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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한국사회 출구를 찾아라분노 살인이 빈발하는 한국사회 해법은 없는가?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8.12 11:50|(185호)
요즘 한국사회는 분노 사회인가? 어느 시대고 분노가 없는 시대가 있으랴만 특별히 최근의 한국사회는 분노가 봇물처럼 넘치고 있다. 묻지마 살인이 횡행하고 분노가 일상화되어 사람 마주보기가 두려워지니 이게 어디 공동체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치·사회적 갈등 및 경제, 교육, 문화, 노동,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산적한 현실도 큰 문제이다. 식자들은 사회가 병들어도 너무 크게 병들었다고 우려한다. 왜 이처럼 한국사회가 분노의 사회로 추락했을까? 그 원인은 무엇이고 치유의 방법은 무엇일까? 분노는 이제 사회학자들의 관심거리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주는 어떤 경고가 아닌가 하여 염려스럽다.
 
분노 살인이 주변에 빈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회학자들과 병리학자, 심리학자들이 나름대로 깊은 연구를 내놓고 있지만 시원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더 큰 사회문제로 번지기 전에 분노에 대한 많은 사회적 담론이 있어야 하겠다. 사회적 담론의 마중물로서 정경뉴스는 우선 언론에 나타난 몇 가지를 현상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분노보다 분노조절장애가 범죄를 부른다
‘분노의 사회’란 마치 영화나 소설의 제목 ‘분노의 질주’, ‘분노의 포도’처럼 그 자체로 대단히 반항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언어적 뉘앙스로 보면 매우 역동적이면서 결과적으로는 파괴적 사회성을 가진다. 분노(憤怒)란 몹시 격노하여 성(화·火)을 내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격분, 격노, 노여움, 울화, 울컥 등 유의어가 많다. 분노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극히 개인적 감정의 변화이지만 그 컨트롤(제어) 한계를 벗어나면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폭발하여 사회적 위해(危害)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감정 상태이다. 그러므로 분노는 그 자체보다 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하게 되는 분노조절장애(Anger Control Disorder)가 더 큰 위험성을 가진다. 정상인의 대부분은 분노를 참아서 이겨낸다. 인내가 분노의 특효약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르다. 분노조절장애는 모멸감이나 부당함, 억울함 등의 감정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 속에 화가 과도하게 쌓여있다가 나중에 무엇인가가 그 감정을 자극하면 마치 바늘로 풍선을 터트리듯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분노조절장애는 성장과정에서 정신적 상처를 경험했다거나 그런 후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었을 경우에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분노는 참을수록 좋지 않다고 하여 적당한 수준에서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좋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것은 분노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병적인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인내와 발산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없이 외부로만 표출하려고 하는 것을 의학적으로 분노조절장애라고 판단한다.
 
분노조절장애에는 충동적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충동적 분노 폭발형은 흔히 말하는 다혈질 스타일로,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형태이고, 습관적 분노 폭발형은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스타일로 시간이 갈수록 분노 표출 빈도가 점점 높아지는 경우다.
 
   
▲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훈련 도중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난 5월 사건 현장의 모습.
 
살인을 부른 분노조절장애 환자
개인적 또는 사회적 분노가 많아지는 상태에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환자까지 증가하면 이것은 큰 사회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 말하자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상을 향해 무차별적 분노를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움직이는 폭탄 같은 살인병기가 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다. 지난 5월 13일 서울 수도육군사령부 예비군 훈련장 사격장에서 예비군 병사 한 명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격 훈련 중이던 다른 동료 예비군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뒤 자살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신문에 실린 사회학자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이것이 전형적인 ‘묻지마형 분노 범죄’의 표본임을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의 상체 부분을 정확하게 조준해서 사격한 점에서 의도된 범죄로 규정하여 그렇게 진단했다. 실제로 가해 병사가 이 범죄를 계획했던 정황도 포착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왜 하필 무고한 이웃을 살해하는 이런 식의 범죄를 계획했을까? 그 동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과 추측이 가능하다.
 
