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기존의 선거구 획정에서는 최소 인구와 최대 인구와의 편차를 3배까지 허용하였으나,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고(2012헌마190) 최대 2배까지만 허용된다는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회는 금년 말(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나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고 설왕설래만 했을 뿐 이렇다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대년 선거구 획정위원장은 8월 11일 국회에서 선거구획정기준 및 의원정수 등을 선거구 획정 시한인 10월 13일의 2개월 전인 8월 13일까지 확정해 달라고 거듭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국회가 그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획정안 제출시한인 10월 13일까지 선관위가 자체 마련한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 기한을 넘겼다. 다만 국회의원 총정수를 300명으로 한다는 원칙만 합의한 채로였다. 이로써 국회 선거구 획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고 선관위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단독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선거구 획정 기준과 국회의원 총정수(300명) 및 그에 따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이제 국회의원의 손을 떠나 선관위가 확정하게 되었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선거가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서고,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선거구획정위가 독립기구로서, 역사적 첫 출발을 하게 된 배경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획정안을 기한 내에 꼭 만들어달라는 국민 여망이 담겨 있다”며 공직선거법엔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하도록 하고 획정위 활동 기간도 6개월로 못 박고 있지만, 이번 20대 총선에 한해 정치 일정의 촉박을 이유로 기한을 단축했다면서 이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하면서 획정위는 이전과 달리 독립기구이니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20대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획정안을 10월 13일까지 꼭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어떤 안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획정 기준은 선거구별 평균 인구에서 ±⅓ 이내이며, 2015년 7월 말 기준 전국 인구는 5,144만 8,183명이므로 선거구당 평균 인구는 20만9,139명이다. 이에 따라 하한선은 13만 9,426명, 상한선은 27만 8,851.9명이 된다. 이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제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에 따라 의석수가 늘 수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의 경우 십 수 군데의 선거구가 증가하는 반면에 호남과 경북 지역의 선거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도 획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구 획정은 2018년 제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까지 두고두고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내년 총선의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일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 등 선거제도는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은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선관위로 넘기는 이유에 대한 보도 내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는 지난 8월 18일 제11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여야 간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공직선거법 심사소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법대로 한다. 지역구 숫자를 명시하지 않고 획정위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획정위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지역구 숫자를 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며 국회와 국회의원이 기득권을 더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국회의원수가 299명이나 19대 국회 의원정수는 300명이다. 한 석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세종시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는 공직선거법 부칙에 추가 예외지역으로 돼 있다. 선거구 획정기준 중 자치시·군·구 분할 금지 기준은 여야 간 이견이 있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자치시·군·구 분할 금지는 제1원칙이 된다”며 “도저히 분할하지 않으면 획정할 수 없는 예외지역이 있어 오늘 결정을 못했다”고 밝혔다. 자치시·군·구 분할을 금지하는 기준은 현행 공직선거법상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예외도 있다. 전국적으로 자치시·군·구 2곳을 합친 후 분할한 지역구는 4곳(부산 해운대·기장군, 부산 강서구·북구, 인천 서구·강화군, 경북 포항시북구·울릉군)이다.

 

이들 지역은 자치시·군·구 중 단독선거구를 구성할 수도 없고 연접한 지역구와 1대 1로 통합하면 인구 상한을 넘게 돼 예외적으로 두 개의 자치시·군·구를 묶은 후 분구한 지역이다. 현행법에는 이들 4개 지역은 부칙에 예외로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중구 등 외통수에 걸리는 지역구를 어떻게 만져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지역구가 정해지지 않아 부칙으로 정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당 간사는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등 선거제도와 관련된 사항은 추후 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여야의 이날 합의는 선거구획정위가 자체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을 선언한 상황에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기준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의원정수를 제외한 선거제도 관련 쟁점들은 여야 간 이견이 적잖고 지도부 간 ‘빅딜’도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정개특위는 8월 20일 최종결정을 위한 공직선거법심사소위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결정하지 못한 자치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과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으로 할지 300명으로 할지 여부 등에 대한 최종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선거구 획정의 원칙은 1)선거구획정위의 독립성 2)표의 평등성 3)대표성 4)비차별성 5)투명성의 5가지가 있다. 크게 이를 표의 등가성, 지역의 동질성, 임의성 배제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만 이중 어느 한 가지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인구가 30만 명인 구(區) 2개가 있는 도시를 생각해보자. 지역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 경계를 깨지 않고 선거구를 배정하면 선거구가 4석이 되고, 선거구별 인구가 15만 명이 되어 표의 등가성에 어긋난다. 전체 인구가 같은 또 다른 도시 B에서 한 구의 인구는 24만 명, 다른 구는 36만 명이라고 하자. 만약 B시에서 인구가 많은 구만을 2개로 갈라 18만, 18만, 24만의 3개 선거구로 분할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구 경계를 무시하고 20만 명씩 3개의 선거구로 배분하는 것이 옳은가를 판단해야 한다. 실제 사례인 인구 26만과 34만의 2개 구로 나누어진 천안시라면 17만, 17만, 26만으로 나눌 것인가? 모두 20만 명으로 나눌 것인가? 이런 애매한 점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1. 기초자치단체의 경계는 가능한 한 깨지 않는다.

