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이 지난달 17개 광역시도에 모두 완성되었다.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며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책 실현의 핵심거점이자 창업 허브로 지역주도로 선정된 특화 전략산업 분야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지원하고 지역인재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도록 돕는다.

 

창조경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전의 질서보다는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해진 때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등장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방법론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기술을 융·복합하여 전혀 새로운 성과를 내며,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업화하는것이다. 현재는 17개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온라인 중심의 사업 아이디어 개발·지원센터인 창조경제타운 등을 핵심으로 정책을 구체화시켜 나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 질서가 자리 잡았다. ‘뉴노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질서는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등을 골자로 한다. 우리 사회 역시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실제로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2015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깝다. 세계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015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저성장과 함께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의 주변 국가들의 정책은 우리 경제를 더욱 힘든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조경제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제시한다. 먼저 중소기업과 벤처 투자를 지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킨다. ‘고용 없는 성장’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실업난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주장하며 창업과 혁신을 경제발전의 새 엔진으로 삼아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IT·하이테크 분야를 육성하고 벤처 캐피털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제도적 안정성을 위해 불확실성을 제거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 들어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책의 시작점이다. 센터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속성 보장이 최우선 과제다. 서울센터를 비롯해 전국 17개 센터는 모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구축됐으나 정권의 이름을 내건 사업의 경우 정권이 교체되면 사라지기 일쑤여서 민간기업 참여를 통한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의 핵심을 ‘문화융성’에 두고, 최근 수차례 강조했다. 현 정부가 문화융성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해외에서 비약적으로 확산돼 가는 한류를 더욱 발전시켜 국경과 인종, 이념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경제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경축사에서도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하다”며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인 소재에 창의성과 상상력이 결합된 융복합 문화 콘텐츠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문화융성은 단순히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차원이 아닌 경제 재도약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한계를 넘어 경제 성장을 돕고,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산업화의 맥락에서 ‘문화융성’을 이해해야하는 것이다.

 

세계화, 통신기술 발전 등의 요인은 문화콘텐츠의힘을 강하게 만들었다. 문화콘텐츠가 시·공간을 초월해 소비되면서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pixar)의 성공은 문화콘텐츠가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픽사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융합을 뜻하는 ‘실리우드’가 정착했으며, 지금까지 총 15개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서 약 11조 원의 누적 수익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이 11조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문화콘텐츠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를 더 이상 우습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핵심은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다. 지난 해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영화<겨울왕국>에 한국인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세계무대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인재 유출이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을 인지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즉,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고 그 인재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다.

 

이런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나 드라마의 국내촬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 영상물 국내 촬영시 현금 보조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국내에서 제작한 영상물의 제작비 일부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경제는 국가주도로 발전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됐다. 대기업 중심의 시장은 불균형을 초래한다. 거대자본을 내세운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튼튼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중견기업이 강해져야 한다. 대만과 독일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이 나라 경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벤처기업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이 이루어지는 환경이어야 한다.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벤처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실패한다고 해서 재기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환경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날개’라고 표현했다. 경제부양을 위한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대로 날기 위해서는 날개에 힘들 실어줘야 하고, 양쪽 날개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 차세대 먹거리산업 개발 등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별개로 추진되기보다는 새로운 동력사업으로서 함께 커나가야 한다.

 

8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5년 임기 중 정확히 절반이 지나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해 잘 못했다는 평가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 국정 지지율이 60%대 후반이었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국정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내세웠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미비하다. 핵심 국정과제였던 창조경제나 문화융성사업은 인프라 확충에만 시간을 낭비했다는 중론이다.

 

정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내실이 더 중요하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당·청 협력을 강화하고 일부러라도 직언을 구해 시행착오를 줄여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앞으로 2년 6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우선 전반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시기별 계획을 세워 점검하여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