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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이 신선하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5.08.06 12:20|(185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모처럼 만에 대법원의 판결 하나가 복더위를 날릴 정도로 신선하다. 대법원이 지난 달 23일,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허 모 씨가 ‘성공보수 1억 원은 지나치게 많으므로 돌려달라’며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개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을 때 소송에서 이기거나 의뢰인이 석방될 경우 착수금 이외에 ‘성공보수’명목으로 돈을 더 받곤 한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지만 최소한 구속만이라도 피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러한 ‘특별 약정’에 응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요구를 거부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써 1948년 정부수립 때부터 유지돼온 성공보수는 6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법피아의 강한 고리, 이참에 끊어내야…
이날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무효로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한 수사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해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하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우리 민법 제103조에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처럼 명백히 민법에도 규정돼 있었지만 변호사들의 이익을 위한 ‘관행’으로 반사회적인 법률행위가 지금까지 유지돼 왔던 것이다.
사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형사사건과 관련해 성공보수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과 영국 등에서도 성공보수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조문화가 비슷한 일본은 성공보수가 인정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일본은 형사사건의 경우 대부분 국선변호인이 맡고 있기 때문에 성공보수가 개입될 여지가 그리 많지도 않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공보수에 따른 부작용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법피아 등의 비난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모든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을 때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계약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로 ‘돈 많은’의뢰인들과 ‘힘 있는’변호사들이 만났을 때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 이상의 성공 보수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돈은 다시 학연, 지연으로 연결돼서 검찰과 법원으로 흘러 들어가며 결국 법조계 전체의 비리를 양산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되곤 했다. 따라서 성공보수 관행은 많든 적든 ‘법피아’탄생의 뿌리 가운데 하나가 돼 왔던 셈이다. 그리고 사법정의를 위해 복무한다는 변호사들의 명예에 비춰봐도 성공보수는 사실 불명예라 하겠다. 돈을 놓고 또는 그 액수를 놓고 국가형벌권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장사꾼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법원이 내세운 판결의 핵심 논지도 ‘사법정의’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사실 성공보수는 “돈을 많이 주면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계약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보다 더 고약한 사법체계 파괴 행위가 또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는 ‘법리’에 따른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한다면 사법체계는 이미 붕괴된 것과 다름 아니다. 게다가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들이 또는 재판관들이 돈의 액수에 따라 다른 재판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면 법치와 원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그 근원을 잘라 낸 이번 대법원의 ‘사법정의’판결에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변호사, 장사꾼이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당장 고위 법관이나 검찰 출신의 ‘전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후배 운운하며 법치의 준엄함을 훼손했던 그들이 합법적으로 선후배들을 찾을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이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대법관을 마치고 나오면 ‘전관’으로서 재벌가의 성공보수만 받아도 몇 년 안에 수십억 원이 보장될 텐데 이를 위법행위로 결정했으니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소리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검찰 고위직은 물론이고 ‘대법관’이라는 직무마저 돈벌이를 위한 경력으로 누려왔던 것이 일부라 하겠지만 우리 법조계의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러므로 그 핵심 고리를 대법원이 스스로 끊어냈다는 점에서 더 돋보이는 것이다. 법조계의 내부혁신도 이렇게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성공보수가 사라지면 결국 변호사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공보수로 받을 돈을 미리 착수금에 얹어서 받게 되면 일반 국민의 부담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싶다. 변호사들이 너도나도 성공보수가 없으니 착수금부터 더 받겠다는 발상이라면 동네 장사꾼과 별 다를 바 없다. 어떻게든 손해는 볼 수 없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업계부터 자중해야 한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법치의 원칙과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일반 국민에게 변호사 문턱은 여전히 높고 고비용이다. 이번 기회에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법조계가 자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겠는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 허 모 씨는 석방에 대한 성공보수로 변호사에게 1억 원을 선납했다고 한다. 아마 그 돈은 상당 부분 판사 등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자는 것은 상식 밖의 망언과 다름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사법체계마저 돈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라면 이미 법치는 죽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대법관들도 퇴임을 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깨끗한 전통을 확립하길 바란다. 도장값 운운하며 전관을 앞세우는 법조계의 ‘마피아들’, 이제는 낡은 역사 속으로 하루빨리 퇴장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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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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