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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124년 만의 대가뭄, 대책 있는가?말라비틀어진 논바닥에 왈가불가(曰可不可) 22조 원 들인 4대강 활용방안 찾아야…
장우호 기자 | 승인 2015.06.30 18:34|(184호)
2015년은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고문(古文)에 나오는 5개의 가뭄 주기 중 38년 주기인 ‘대 가뭄기’에 속하는 동시에 124년 주기인 ‘극대 가뭄기’의 시작점에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가뭄은 올해 더 심해져 농부들은 모종 심을 시기를 놓치는 등 농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가뭄 피해가 심한 강원도에는 밭을 50cm 이상 파도 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어 사막을 연상케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당시 2008년 12월 총사업비 22조 원을 들여 추진한 ‘4대강 사업’은 2013년 초 완료됐지만, 5,000억 원 이상의 관리비와 3,000억 원의 이자 등 매년 1조여 원의 유지비만 들인 채 이용 실적은 전무하다. 전국 16개 보에 담긴 물은 마치 가뭄에 속이 타들어가는 농부들을 약 올리듯 찰랑거린다.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가뭄에 메르스 파동보다 더 심각한 가뭄 파동을 겪게 될 지도 모를 전망이다.
 
   
▲ 지난 6월 17일 오후 유례없는 가뭄으로 소양호 수위가 낮아지면서 바닥을 드러낸 강원 인제군 남면 하수내리 소양호 상류의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갈라진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2년째 지속되는 가뭄
한반도 중부와 북부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6월 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몇 번의 소나기가 내렸지만 이미 쩍쩍 갈라진 논밭을 회복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부지방은 장마마저 늦게 시작하고 그마저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은 '마른 장마'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번기를 맞은 농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전라남도, 경상남도 및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수량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서울·경기와 강원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각각 55%, 56%에 그쳐 1988년, 200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영동의 누적 강수량은 141.9mm로 평년 강수량(360.3mm)의 고작 39%였고, 강릉의 강수량은 144.0mm(5~6월 강수량 평년 대비 6%)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강의 다목적댐인 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의 저수율도 크게 줄었다. 6월 1일 기준 소양강댐은 저수위가 156m로 평년보다 12m나 낮아져 저수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충주댐과 횡성댐도 각각 저수위 116m, 165m로 저수율은 24%, 28%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인천 옹진, 강원 정선, 경기 가평 등 29개 지자체의 94개 마을이 제한급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댐의 저수율 용량은 한 해 가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2013년 8월 11일부터 비가 적게 내리기 시작해 햇수로 3년째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저수위가 급격하게 내려갔다.
올해 역시 1월과 2월에는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중부지방에 눈이 적게 왔는데, 특히 동해안 지방에는 예년보다 동풍이 약하게 불어 적설량이 매우 적었다. 봄철에도 중부지방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은 탓에 강수량이 적었다. 또 수증기가 소백산맥을 넘지 못해 남쪽에만 비를 뿌리는 ‘비그늘 효과‛가 발생해 중부지역의 목마름이 더욱 심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지역특성상 원래 겨울과 봄에는 강수량이 적고 건조하지만 올해는 특히 눈·비가 적었다”며 “작년부터 가물었기에 가뭄이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6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가뭄 피해 여파로 인한 배추, 양파, 마늘 등 농산물 수급 현황 및 물가동향 점검을 하고 있다.