이 사건 이후 다시 한국사회의 분노조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분수처럼 품어져 올랐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을 쓴 학자들의 목소리를 신문기사를 토대로 분석해보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범죄는 사회적 박탈감과 극단적 분노가 잔혹한 범죄 형태로 표출되는 경우로 이것은 통제 불가능한 분노 유형이다. 사회 구조적 모순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범죄자의 특징은 사
회 부적응자이거나 사회적 반감, 반사회적 태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회 때문에 자신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그 피해 의식을 사회구성원 누구라도 관계없이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분석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의 경우 국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나 실망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았을 때 분노의 감정이나 피해 의식이 더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그 돌출된 분노가 방아쇠를 당겼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웅혁 건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해외 캠퍼스 내 총기 난사 사건과 유사해 보인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정적 모멸감과 소외감의 앙갚음으로 표출된 다중살해적 공격행위인 것 같다. 요즘 분노 해소 또는 이것을 참는 데 취약한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 혹시 1박 2일 훈련 상황에서 전날 밤에 합숙한 동료와의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사람들이 점점 참지 못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발전을 갈구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한국사회가 최근 정체기를 만나 기대와 현실이 다른 데서 오는 좌절감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 정신과 교수는 “충동조절 장애가 원인이다. 일종의 정신병이다”라고 진단했다. 모두 젊은 세대의 분노조절능력 상실을 문제로 본 것이다. 그 분노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결과는 끔찍하고 충격적적이다.
 
길거리에서 생면부지 여학생 살해
   
▲ 지난 5월 23일 새벽 전라북도 전주시의 인적 드문 골목에서 19세 남성이 67세 노인을 약 25분간 폭행하고 있는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 (사진 출처=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분노조절장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이 현상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지난번 젊은이가 생면부지의 나이 든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노인이 사과했는데도 가던 길을 되돌아와 거듭 폭행했다는 것은 분노조절장애라고 간단히 치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이 청년의 경우 사회적 통념과 예절, 인간으로서의 도덕성까지가 모두 상실된, 어쩌면 인간이기에 필요한 기본적 윤리까지 몽땅 증발되어버린 동물적 패륜 현장을목격하는 것 같아 우리를 슬프게 했다. 분노에 의한 이런 패륜의 범죄는 흔치 않게 나타난다.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
 
분노 폭발은 비단 사회 현장뿐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노동의 현장 및 가정, 특히 배우자 사이에서도 분출된다. 예를 들어서 보육교사가 원아를 폭행하는 사건, 한밤에 TV소리가 시끄럽다고 이웃집 담을 넘어가 이웃을 살해한 사건, 주차장 시비로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 지난 2월 27일 세종시에서 사실혼 관계인 여성의 오빠와 아버지, 동업자에게 엽총 난사 후 자살한 사건, 2월 29일 전 모(75세) 씨가 화성에서 형과 형수, 현장 출동한 순경을 엽총으로 사살한 후 자살한 사건, 지난 3월 경남 진주의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노동일을 구하러 온 다른 50대 남성 3명에게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크게 다치게 한 사건 등 분노 살인 사건의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건은 분노가 치민다고 길 가던 생면부지의 여학생을 칼로 살해한 소위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이를 무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직장 상사에 대한 분노 표출이나 고용주에 대한 분노 표출 등은 치밀하게 계획한 테러적 성격을 띠는 것도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어떤 불만이든 자기감정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일단 정신병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분노 표출로 집단 공격하는 보상심리
고려대 김문조 교수도 우리 사회를 증오의 사회라고 규정했다. 한국사회의 갈등 요인은 갑을논쟁에서 비롯되는 특권층에 대한 증오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에 나타난 시민들의 심리는 사건의 잘잘못을 법리적으로 가리기보다 오히려 재벌의 딸이 망신당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보상심리가 팽배해있다면서 그동안 특권층에게 당한 울분을 이 사건을 통해 해소라도 하려는 듯 집단적으로 궐기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일촉즉발, 분기탱천으로 표현되는 증오와 분노의 요소가 대단히 많이 내재해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갈등 관리의 관건이라며 ‘따뜻한 눈길’이 그 해답이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신구세대의 갈등에 대해선 “우리 사회는 성장 가도를 달리던 팽창기를 지나 이미 수축기에 접어들었기에 팽창기의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기성세대들은 취업난, 불황,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바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분노조절장애는 위 예에서 본 바와 같이 나이와도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황혼기의 부부간에도 분노 표출 잦아
요즘은 황혼기에 접어든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역(逆)황혼이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퇴직 후 경제력을 상실한 남편(K)이 경제권을 틀어쥔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내기 어렵게 되자 홧김에 재산 분할을 받아내기 위해 이혼소송을 한다는 것이다. K씨는 돈을 벌어오라는 아내에게 구박과 구타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한때 가부장제 하에서 젊은 시절 잘나가던 남편들은 은퇴 후 갑자기 사회적·가정적 위상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아내는 자식들의 응원을 받고, 경제권까지 독점하여 가정 내에서 여성 상위로 뒤바뀌게 된다. 남편은 거세된 신세로 타락하여 나날이 분노 속에서 울분만 쌓아갈 뿐이다. 그 표출이 아직은 황혼이혼 아니면 가출이지만 앞으로 노령화 사회가 도래하는데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이다. 노인층의 분노 범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이 황혼 분노 이혼을 포함한 노인문제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가족 간의 기존 유대를 흔들 우려가 있는 만큼 세밀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뿌리가 흔들릴 염려도 있어 보인다. 노인들은 사상의학적으로도 목(木)성이 강해져서 옹고집이 많아진다고 한다. 풀이하면 타협과 대화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다. 작은 일에도 발끈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욱’하고 분노를 유발하는 사회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분노 유발하는 사회’라는 칼럼에서 앞뒤를 헤아림 없이 불끈 일어나는 분노를 ‘욱하다’라는 우리말로 표현했다. ‘욱하다’는 ‘욱하는 성격’, ‘욱하고 치밀다’ 등으로 쓰인다.
 
