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보건·의료
우리 국민 울린 두 통의 애절한 사연김현아(41) 간호사와 ‘메르스 이산가족’의 임종편지 그들의 간절한 마음 달랠 길 없어 더 슬픈…
본지 메르스 특집팀 | 승인 2015.07.02 11:50|(184호)
대한민국은 지난 6월 두 번에 걸쳐 전국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12일 김현아 간호사의 편지는 의료현장에서 메르스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애환과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였다.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해지는데,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당사자는 오죽할까.
김 간호사가 띄운 편지로 전국이 숙연하던 17일 여기저기서 기어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메르스 환자 ㄱ씨(65)의 임종을 앞두고 그의 남편과 자녀가 쓴 편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자택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아내와 어머니의 임종조차 지켜보지 못하고 집에서 소매만 적셔야 했던 가족들, 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 메르스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의료진.
간호사의 일기
저는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라는 질병의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애송이 간호사 시절, 심폐소생술 때문에 뛰어다니는 제게 어느 말기암 할머니는 ‘저승사자와 싸우는 아이’라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처럼 지금까지의 시간은 정말 악착같이 저승사자에게 ‘내 환자 내놓으라’고 물고 늘어졌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요즘은 무섭고 두렵습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N95 마스크를 눌러쓰고 손이 부르트도록 씻으며 가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고 나서야 남은 중환자들을 돌봅니다. 마스크에 눌린 얼굴 피부는 빨갛게 부어 오릅니다. 비닐로 된 가운 속으로는 땀이 흐릅니다.
며칠 전에는 한 환자의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호트 격리 때문에 잠복기가 끝나는 2주 동안에는 전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나왔으니 중환자실을, 더 나아가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통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습니다. 온몸의 힘이 빠지며 무릎이 툭 꺾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이 직업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그동안 나를 바라보던 간절한 눈빛들이 지나갑니다. 어느 모임에선가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내 모습이 스쳐갑니다. 가겠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서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고생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갇힌 채 어쩔 수 없이 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게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 주고 서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간호사 김현아 올림

‘메르스 이산가족’의 편지
지난 6월 17일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이 울음바다가 됐다. 메르스가 빚어낸 한 환자와 그의 가족이 겪은 슬픈 사연 때문이다.
6월 4일 ㄱ씨(65)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했다. 가족들은 정성스럽게 ㄱ씨를 돌봤지만 4일 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2일까지 면회인 출입이 금지됐다. 남편과 아들, 딸은 모두 자택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 엄마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졸지에 메르스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6월 15일 병원에서 ㄱ씨의 남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결국 남편은 간호사를 통해 아내에게 가족의 편지를 들려주기로 결심했고 희미한 의식에라도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되길 간절히 바랐다.
남편이 엄마에게 전합니다.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마음 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아들의 편지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딸의 편지

ㄱ씨에게 가족의 편지를 읽어준 간호사들은 마지막 편지를 읽는 순간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임종 편지가 낭독된 지 약 5시간 뒤 ㄱ씨는 가족을 대신한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녀는 가족의 이별사를 들었을까…

본지 메르스 특집팀  mjk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2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