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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특사, 이유 있는 기대감눈치보는 기업들… 총선용 밀당 징조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7.31 20:49|(185호)
8·15특별사면 소식에 재계 안팎이 술렁인다. 청와대 발 논의는 정계를 넘어 재계로, 재계를 넘어 회장실로 이어진다. 속은 모르지만 표면상으로 해당 기업은 환영 의사를 보인다. 언론 지면에 ‘보스의 귀환’, ‘오너의 복귀’, ‘경영에 매진하는 회장들’이란 문구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경제인 특사는 논란을 낳는다. 국민 대통합에 부합하는지, 국민 정서를 도외시하는 건 아닌지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대비해 재계에 손을 내미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인다. 결국, 특사는 대상자가 얼마큼 경제회복에 기여할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 7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 기업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좌측),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 LIG 구본상 회장(우측).
알아서 주는 면죄부
특사는 대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진 자에 대한 시기라기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기대한 뒤 실망한 탓이 크다. 고귀한 회장님이 배임과 횡령, 세금 포탈을 비롯한 각종 지능적 경제범죄에 가담했으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기업이 위법을 마다하지 않는데, 중소기업도 매한가지란 생각이 든다. 반기업 정서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을 넘어 예비 창업자에게도 이어진다. 법을 지켜가며 회사를 운영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사회에 퍼진다. 정부에서 때가되면 특사를 하고 면죄부를 주니 한두 번쯤 경제사범이 되는 경험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생각과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인 특사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로 반대 41%보다 우세했다. 아울러 정치인 특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9%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쟁점이 된 경제인은 물론, 정치인까지도 특사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게 국민 정서였다.
 
여론이 이러한데 청와대는 왜 특사에 대해 전에 없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실상 특사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청와대가 아닌 재계다. 드러내 놓고 특사를 제안하지 않았지만 경제 활성화 포럼과 세미나, 토론회가 열릴 때면 사면에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자유경제원 등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주최한 행사이니 일면 당연하다. ‘옥중 경영’, ‘건강 악화’ 등의 사유로 기업 경영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도 감옥에서 지시를 내리는데 밖에서 하든 안에서 하든 별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도 암암리에 한다. 밖에서도 회장이었고 감옥에서도 회장이라는 얘기다.
 
그러다가 지난달 9일 재계는 목소리를 높인다. 광복절이 다가오는데 전경련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재계는 곧장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서’를 채택하고 특사를 공론화한다. 성명에서 전경련은 “모든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는 정책적, 심리적 여건 조성에 정부와 국민의 관심, 응원이 절실하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기여하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면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면을 연상하게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재계 목소리는 자못 대담하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불거지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특사에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상태여서다. 게다가 전경련 공동성명서 채택에 앞서 국회에서는 특사를 막는 법안이 마련 중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지난 7월 1일 횡령과 배임, 금품 수수 범죄자 특별사면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노 의원은 “사면심사위원회를 중립적으로 구성해서 대통령의 자의적 특사를 방지하겠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각 3명을 지명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면심사를 위원 9인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토록 하겠다”며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그간 특사가 ‘측근사면’, ‘보은사면’으로 이어져 국민 정서와 괴리감이 컸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노 의원은 “지난 2008년 특별사면에 대한 제한장치로서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가 설치됐지만,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위원회 구성도 9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5명을 법무부나 검찰 고위공무원에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심사가 될 우려가 크고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전경련은 일주일 사이 성명서를 채택했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 활력이 줄어드는 상황이고 마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니 전경련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아울러 기업인 사면에 긍정적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각을 장악했으니 국민 정서를 넘어설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선 셈이다.
 
