주적인 정치행태가 국민의 삶 속으로 파고 들었고, 급기야 민주세력에 의한 4·19가 터졌으며 곧바로 군인이 정치권을 장악하는 5·16쿠데타로 이어졌다. 아쉽게도 그때마다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과 바꿨고 국제적 지탄도 받았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굴욕의 역사라고 한다면 그 이후에는 희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굴욕과 질곡의 역사, 독재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정의가 바로 서고, 경제력에 걸맞는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다. 그 역할을 우리가 현재 부여 받고 있다. 자랑스럽고 떳떳했던 역사가 빛나도록 할 책임을 다할 때가 되었다.

 

김무성 대표는 결론적으로 자유민주주의 확고한 신념과 한반도 운명에 대한 탁월한 통찰,예지력으로 혼돈과 암흑을 뚫고 우리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낸 부분이 더욱 빛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고 더 나아가 건국이 있었기에 산업화와 민주화가 있어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렇지만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조국을 분단시켰다는 주장도 있고,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 등으로 민주주의 정신에 큰 상처를 남겼고, 3·15 부정 선거와 부정부패, 각종 피격·처형·학살 등 민심이반이 극에 달했다. 그 외에도 혼란기라서 욕먹는 사건들도 많았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면 우선 건국과 동시에 튼튼한 안보 위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뿌리 내리게 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와 민심과 역행한 장기집권이야말로 무서운 대가를 치른다는 평범한 사실을 경험했고, “폭력은 순간이고 “비폭력은 영원하다”라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으며, 정치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외교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남겼다. 그런데 ‘공이 크면 과가 용서받을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이것은 여과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고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용서 받을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으나 사람의 기본권, 절차적/실체적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 등은 역사의 평가에서 잣대가 더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들은 역사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올 문제다.

 

김무성 대표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왜 이토록 수위가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을까? 아마도 광복절 전후하여 선친의 친일행적이 확산되었고, 얼마전에 방미외교활동을 하고 돌아 왔으며, 보수의 뿌리를 지키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그동안 보수층에서 볼 때 진보성향의 행보를 보였던 김무성 대표로서는 보수층 결집도 필요했을 것이다.

 

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우클릭(?)하면서 보수세력의 잠식을 의식하여 이를 막아보려는 의도 역시 엿보인다. 심지어는 문대표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대한 재평가 주장과 차별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리고 대권 주자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입력시키려는 속셈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대표는 아니었지만 김문수, 오세훈 같은 분들도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자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으나 좋은 반응은 아니었음을 계산했을 것이다(극우 올드보수가 전체 보수층을 대변한다고 판단).

 

 

첫째는 더 이상 구체화할 것인가? 아니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이승만의 재평가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닌 만큼 친일행적을 덧칠하거나 도중 하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성싶다. 재평가해야 한다. 만약 구체화하고 싶다면 다음 사항들이 선결조건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 일부에서 서둘다 보면 정략적으로 비춰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러나 이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죠. 그리고 ‘왜 그동안 당에서 아니면 개인적으로 조용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하와이에서 서거한 지 50년이 지나도록 우리 국민들은 왜 찾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왜 그러했는지를 국민들에게 물어야 하는데 문제는 묻는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장기집권과 독재, 부정선거로 젊은이들의 목숨과 바꾼 4·19를 계기로 하야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건국대통령, 초대대통령이었지만 하와이 망명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힘으로 일궈 낸 민주화와 연결된 문제이니만큼 재평가 역시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 여기에 이의가 있으면 대답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을 높게 평가하든 낮게 평가하든 좋은 평가를 말한다. 그러나 행간에는 과가 있어도 넘어가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 따라서 공이 크므로 과를 덮자는 논리가 대부분인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뜻으로 이해되지만 앞으로 모든 전직 대통령들은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김무성 대표가 그러한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나 가치관이 걸린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친일행각을 덮을 수 없듯이 망명이라는 역사적 현실과 4·19, 5·16, 5·18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 존재하는 한 덮어질 수는 없다.

 

세 번째는 광복절 아베 발언에 대해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들마저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우리는 부끄럽게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북한의 도발을 강력대응으로 정리하듯 일본에 대해서도 강력대응이 필요하다. 모든 선거에서 이슈가 될 것이므로 보다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영논리에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보수정권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정당은 수많은 변화를 거쳐 왔기에 혈통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계승 말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얼마 전에 전직 대통령들을 거명하면서 공과에 대한 재평가를 시사했다. 그럴 경우 보수정치세력 결집에 걸림돌이 없을지를 뒤돌아 봐야 한다. 어떻든 우리의 정치에서는 보수정당을 40%이상 지지하고, 진보정당은 20%대를 맴돌고 있다. 보수정당에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마지노선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보수정치에 희망을 걸기보다는 진보정권을 종북(과거에는 빨갱이)이라는 말로 바꾸고, 야당에서 주장할 개혁(국민들이 선호하는 단어)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중도우파처럼 행동한 것이 성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수정당의 지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고, 산업화와 민주화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며 특히 장기간 집권이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에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거기에다 진보세력에서 민주화 이후의 특별한 아젠더와 지도자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보수화가더욱 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보수정권의 정통성을 잘 아는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보수의 가치가 뭔가도 잘 모른다. 진보의 반대편이 보수인지, 개혁을 거부하는 집단이 보수인지 독재정권을 한 집단이 보수인지 등 헷갈려 한다. 이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역사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실증적으로 각인시켜 나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다시 정리해 보면 역사를 재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때 정치권보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평가를 해야 한다. 여하튼 지금은 지지율이 높다지만 만족할 만한 것도 아니다. 역사의 재평가는 이제는 덧칠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역사의 재평가는 이런저런 저간의 속사정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국민들에게 맡기고 “불안하다, 불안정하다, 아슬아슬하다”라는 이미지가 더 이상 고착되지 않도록 “기대할 만하다, 기대해도 좋다”로 바꿔 주는 것이 김무성대표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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