곳곳에 마른 신음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의 파종 시기를 놓쳐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가뭄 피해가 가장 심한 강원지역의 농민들은 “수해가 나도 좋으니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강원도 중에서도 영서지역은 소양강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심각하다. 소양호도 이미 수위가 낮아져 매몰됐던 마을의 집터와 성황당 떡갈나무가 4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물은 파종을 위한 적기가 있기 때문에 파종 시기를 놓치면 장마가 온다 한들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수확을 앞둔 농가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논이 마르고 있어 올해 농작물 수확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배추와 무 등 주요 채소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요 농산물 일일거래동향’에 따르면, 6월 23일 기준 배추의 평균 도매가격은 10kg에 7,76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52원)과 비교해 87% 상승했다. 무는 지난해 18kg에 7,793원대이던 가격이 현재 10,242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양파는 1kg에 350원이던 1년 전에 비해 223%나 상승한 1,137원에 거래돼 심각한 수준이다. 이외의 채소들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6월 하순과 7월 초순에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채소들의 출하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병충해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강원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사람 손가락만한 밤나무 산누에나방이라는 애벌레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나무 한 그루에 많게는 수백 마리가 활동해 남아나는 나무가 없다. 이 벌레는 유충 때부터 유난히 큰 크기 때문에 먹는 양도 엄청나며 참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수종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워 신고된 피해면적이 강원도 내에서만 60ha에 달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덥고 건조한 날씨 속에 지난해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밤나무 산누에나방은 번데기도 크지만 성충으로 변태하면 최대 15cm의 길이가 넘는 대형나방이어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손성식 훙천군청 산림보호담당자는 “금년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 반복 방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11일 ‘비상 댐 연계운영’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우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저수량이 조만간 농업용수 감축이 필요한 경계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생·공용수 감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될 경우에도 기본적인 경제활동은 가능하도록 댐의 비상용량 활용방안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땜질식 대응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난 2014년 12월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 조사위원회가 국무조정실 4대강 조사평가위 조사결과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석 및 평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속적 가뭄에 대한 대책 필요하다
기상청은 올해는 예년보다 약간 늦은 7월 초 중부지방에 장마전선이 올라와 어느 정도 해갈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비가 오기는 했지만 해갈이 되려면 최소 50∼100mm 더 와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강수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마가 찾아오면서 당장 가뭄은 해결되더라도 최근 가뭄이 잦아지며 지하수가 마르는 등 한반도가 점차 가물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뭄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최승일 교수는 “정부는 농림식품부나 환경부 등 부처에 따라 나름대로 가뭄 대책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만약 올해 여름과 가을에 마른 장마와 마른 태풍이 오면 내년에는 더 심각한 가뭄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희룡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도 “물을 저장하고 통제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허창회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비가 오지 않는 가뭄 시기를 이용해 빗물 저장소나 댐, 저수지 등을 정비하고 운용해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 오전 인천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를 찾아 가뭄 피해 및 급수 대책에 대한 현황을 살펴본 후 소방대원 및 군 장병들과 함께 논에 물을 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으로 11억 7,000만t의 물을 가두어 강물은 풍족해졌지만 물을 쓸어다 쓸 송수관이나 관수로가 없어 인근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참외로 유명한 남한강 주변 금사면 외평리는 4대강 사업을 실시한 남한강에서 고작 8km가량 떨어졌지만 농업용수로가 설치되지 않아 넘치는 강물을 바라만 봐야 한다. 마을 상류에 있던 저수지마저 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매몰돼 사비를 들여 올봄 내내 관정을 파 간신히 모내기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밖에 나오지 않아 밤새 물을 퍼 아침에 뿌리고 있다.
여주보, 이포보, 강천보 등 3개의 보가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여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지천과 유역에 대한 관개시설 공사를 하지 않아 남한강 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여주시 농지면적 7,800ha 가운데 남한강 물을 이용하는 곳은 40% 남짓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는 뒤늦게 남한강물을 지천인 청미천 상류로 끌어올려 이천시 장호원읍, 여주시 가남읍, 점동면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해, 총 1,398억 원을 투입해 2,648ha가 물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아직 설계단계여서 완공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광국 여주시 농정과장은 “4대강 사업 당시 농업용수 고갈시 강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천의 수위가 떨어지면 한강물을 이용해서 관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가뭄 지역으로 수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애초 4대강 공사를 반대한 야당 측에서는 후속 공사 역시 예산 낭비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미 4대강 공사는 끝났다. 앞으로 4대강에 대한 논의는 완공된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에 대해 이뤄져야 할 일이지 공사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제 의미가 없다. 추가 공사에 적지 않은 돈이 들겠지만 앞으로 매년 4대강 16개 보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갈 비용과 추가 공사를 통해 도움 받을 농가를 고려하면 이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비용과 효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경제성을 따진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반대를 위한 무조건 반대는 4대강을 매년 1조여 원이 투입되는 계륵으로 만들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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