김 교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분노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경고하면서 최근 관찰되는 사건들이 과거보다 황당하고 잔인하며, 피해 규모가 크다면서 분노 사건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거이고, 이것은 사회통합이 약화된 증거라고 분석했다. 분노조절장애 환자도 매년 증가하여 2013년에는 4,934명이나 되었다고 한다(건강보호심사평가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상당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문제는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이 무엇이냐인데, 일차적 원인은 유전적 특성을 포함한 정신 병리적 요인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노를 증가시키는 사회적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환경은 다시 개인적 차원과 구조적 차원으로 나뉘는데, 개인적 차원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은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다. 자신이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나 조직에 대한 불만을 낳고 이 불만이 쌓이면 분노로 폭발한다는 것이다. 이때 그 분노의 대상은 가까운 지인도 될 수 있고, 불특정 다수도 될 수 있다. 이 경우 주목할 것은 환자(범인)가 분노의 원인을 불공정한 현실에서 찾기 때문에 분노 폭발과 그로 인한 희생에 대하여 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황당한 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차원의 분노의 원인으로 경쟁지상주의와 경제적 양극화를 꼽았다. 경쟁지상주의는 결과적으로 다수를 좌절시킬 수밖에 없고 이 좌절이 다수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며, 경제적 양극화의 경우에는 갈수록 견고해지는 부의 세습이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키고 이 박탈감이 사회에 대한 증오로 발전하여 분노로 폭발하고, 주위에 대한 잔인한 범죄로 표출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노가 모두 범죄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갈수록 분노 유발의 사회로 진화하여가고 있고, 이들의 분노 폭발 대상이 노약자,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므로 분노조절장애 예방 교육이나 사회적 갈등 요인 제거를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분노의 하이킥?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분노의 하이킥!’이라는 논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수차례 위헌이라고 경고했던 국회법 개정안이 단어 하나만 수정된 채로 청와대로 넘어오자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여의도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임기의 반이 지났는데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에게 질질 끌려가는 여당,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 분노의 일갈(一喝)에 그동안 계류 중이던 61개 민생법안이 물꼬가 트이듯 풀려났다. 비록 새누리당 단독처리였지만. 만약 그대로 두었으면 이것도 각각 61개의 꼬리를 달고 통과되었을는지 모른다.
 
