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한국노총은 지난 8월 22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국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청와대는 정권이 바뀌기 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역대 집권자처럼 중요 업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건국 이래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모두 국가 원수가 됐다. 국내외의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고 부담감이 커진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금융실명제, 김대중 대통령의 IMF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강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등이 롤 모델이다. 평가가 갈리더라도 일단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먼저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라는 키워드는 이래서 집권 후반기 속도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창조융합벨트, 4대 부문 개혁은 앞서 언급한 역대 대통령들의 성과와 맞닿는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경제부흥을 일으켰던 1970년대를그리워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업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후보 시절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한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2의 경제부흥’을 이끌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건 과거를 돌이켜볼 때 당연하다.

 

실상 이번 광복절 경축사와 행사 내용은 일제 강점기보다 1970년대 근대화 과정에 주목했다. 특히 70주년 광복절은 우리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뤘는지에 관심을 뒀다. 일제의 악행도 다시금 상기했지만 그보다 경제발전을 이룬 노고와 이를 치하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청와대가 강조하려던 국정기조가 광복절을 전후해 사회 전반에 스몄던 셈이다. 올 8월 25일이 정권의 반환점인 만큼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싸움에서 청와대가 우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집권를 계승, 발전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결국 70년대 경제 발전사를 회고함으로써 이번 정권이 더욱 힘을 받았다. 지난 7~8월 초 리서치 기관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보면 청와대의 의도가 성공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지도자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혔다. 40%에 달하는 응답자가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우수하다고 여겼다. 특히 50대, 60대 연령층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각각 62%, 71%가 넘는 비율이 그를 해방 이후 최고 대통령이라 답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는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렸다. 리서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이번 광복절은 박 대통령과 주변 참모진의 또 다른 성공작이다.

 

이처럼 청와대의 여론 조성은 성공을 거듭했다. 지난달 6일 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 역시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시 담화문의 주된 내용은 4대 개혁 방향이었다. 리서치 기관의 조사 결과 대통령 담화를 지켜본 국민 가운데 47%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여론으로 따지면 이번 정권의 국정과제 수행과 개혁 추진은 성공 확률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현 국제 정세와 경제 여건이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사실상 어렵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세계 경제 위기, 이에 따라 파생되는 금융 불안정성과 청년 실업 사태 등이 걸림돌이다. 낮아진 잠재성장률과 한반도 리스크도 상황을 악화하는 변수다. 이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한계 상황에 다다른 우리 경제가 정권의 최대 짐이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온 ‘5030클럽’ 발언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감이 있다. 인구 5천 만 명,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속하는 일곱 번째 나라, 그러한 국가가 되자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자체가 일종의 위기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장밋빛 미래에 의구심이 없지 않다. 김창배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성장 및 성장 둔화 속도는 우려스럽다. 김 위원은 “OECD 전망을 봤을 때 우리 잠재 성장률은 2015년 3.59%에서 2022년(2.9%) 2%대로 떨어지고 2034년(1.91%)에는 1%대로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GDP 3만 달러는 2017년, 4만 달러는 2022~2026년에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2만 달러 이후 4만 달러 달성 기간은 17년으로 OECD국 중 4만 달러를 달성한 경험이 있는 21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찾은 해결책이 창조와 문화, 개혁이다. 이들을 연결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게 이번 정권의 행보다. 전국 17개소에 흩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돋보이게 하려는 일련의 과정이 이를 방증한다. 집권 전반기 있었던 규제 철폐와 대기업 러브콜은 일종의 중간 단계였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라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의미다. 국정기조를 추진하는 데 대기업의 도움이 절실했고 이를 이끌어내려면 규제개혁, 경제인 특사 같은 기업 끌어안기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의 국정기조가 집권 후반기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이들 키워드 뒤에는 4대 개혁과제가 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개혁이 성장엔진에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라고 비유했다. 이러한 개혁과제를 원활히 수행해야 성과물이 나온다는 얘기다. 공공부문의 경우 청와대는 공무원 연금, 공공기관 중복·과잉 기능 통폐합, 정부 예산 개혁을 언급한다. 해당 과제를 해결해서 공공부문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장애물이 없지 않다. 성공적으로 여겨진 공무원 연금 개혁은 지난 5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0년 도입 뒤 모두 세 차례(1995년, 2001년, 2009년) 개혁된 공무원 연금제도가 여전히 문제로 거론된다. 관련 법령이 정비됐지만 변하지 않고 방치된 시행규칙, 공무원연금 재정의 투명성 강화 등이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공공기관 중복·과잉 기능 통폐합은 반발이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지는 공공기관은 정부에게 짐이다. 이를 해결하려 재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부터 이미 빚 감당이 어렵다. 지난 7월 추경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지자체의 중복·과잉 예산 책정 등이 일종의 딜레마다.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부터 건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문의 경우 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뜨겁다. 최근 청와대는 공공기관에 임금 피크제를 도입키로 했다. 대기업은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산그룹은 내년 1월 1일부터 전 계열사에 임금 피크제 도입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도 총수가 직접 나서 임금 피크제 환영 의사를 표했다.

 

이처럼 노동개혁이 연금개혁 이후로 강력히 추진되는 양상이다. 한국노동자총연맹 등의 반대가 있지만 청와대 의지는 강력하다. 한국노총은 “(대통령은) 정년연장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115조에 달하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은 711조라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보유 중이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년연장으로 인해 늘어난다는 인건비 115조보다도 무려 6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자 단체가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노동개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교육부문과 금융부문 개혁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여럿이다. 교육부문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과도한 스펙 쌓기 해결, 교육재정 개혁 등이 주요 사안이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사교육과 학벌 중심의 사회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를 해결하려 자유학기제를 전면 확대하고 선취업·후진학,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등을 추진한다.

 

하지만 교육부문 개혁은 다른 과제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낮은 경제성장률에서 오는 실직사태와 고용불안정, 청년실업률 증가라는 문제가 고질병처럼 사회에 만연하면서 다른 부문의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금융부문의 경우 박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대국민 담화에서 뒤떨어진 금융 경쟁력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80위권의 금융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는 우리 금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고 대안 산업인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 전문은행 등을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청와대는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금융개혁은 청와대의 추진 의지와 달리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문제로 언급된다. 이 때문인지 개혁에 나서야 하는 금융당국은 움직임이 분주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 3월, 현장과 소통하는 금융개혁을 부르짖으며 ‘금융개혁 현장 점검반’을 구성했다.

 

아울러 금융개혁 홍보물 제작·배포 등에도 나섰다. 금융부문 경쟁력을 높이려고 개혁을 추진했지만 일선과 괴리감이 크다는 판단에서 현장을 찾겠다는 의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혁이 추진되더라도 그 내용이 일선 금융사에 전달, 확산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현장의 요청사항을 듣고 금융개혁 방향과 개선 과제를 설명하려는 차원에서 소통 창구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