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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70주년 70가지 이야기’사연 담은 전시품, 근현대사 재조명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8.10 15:29|(185호)
올해는 특별하다. 매해 다가오는 광복절이지만 이달 15일은 그 햇수가 일흔 번째를 맞는다. 대한민국 전체가 기념일 의미를 되새기고 후대에 교훈을 남기려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달 7일부터 특별전시를 열었다.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역사를 되짚는 일은 의미가 깊고 더욱이 광복절 전후라면 시간을 내어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 (위 사진) 보성전문학교 교수였던 이하복 씨는 1944년 고향인 서천으로 내려와 농촌계몽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학생들 교육을 위해 만든 태극기를 전시회에 내놨다.(아래 사진) 봉제일로 어렵게 생계를 책임지던 김금자 씨는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1970년대 초 여전히 가난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12개월 할부로 이 텔레비전을 구입했다.
인생 발자취 담은 전시
적당한 시기에 적합한 전시가 열린다. 지난 2009년 ‘국립대한민국관’에서 명칭을 변경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역사박물관)이 광복절 특별전시를 준비했다. 기한은 오는 9월 29일까지다. 해당 전시는 굵직한 인물에 주목하기보다 소소한 일상에 초점을 둔다. 올 초부터 시작한 광복 70주년 전시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역사박물관은 지난 2월부터 광복 70주년을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와 전시를 열었다. <3·1절 기념 대형 붓글씨 퍼포먼스>, <울림, 안중근을 만나다 특별전>, <대학생 근현대사 탐방 경연대회>, <해외 현지 근현대사 교육> 등 국내외를 아우른다.
 
이 같은 행사에 이어 마련된 <70년 세월, 70가지 이야기>는 광복 뒤의 역사를 살핀다. 그간 우리 국민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본다. 다른 박물관이 독립 운동사의 주인공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조연들에 시선을 돌린다. 역사박물관은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가 보통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광복절을 계기로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전이다. 국가건설, 경제발전, 민주화의 시기를 걸어온 우리 국민의 위대한 70년 여정을 조명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물관이 밝힌 기획 의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광복 70년 역사를 개인의 생활사 중심으로 바라본다. 해서 전시는 역사를 크게 되짚기보다는 작은 일상에 관심을 둔다. 역사박물관은 “평범한 시민이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어려웠던 과거를 극복했지만 이를 기억하는 세대가 줄었다.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 시대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의 진솔한 역사 경험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의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정신을 되새기는 데 있다. 역경을 이겨낸 정신을 잊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일에 교훈으로 삼자는 얘기다. 박물관 관계자는 “오늘날 높은 수준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원동력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최선을 다한 시민의 피와 땀이 있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련과 역경 극복이 가능했다. 일반 시민이 경험한 역사를 기억하고 개념화하는 게 균형 잡힌 역사의식과 인식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획 의도에 맞게 이번 전시회는 유난스럽지 않다. 소소하고 소탈한 특별전시회 이미지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지도 않다. 공고를 통해 전시품을 빌리고 기증을 받아 콘텐츠를 풍성하게 했다. 예상보다 많은 전시품이 몰렸고 박물관 측이 선별에 선별을 거듭했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왕식)과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민간위원장 정종욱)는 특별전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를 7월 7일부터 오는 9월 29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흥미로운 전시 구성 … 일기부터 냄비까지
전시물은 특이하면서도 특별하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전시회 소개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갈라진 디스플레이 액정이 연결되면서 전시회 의도와 간략한 설명을 보여준다. 짧은 영상이니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살피는 게 나쁘지 않다. 영상을 훑어보고 1층 기획전시실을 돌면 크게 세 가지 주제의 전시품을 만난다. <1부, 귀국선과 피난열차>, <2부, 일터에서 거리에서>, <3부, 인생극장: 우리 시대 사람들, 그리고…>가 테마다. 1부 전시내용은 광복 직후부터 6·25전쟁 발발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주요 전시물은 광복이 되기 한 해 전 제작된 태극기, 독립운동가 김붕준로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가족사진 등이다. 모두 가슴 뭉클해지는 전시품이다. 당시 애국 열사들은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려 인생의 행로를 바꾸고 타지에서 고생해야 했다. 손수 만든 태극기를 숨겨야 했고 망명 뒤 귀화인으로 조국 품에 안겨야 했다.
 
이외에도 6·25전쟁 경험을 기록한 일기와 구두닦이통이 눈에 띈다. 역사학자 김성칠은 서울서 겪은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한 글로 남겼다. 이념 대립으로 북과 남을 택해야 했던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1951년부터 3~4년에 걸쳐 구두닦이를 했다는 황인덕 씨는 낡은 나무통을 박물관에 전시했다. 소년 가장 역할을 하며 가족 생계를 돌보던 그가 사용했던 구두닦이통이다. 소장자는 훗날 철도청 공무원으로 재직해 조국 근대화에 기여했다.
 