2. 읍·면·행정동의 경계를 깰 수 없다.

3.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의 경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4. 상한 인구를 넘기면 2석, 상한 인구의 2배를 넘기면 3석, 3배를 넘기면 4석, n배를 넘기면 n+1석을 배정받는다.

5. 평균의석의 n배를 넘으면 n석을 배정받는다.

 

따라서 먼저 전체 지역선거구 의석을 정한 후 계량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광역시도별로 적정의석을 배분하여 그 의석수를 바탕으로 광역시도 안에서 선거구를 재편하는 것이 전체적인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선거구 획정을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전체 선거구 의석수를 246석으로 정한 후 광역시도별 인구비중에 따른 적정의석을 산출하면 서울 48석, 경기 59석, 인천 14석, 부산 17석, 울산 6석, 경남 16석, 대구 12석, 경북 13석, 광주 7석, 전남 9석, 전북 9석, 대전 7석, 세종 1석, 충남 10석, 충북 8석, 강원 7석, 제주 3석을 부여받을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54석이다.

 

지난 8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내년 총선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을 위한 공청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정치권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 정원 증가와 비례대표 확대 여부에 대해 참석자들은 여러 가지 이견을 나타냈다. 이 공청회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총정수를 늘리는 한편 사표 방지와 비례성 강화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의원 총수 증원에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현행 의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한국 정치학회 추천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최대 관건은 의원정수의 확대”라며 “현재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은 의원정수 확대와 비례제 강화”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불신을 감안해 의원정수 확대가 쉽지 않겠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발전과 연계돼 있고 이를 통해 지방과 농촌의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법무법인 새서울 대표변호사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의 보완을 위해 의석수를 조금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국민들의 정서상 증가되는 의석수는 최소한의 범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의석수에 비례해 세비 삭감 등을 적극적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회가 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의 국회의원 숫자가 보장되지 않으면 행정부를 견제할 힘이 약해진다”면서 “국회의원 숫자가 증가하면 개별 국회의원의 특권이 줄어들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아져 후보자 간 검증과 정책경쟁은 강화되며, 새로운 정치인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을 감안해 의원 총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창균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여론도 헌법재판소의 결정 못지않게 결정적인 제약 조건”이라며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보다 증원하는 것은 정치현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비례대표 숫자를 현재보다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지역구 숫자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국민들의 정서상 국회의원 정수 증가가 어려운 경우에 증가된 지역구 의석수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총정수 논의와는 별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추천으로 공청회에 참여한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유의미한 것은 비례 의석 비중을 높이는 것”이라며 “현행제도는 지역구 의석 비중이 비례의석보다 높아 불비례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금창호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 역시 “비례대표의 선출방법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의석을 늘려도 지역주의 문제 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비례대표의 선출방식의 조정은 현행의 지역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제안했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김종갑 입법조사관은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선 권역단위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금창호 부회장은 “현행의 문제점인 지역주의 완화에 국한할 경우엔 석패율제에 비해 권역별 비례제가 좀더 우위의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J일보 보도)

 

한편 8월 2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제20대총선에는 반드시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무엇인가?

 

오픈 프라이머리는 미국의 선거방식을 말한다. 투표자가 자기의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아니하고 투표할 수 있는 예비 선거를 말하는 것이다. 미국선거제도는 한국처럼 당에서 후보를 공천하여 후보를 내보는 것이 아니고 한 당에서 후보 4~5명 정도 누구든 원하는 자는 다 후보로 나선다. 이 후보들이 1차 투표를 통해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최종후보가 된다. 이 예비선거에서 한 후보가 전체주민의 60% 이상을 확보하면 이 예비선거는 최종선거가 된다. 그러나 후보들이 10여 명 이상이 되므로 표가 분산되어 그런 확률은 거의 없다.

 

이 제도는 당의 공천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후보를 주민들에 의해 선택하자는 미국식 방식이다. 이 반대는 클로즈드 일렉션(closed election)이라고 하여 흔히 말하는 대의원에 의한 선거를 말한다. 일종의 간접적 참여방식이다. 미국은 주마다 선거 방식이 약간 달라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주도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당의 정체성만을 주장하는 대의원이나 당원보다는 국민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주장되고 있다. 한 번 도입해보는 것도 선거를 흥미 있게, 국민적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게리멘더링이란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즈주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는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선거구를 분할하였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전설상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하여 이를 게리(Garry)의 이름과 합하여 게리맨더(Garrymander)라고 불렀고, 이와 같이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당선을 유리하게 선거구를 지리적 구역과 다르게 기형적인 모양으로 분할한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구를 법률로 정하게 하고 있으며, 행정구역의 경계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구의 인구 기준보다 약간 미달하는 시·군·구의 선거구를 유지시키기 위해 다른 선거구의 일부를 떼어 선거구의 인구 기준을 약간 상회하게 인위적으로 구획하거나 행정구역의 경계가 접하지 않은 시·군·구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것은 금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최근으로는 수원시와 용인시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기흥구 동백동이 용인갑으로 편입된 사례로 헌법소원까지 제출되었다. (위키백과 참조) 제20대 선거구 획정에서는 게리맨더링이 없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