대통령을 분노케 하는 국회, 우리 사회는 어느 분야고 타협과 협조가 통하지 않는 사회인가? 그것이 국정의 현장에서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대립과 갈등으로만 치닫는다면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가 바로 설 수 없으리라. 정치는 이미 오기와 몽니의 정치로 추락한 지 오래되었다. 여야는 타협을 이끌어내는 공론의 장을 벗어나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는 제로섬게임으로 치닫는 투쟁의 장이 되었다. 이러니 사사건건 분노만 치솟을 따름이다. 이 현장도 몇 해 전만 해도 온 국민이 지켜보던 가운데 체류탄, 도끼, 공중부양이 횡행하던 현장이었다. 이런 공공장소에서도 분노의 폭발이 가능한 것을 지켜본 국민이 분노 폭발의 TPO(시간, 장소, 사정)를 굳이 가릴 이유가 있겠는가? 정치의 분노조절장애가 국민을 오염시키는 주역이었다.
 
고속성장 속에서도 인성(人性)교육 되찾아야
한국사회가 점점 참지 못하는 사회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이를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만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이런 풍조가 생긴 것은 너무 현실적 실리와 공리에만 빠져 공동체적 삶의 질서를 소홀히하고, 자녀에게 인성교육을 무시해왔던 사회교육풍토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학자가 대부분이다. 요즘 젊은이에게 충동조절장애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그 뿌리가 모두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현상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아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 고유 가치인 전통적 효사상(孝思想)과 예(禮)교육, 도덕적·인문적 가치와 같은 미풍양속들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지를 되돌아보자. 해방 후 70년 동안 인성교육을 소홀히 해온 그 누적된 결과가 지금에 와서 표면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따갑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마지막 희망 걸어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은 지난 2014년 12월에 국회가 출석 인원 199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서 올해 7월 21일에 시행하게 될 ‘인성교육진흥법’이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 급 학교에서 구체적인 예산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인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의무로 규정했다. 이 법은 세계 최초로 국가가 학생들의 인성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유일한 법이다.
 
대학 입학과 기업의 채용 시험에서도 인성을 평가·반영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바야흐로 인성교육시대가 열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예(禮), 효(孝), 정직(正直), 책임(責任), 존중(尊重), 배려(配慮), 소통(疏通), 협동(協同), 의사소통능력(意思疏通能力), 갈등해결능력(葛藤解決能力)’이 주요 골격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 1월 7일 70개 문항의 ‘인성평가자가진단법’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태극기·무궁화 등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친구들의 고민을 잘 해결해준다’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등의 문항들이 들어있다. 아직은 내용이 많이 미흡하지만 교육부는 인성교육에 대한 체계적, 효과적 추진 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다. 인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느냐는 기술적 문제가 있겠지만, 한 해 두 해 시행착오를 거치면 효과적인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 본다. 특히 우리나라는 본래 인성이 뛰어난 국가였기 때문에 국민의 체질 속에도 인성 DNA가 흐르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지금까지의 지식·기술 위주의 교육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삭막한 교육 풍토에서 나타난 인성 파괴와 공동체 정신 붕괴로 인해 황폐해진 사회를 조금이나마 치유해보겠다는 교육부의 의도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온전하고 건전한 사고를 지닌 전인적 인격체를 육성하여 건전하고 협동하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가 더 황폐해지기 전에 이런 자구 노력이 있다는 점은 대한민국의 장래가 아직은 희망이 있어 보인다는 뜻이다.
 
의외로 쉬운 분노조절의 해법
마지막으로 분노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위해 감정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우선은 자신의 노력으로 인한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감정 훈련이 필요하다. 분노를 무조건 억압하기보다는 대화 상대를 찾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토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분노 폭발이 타인에 대한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순간적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분노가 끓어오를 때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감정 표현을 잠시 멈춘다. 분노 폭발은 단 몇 초에 일어나고 참으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므로 1분의 시간을 60초로 나누어 생각하는 습관을 지닌다.
 
이러한 방법의 반복적 연습이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분노 폭발을 조절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은 ‘나는 화를 조절해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자기 격려와 30초 동안 모든 행위를 멈추기, 제3자로서 상황을 관조하기 등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항상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분노를 이기는 첫걸음이다. 지금부터 한국사회를 분노 없는 사회로 만드는데 모두 동참하자.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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