   
▲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가 열린 지난 7월 9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경제인 특별사면을 공론화 했다.
화답은 화답을 낳고
실상 청와대와 여당은 전경련 성명서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밝힌 광복절 특사 이유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인데 상투적이다. 하지만 특사 목적에는 부합한다. 지난 7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사 검토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기업인, 사회 지도층 인사 사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심 회장들은 기대감이 생겼다. 이미 두 해 전 수석회의에서도 특사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를 제외하겠다는 방침이 분명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말 설을 앞둔 시점에 “부정부패와 사회 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사를 고려하고 있다.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 대상과 규모는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했으면 한다. 그런 방향으로 실무 검토와 준비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올 초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사에 관해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반대는 아니되 긍정도 아닌 중립 입장을 견지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또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래서 (가석방은) 국민의 법 감정, 또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가석방, 특사 문제에 관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처럼 두 해 전과 달리 청와대 기류는 사실상 특사에 관해 조금씩 변화했다.
 
여당은 기업인 특사에 더 우호적이다. 청과 소통을 강화했는지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경제인 특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유승민 의원이 국회법개정안 파동으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당과 청은 견해를 같이했다. 지난 7월 16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 간 회동에서 특사 제안이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대통령에게 지난 13일 밝힌 사면 검토와 관련해 생계형 서민에 대한 대폭적 사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 포함 사면, 가능한 한 많은 대규모 사면 등, 사면과 관련해 다양한 여론과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광복 70주년이 되는 이번 8월 15일에 특사가 이뤄지고 그 가운데 특정 기업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과 청이 모처럼 소통을 강화해 만든 첫 합작품이 광복절 특사가 된 것이다.
 
   
▲ 지난 7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눈치 보는 기업들
이처럼 시간이 흘러 특사의 범위와 대상이 달라졌으니 재계의 기대감이 생긴 건 당연하다. 벌써 대상자로 일부 대기업 회장들이 회자된다. 한화 김승연 회장,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LIG 구자원 회장 등이 주인공이다.
 
보스 기질로 유명한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어서 혜택이 적다. 게다가 김 회장은 이미 철창 밖에서 대통령과 만나 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례로 지난 5월 22일 한화그룹은 충청남도 천안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고 1,500억 원대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권 실세가 참석했다. 당시 ‘통 큰 투자’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 특사와 비슷한 감이 있다. 한화로서는 이번 사면이 그다지 실익이 없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있다. 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암암리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박 대통령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자, 서강대 학맥으로 끈이 닿아있다. 한화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자랑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SK그룹은 특사가 간절하다. 형과 아우 모두 복역 중이어서 광복절을 내심 기대한다. 기간도 오래돼 최태원 회장이 2년 6개월, 최재원 부회장은 2년 3개월을 옥에서 보냈다. SUPEX 추구협의회와 최종현 회장 때부터 함께한 인물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지만 이번 특사를 반긴다. 그룹 내 각 계열사가 다른 대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SK로서는 약점을 해소할 기회다. 실상 청와대에서 특사 논의가 나온 직후 울산시는 최 회장의 사면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SK그룹은 울산 지역 경제 기여도가 크다. 특사 지원 성명은 이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동반 침체하면서 울산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산·학·민·관의 긴밀한 협력과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데도 SK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가 2년 이상 계속됐다. 설비투자와 신규 투자에 차질이 있다. 특히 지난 6월 유럽, 미국 등과 1조 원대 합작투자가 유치됐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SK의 경영 안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LIG그룹은 간절하다 못해 절실하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경제사범으로 적들이 많다. 2012년 부실채권을 발행해서 회사를 살리느라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당시 기업 부도가 예견된 시점에서 채권을 발행해 죄질이 무겁다는 소리를 들었다. 증권가는 물론, 보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출범한 KB손해보험의 전신은 LIG손해보험이다. 기업 부실을 막는 과정에서 LIG손보가 M&A 물건으로 나왔고 KB금융지주에 매각됐다. 현재 LIG손보 직원은 임금, 고용 불안을 겪는 중이다. 최근 KB손보 노조에서 특사 반대 입장을 밝힌 건 이 때문이다. LIG그룹이 이번 특사를 드러내 놓고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광복 70주년 특사는 그 대상자들이 밖으로 나와 어떤 행동과 성과를 보일지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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