<2부, 일터에서 거리에서>는 전쟁 폐허를 딛고 일어선 이들을 주목한다. 그들의 삶이 묻어난 물품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봉제 근로를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는 김금자 씨의 전시품은 금성에서 만든 텔레비전이다. 금성은 LG 전자의 전신으로 국내 가전산업의 주축을 담당했다. 지금은 흔한 TV가 당시에는 고가품으로 시골 마을에는 한두 대가 고작이었다. 무려 12개월이나 걸려의 귀화허가집조, 광복군으장만한 TV로 김금자 씨는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미안함을 달랬다. 몸이 아파서 치료비가 모자랄 때도 팔지 않았다는 TV가 전시회장 중간에 놓여있다.
 
김말련 씨는 냄비를 전시품으로 내놨다. 한때 시장에서 냄비장사를 했다던 그녀가 40년 세월 사용했던 조리도구다. 모양은 여느 냄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연이 담겨 소중함을 더한다. 이밖에 잃어버린 줄 알고 발을 동동 굴렀다는 아들의 대학입시 수험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다는 토목공학자의 대학 시절 카메라, 미국 유학 때 입었다던 대학교수의 에어로빅 유니폼 등이 시선을 끈다. 모두 낡고 허름해 그냥 지나쳤을 물품인데 박물관 측에서 사연을 더해 흥미 있게 구성했다.
 
<3부, 인생극장: 우리 시대 사람들, 그리고…>는 좀 더 최근을 다룬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사가 배경이다. 전쟁을 딛고 극적인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1990년대 말 우리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대마불사를 부르짖으며 망하지 않을 듯했던 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했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퇴직자가 실업자로, 대학생은 백수로 전락했다. 이때의 아픔을 담은 물품이 3부 전시물이다.

어느 은행원은 자신이 사용했던도장과 주판을 내놨다. 당시 은행과 일반 기업은 수기로 장부를 기록하기도, 계산기 대신 주판을 사용키도 했다. 지금처럼 개인용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기 전이었고 회사에도 컴퓨터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다.

김해수 씨가 전시한 건 금성A-501 라디오다. 금성사에 입사한 뒤 국산 라디오 개발에 참여했다던 그에게 소중한 물품이다. 아이보리 색의 라디오는 크기가 오디오만 하다. 묵직한 겉모양이 기술 발전 속도를 실감케 한다. 박정희 씨의 전시품은 휴대용 전화기다. 그가 개발에 참여하고 사용했던 기기다. 회사 생활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을 당시로 꼽았다는 사연이 전시품 설명에 적혀있다.
 
이처럼 과거 마을 이장 집에나 있던 유선 전화기는 어느새 무선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전화기 있는 집을 조사할 정도로 1980년대와 90년대 우리 생활은 궁핍했다. 라디오와 구형 휴대전화기 모두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돌아보게 한다. 가난한 시절을 대변하는 전시품과 관람객 주머니 속 전자기기가 교차하며 기억을 되짚는다. 이번 전시회 관람이 주는 또 다른 묘미다.
 
주변 문화예술 기관과 연계
   
▲ 왼쪽부터 [이영숙] 에어로빅 유니폼, [정석희] 은행 재직 시절 사용한 주판, [조봉래] 아들 수험표, [황인덕] 구두닦이통
   
▲ 왼쪽부터 [김말련] 40년 동안 사용한 냄비, [김성칠] 6·25전쟁 경험을 기록한 일기 ‘역사앞에서’, [김해수] 대한민국 1호 라디오(금성A-501), [박정희] 처음 개발했던 휴대폰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 특별전에는 모두 300여 점의 기증품과 대여 전시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앞서 설명한 전시품 이외에도 눈에 띄는 생활도구, 전자기기, 의복, 서적, 글 자료 등이 다양하다. 구술 영상과 사진 자료도 갖췄다. 각각의 전시품에는 사연을 담아 재미를 부각시켰다.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소장자의 이야기를 알아내기 어려우니 설명을 자세히 읽어야 한다. 이게 이번 전시 관람의 포인트다. 훼손 우려 때문에 라디오나 카메라, 휴대전화, TV 등을 실제 작동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소장자 일부를 인터뷰함으로써 관람의 재미를 높였다.
 
이번 전시회를 포함해 역사박물관 입장은 무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고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서울 중심부여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 특별전시 이외에도 상설전시관에서 역사기록을 살펴볼 수 있어 다양한 지식 습득과 아이들 교육이 가능하다. 박물관 주변에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여러 문화예술 기관이 있다. 역사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덕수궁과 경복궁 등을 둘러보면 근현대사 이전 우리의 정체성 확인도 가능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다채로운 행사에서 역사박물관 투어가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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