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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10년 후 ‘옐런 수수께끼’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 승인 2015.06.08 10:33|(183호)
올해 4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데도 시장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채 금리 중의 하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최저치에 비해 4월 Fed 회의 이후 일평균 50bp 정도 급등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제기초여건 면에서 장기채 금리는 상승하기보다는 더 낮아져야 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한파, 달러 강세 등의 부담으로 작년 3분기 5%, 4분기 2.2%에 이어 0.2%로 더 둔화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플레 타깃팅선인 2%보다 훨씬 낮은 0%대로 떨어졌다.
이때문에 장기채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주로 ‘국채수급 여건’에 기인한다. 금융위기 이후 Fed는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3차에 걸친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Fed가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단기채 매도한 자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정책)’으로 장기채권 시장일수록 왜곡현상이 심해졌다.
   
 
올 4월 Fed 회의 직전까지 장기채 시장을 중심으로 매도 세력이 거의 실종된 기형적인 초과수요 수급구조가 심해졌다. 이런 수급여건에서는 거래가 수반되지 않고 소액의 매도물량만 출회된다 하더라도 채권가격이 급락하고 수익률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극단적으로 매수가 실종된 상황에서 순식간에 매도물량이 출회되면 국채 수익률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채권값 폭락) ‘폭락(flash crash)’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외형상으로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장기채 위주로 상승함에 따라 장단기 금리 간의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을 전후로 장기채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률 곡선이 평준화되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때와는 구별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올해는 종전의 금리인상기의 경험을 토대로 장단기 금리 간 수익률이 평준화 혹은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기대가설’, ‘유동성프리미엄가설’, ‘분할시장이론’ 등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앞으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inverted)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향후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1)
뉴욕 연준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격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미국의 경우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나온다. Fed의 에스트렐라와 미쉬킨 연구(1996)에 따르면,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의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2)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역사적으로 1970년대 이후 장단기금리 격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을 보인 경우 예외없이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이때문에 워런 버핏과 같은 슈퍼 리치들은 뉴욕 연준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금리 격차의 경기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시 다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금리 격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매경기침체기 마이너스 장단기금리 격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30%를 초과했으며, 1981∼82년 경기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에스트렐라와 미쉬킨 예측모형대로 현재 10년물-3개월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2.1%p로 경기침체확률이 5%에도 미치지 않아 향후 경기회복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표 2>는 스프레드가 2.4%p로 역전될 때 앞으로 네 분기 안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확률이 90%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Fed가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 나가고 있고 ‘옐런 수수께끼’ 현상을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 경기가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 월가에서는 10년 전 많은 파장을 몰고 왔던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앨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딴 이 용어는 정책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 주체들은 시장금리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의도했던 정책효과는 거둘 수 없게 된다.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Greenspan's doctrine)’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하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정책금리를 변경했다. 이 방식대로 2004년초까지 정책금리를 1%까지 내렸다가 그 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이것이 부담이 돼 시장금리는 오르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의 국채매입으로 시장금리는 떨어졌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의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때문에 자산시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기도 실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훨씬 웃도는 ‘인플레 갭’이 발생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누적됐다.
이 상황 속에 2007년 여름 휴가철 이후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PER(기업수익대비 주가비율) 등이 거품신호를 보내자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저금리와의 레버리지 차입 간의 악순환 고리가 차단되기 시작됐다. 이때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점진적으로 높아졌다.
이때 자산시장 붕괴를 촉진시켰던 것이 국제유가였다. 2008년 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를 계기로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 경로(자료제공 = Fed)
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로 곤혹을 치렀던 Fed가 그로부터 10년 후인 최근 들어서는 ‘옐런 수수께끼(Ellen's conundrum)’ 현상으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월가를 중심으로 갈수록 자주 거론되는 옐런 수수께끼는 올해 4월 Fed 회의 이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는데도 오히려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그린스펀 수수께끼’가 발생할 당시와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옐런 수수께끼가 발생할 경우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데도 정책금리를 올리는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할 의미를 지닌다. 이 경우 그린스펀 수수께끼로 자산가격이 잡히지 않자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로 연결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930년대에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에클스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낳게 한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옐런 수수께끼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현재 미국 경제가 달러 강세 부담이 의외로 높기 때문이다. 올해 3월 Fed 회의에서 재닛 옐런 의장이 ‘달러 강세’를 우려하기 이전까지 달러인덱스가 그 이전 1년 동안 20% 가깝게 급등했다. 아직도 달러인덱스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벗어나 있는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지수(1973.3=100)한 것으로, Fed가 통화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참고지표다. 6개 구성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가 가장 높고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순이다. 달러인덱스가 올라가 달러화가 강세가 되는 경우는 미국 측 요인과 구성 6개국 요인으로 구분된다.
   
▲ 달러 강세가 미국 GDP에 미치는 효과(자료제공 = 골드만삭스, 한국은행)
올해 3월 중순 달러인덱스가 ‘100’까지 올라 ‘슈퍼달러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이 나왔던 것은 미국과 6개국 간 통화정책상 불일치로 구성 5개국(영국 제외) 요인이 더 컸다. 작년 10월 말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시킨 데 반해, 일본은 추가로 돈을 풀었고 유럽은 뒤늦게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돈 풀기에 한계가 있었던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는 정책금리를 내려 자국통화 약세를 도모했기 때문이다.
이미 근린궁핍적인 달러 강세로 부담이 느끼는 여건에서 옐런 수수께끼로 장기채 금리가 올라 달러가 추가적으로 강세가 될 경우 미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취임 이후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는 옐런 의장으로서는 경제여건 이상의 달러 강세는 의도되지 않는 성급한 출구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옐런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 앞날이 결정된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간단한 것은 장기채 금리상승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경기가 과열일 때에는 이 방안은 바람직하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받쳐 주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OT’로 조성된 재원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장기채 금리를 내리는 일이다. 가뜩이나 매도 세력이 실종돼 수요 위주의 국채수급 구조를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유동성도 더 풀려 경고등이 켜진 자산시장에 거품을 더 심화시켜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이때문에 Fed는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OT를 추진하기보다는 종전과 다른 제3의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채 위주로 왜곡된 수급구조를 풀기 위해 기한을 정해 국채 매도 물량을 수요에 맞춰 조절해 나가는 ‘스무딩 오퍼래이션’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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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의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전망(자료제공 = 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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