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혁신위의 전망과 과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혁신위는 당의 통합을 통해 좀 더 새로운 야당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새정치민주연합은 갈수록 분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 그렇다면 혁신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야권의 수권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필자는 이 모든 문제의 키는 문재인 당대표가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혁신의 시작은 물론 끝도 문재인 당대표의 실천 의지다.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1차 회의가 열린 지난 6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국(왼쪽부터), 우원식, 최대욱, 임미애, 이동학 혁신위원, 김 혁신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혁신위원.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게 가해졌던 책임론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출범으로 실체가 없는 문제가 되어가는 듯하다. 특히 광주와 관악을 지역에서의 패배는 어떠한 형태로든 선거를 진두지휘한 문재인 당대표의 문제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쉽게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지방 선거와 보궐 선거에서 김한길, 안철수 당대표의 공천 문제에 대한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주 지역의 경우 양 대표의 전략공천은 실제 선거에서 외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당대표는 호남 민심으로부터 상당한 회의감을 갖도록 했고 결과는 텃밭 지역에서의 참패를 안겨줬다.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당 혁신의 문제와 연관 지을 수 있는지 많은 의구심과 회의가 당내에서 터져 나왔고 이는 결국 당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을 지지하고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어찌됐건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지난 재보선 참패로 인해 발생한 당내 균열을 통합하고 극복함은 물론 점점 늙어가는 무능력한 야당을 수권 가능한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인해 내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문재인 당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통해 책임을 벗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수립하는 중요한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김상곤 혁신위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가 충분한가? 메르스 사태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소폭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위는 메르스 사태에 그토록 무능했던 정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반사이익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혁신 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은 야당의 혁신을 대안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6월 22일 광주를 방문해서 내놓은 1차 혁신안 역시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김상곤 혁신위는 최소한의 기대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는 그것의 해답이 역시 문재인 당대표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즉 김상곤의 혁신위가 아니라 문재인 당대표가 현재 혁신위원회의 성패의 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기득권적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환경과 구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화하는 것 그 자체가 필요한 순간에 혁신위의 구체적인 안을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실천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당대표라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가 지난 6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시도당 광역의원협의회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곤 혁신위원장.

혁신위와 문재인 당대표의 행보

그렇다면 문재인 당대표는 혁신위 구성 이후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가?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막말이 터져 나왔을 때도, 그래서 비노가 졸지에 새누리당의 세작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침묵하고 있다. 혁신위가 구성되기 전에 있었던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에 침묵했던 것도 동일하다. 공천문제는 고사하고 당직 인선은 어떠한가? 당내 반발이 있어 설득이 필요하고 논의가 필요한 사무총장 인선도 강행했다. 그러면서 김상곤 혁신위는 계파갈등을 없애겠다고 한다. 결국 일고의 의심 없이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의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문재인 당대표는 혁신위의 개혁안과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막말이 나와도 당대표가 침묵하고, 혁신위 안과 무관하게 당직 인선을 서둘러 하고, 그리고 계파 갈등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상곤 혁신위가 구성될 때 안철수 전 대표가 강조했던 것처럼 당대표가 혁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전제했던 것일까? 문재인 당대표와 혁신위가 이런 방식으로 엇박자를 지속한다면 결국 김상곤 혁신위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문재인 당대표의 책임 회피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발족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혁신위가 그래서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면서 분당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계파갈등이 없는 정당은 없지만 결국 리더십은 이런 갈등을 통합으로, 그리고 결집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친박계의 핵심인사를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비박의 반대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리고 자신의 대권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당이 분열해서는 도움될 것이 없다는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여당은 계속해서 자신의 희생을 통해 통합을 선택했고 이에 성공하고 집권했다. 그래서 보수가 분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적 과제를 당대표가 또는 당 리더가 실제 성공했다.

통합이야말로 혁신위가 먼저 해야 할 일

분열의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야당은 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문재인 당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12년의 경험이 있었고, 그 때의 문제는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다. 스스로 희생하지 않고 당기를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야당은 두 갈래 세 갈래로 분열할 것이고, 실제 야권 지지층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것이 수권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당대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호남 민심이 이탈하고 천정배 발 신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문재인 당대표는 혁신과 통합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내년 총선에 맞춰져 있다. 야당을 제대로 세워내는 리더십으로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아닌 2년여 시간이 남은 대선을 치르기 위한 내년 총선에서의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혁신과 수권의 추억이 희미해진 야권 지지자들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혹시 문재인 당대표는 친노 세력의 결집이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기계적 도식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것인가? 문재인 당대표와 친노가 주도했던 선거에선 열린우리당 시절의 선거 외엔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도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정당은 시절이 좋을 때도, 그리고 가장 어려울 때도 자기 혁신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혁신을 상시적인 과제로 제시하는 정당은 늙은 정당이 아니며 늙을 수도 없다. 필자는 김상곤 혁신위는 결국 문재인 당대표의 혁신 실천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일성이 공천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야권이 하지 못했던, 그리고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개혁의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도출해 실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열된 상태에서는 혁신할 수 없다. 그래서 통합이 먼저다. 김상곤 혁신위가 과연 이러한 통합을 위해 어떤 과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것인지, 그리고 문재인 당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혁신위가 활동하는 기간도 게다가 짧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김상곤 혁신위가 제시할 혁신위는 이미 조국 교수를 통해 알려진 물갈이 공천인가?

김상곤 혁신위는 어떤 혁신안을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문재인 당대표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 가를 내놓고 당대표를 설득하는 조치가 더 필요하다. 물갈이 공천도 필요하지만 공천은 어찌 보면 당 운영의 결과물이다. 당 운영 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공천 방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당 의사결정 구조, 당원들의 취약한 결정력, 그리고 최고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현행 지역위원장이 낙점하다시피하는 대의원 선출구조 등 이러한 구조 자체를 온존한 상태에서 물갈이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기득권 구조가 허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물갈이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의 물갈이는 현재 질서를 온존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혁신은 국민들이 쉽게 눈치를 챈다.

문재인 당대표의 실천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정체성 역시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중도의 포섭, 기울어진 정치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실천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당의 운영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며, 계파가 아닌 개별 당원들이 대표를 선출하고 당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당대표는 당원들의 위임을 통해 강력한 집행력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기가 확보되는 것이고 동지를 세작으로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분열 행동을 통제하는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당대표에게 유리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혁신위의 수많은 안들이 결국 당대표를 통해 실현된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당대표는 다음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그러한 잠재적 대권 후보가 당대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의 혁신의 키도 잡고 있다. 그래서 반발과 분열은 더 커질 수 있다. 분열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권 역시 요원한 문제가 된다. 물론 문재인 당대표가 쉽게 빠질 유혹도 인정한다. 대권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가져 있다면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를 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승리의 전략임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 사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죽이는 것이 결국 사는 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분열해서는 결국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런 상태에서 야당의 수권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내부 분열만으로도 이러한 위기가 점쳐지는데, 하물며 분당은 어떻겠는가? 김상곤 혁신위는 파편적으로 혁신안을 제시하는 것이 임무가 아니다. 문재인 당대표의 실천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임무이다.

<외부 필진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의학과 ychung10@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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