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일까. 또 다시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낱 정치적인 계산된 행위로만 끝나는 연대에 대한 국민의 학습은 이미 매우 잘 이루어져 있다. 문재인 당 대표가 박원순 시장,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하겠다는 희망스크럼은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진 리더십의 희생을 통해서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문재인 당 대표에게 마이너스가 돼야 살아나는 것이 바로 이 스크럼이다. 그것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면 이 또한 공허한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야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을 통한 연대의 결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세게 요구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막말 논란을 기점으로 비노와 친노 사이의 내홍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듯 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 대표는 선거에서의 책임을 지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위기관리 능력에도 상당한 회의감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선거 책임을 주장하는 비노에게 공천권 지분에 목매는 기득권으로 몰아세움으로써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등 내분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도의 차이는 더욱더 벌어졌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도는 다시 20%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야당은 또 다시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고 있다. 책임을 지는 리더십은 없고, 서로 간에 책임 공방으로, 잊었던 막말도 다시 한번 대중에게 거침없이 내놓으며 서로가 지분요구를 하는 이기적인 계파의 욕심을 운운하면서 분열하는 그 잘못된 과거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당이든 정치 조직이든 내분은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실패했을 땐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내부 위기를 ‘희생’으로, 또는 ‘결단’으로 돌파해 가는 리더십의 강력한 대응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열풍으로 총선에서 대패한 한나라당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취한 태도는 당 내 반대 세력에게 개혁의 전권을 부여하고, 자신의 지분이나 기득권은 과감하게 내려놓는 결단이었다. 물론 이후 이러한 결단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의 고배를 마시는 희생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대신 당이 살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대권 가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 장기적인 포석으로 만들었다.

여당에는 이러한 과감한 조치가 존재하였으나 야당은 그렇지 않다. 권력과 권한을 많이 가진 당 대표, 그리고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가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상대 계파에게 혁신의 권한을 부여하는 결단의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결단이 없다면 그 어떤 혁신의 노력도 내부 통합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을 야당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확보하고, 대권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이른바 박근혜 모델을 취한 것은 맞으나, 어려운 순간에서의 위기관리 방식은 전혀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 내에서 ‘비노’ 세력이 문재인 당 대표에게 향하고 있는 강력한 요구는 이미 과거에 경험했던 일련의 정치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2012년 총선에서의 친노 중심의 당권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 2012년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회피 등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까지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내부 폭발이라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친노의 수장으로서만 존재한다면 대권으로까지 가기 어렵다는 말을 거칠게 내놓는 김한길 전 대표의 말은 그래서 뼈 있는 말일 수 있다. 물론 문재인 당 대표 입장에서는 친노가 똘똘 뭉치게 된다면 실패한 적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그것은 진영 정치에서만 가능하다.

‘친노’세력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친노’만으로는 수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2012년 대선의 교훈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교훈 역시 지분 요구에 불과한 정치적 게임일 뿐이다.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라는 것은 당연히 외연을 넓히라는 것이며, 친노 플러스 알파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당 내 정치는 여전히 고립주의로 매몰돼 있고, 대중적인 메시지는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 현재 문재인 당 대표의 딜레마는 아닐까 생각한다. 혁신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의 협의 역시 바로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결국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변화를 주도할지는 의문이다. 과감한 지도부의 결단 없이 어떻게 혁신위원장이 야당의 뼈를 깎는 쇄신을 주도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선임된 이후 문재인 당 대표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을 중심으로 희망스크럼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안철수 전 대표는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물론 희망스크럼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현재 야권 차기 대권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재인 당 대표는 동반 상승의 기회를 우선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당을 위해서건, 개인의 대권을 위해서건 말이다.

하지만 혁신위원장 선임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적극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과연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필요에 의한 일시적인 행동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무엇을 중심으로 또 희생이 없는 3인의 스크럼이 얼마나 아름다운 연대로 보여질 것인가가 문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당 대표 간의 케미는 아직까지 특별하게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대표와의 케미는 이미 일련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신뢰의 부족, 희생 없는 형식적 연대가 바로 그 케미의 핵심일 것이다. 무엇을 중심으로 이런 케미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까가 문제일 것이다.

필자는 희망스크럼 취지는 좋으나 실현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스크럼의 목적이 힘들어져가는 야권을 살려내기 위한 방법이라면 더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권과 대권 모두를 가지고 있는 문재인 당 대표가 자기희생이 없이 다른 사람들과 스크럼을 짠다는 것은 쉽게 설득되기 어렵다. 혁신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문제 역시 시원한 답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스크럼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얼마 전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을 들러리 세우는 것은 안 된다는 일침을 가했다. 그렇다면 희망스크럼 역시 바로 이렇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색깔 없이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진 스크럼은 감동이 될 수 없고, 실질적인 권력의 차이를 가진 구성원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기는 어렵다.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로 비춰진다면 다른 구성원이 그 스크럼을 끝까지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3인이 야권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역할과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특히 서로 간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보여주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희망스크럼을 통해 문재인 당 대표는 대표 리더십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과 희생의 아이템을, 안철수 전 대표는 야권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정책적 방향을,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를 모델로 할 수 있는 이른바 생활정치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기울어진 권력의 추는 이런 자유로운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특히 계파 간의 지분 분열이나 비대칭이 존재한다면 이런 그림을 그려내기는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도 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12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아름답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런 통합적인 가치와 변화를 실행하는 행동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 사퇴를 한 안철수 전 대표의 새 정치의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문재인 당시 후보가 진정으로 실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연대의 그림으로 승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치열한 정치적 수의 전쟁에서의 한 후보의 후퇴였을 뿐이다. 즉 연대를 통해 실현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서로가 공유하거나 대립하는 의제가 분명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대선과정에서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대의 명분과 책임 의식도 희박했다. 문재인 당 대표는 과연 이런 연대를 또 다시 재현해서는 안 된다. 서로가 공유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가치를 모아내는 역할, 그리고 행정의 경험을 정치의 경험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그리고 이 동료들의 가치를 실제 실행하는 역할이 모두 다 어우러져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가치로서만 인정하는 상태에서 끝나는 스크럼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 리더십으로서의 문재인 대표의 역할이 가장 클 것이다. 이것이 지난 선거결과에 따른 책임 회피를 하는 장치가 되어서도 안 되며, 실제 부족했던 혁신의 실제를 드러내고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당 대표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주 역설적이게도 가장 힘 있는 사람의 희생 없이는 실제 연대는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힘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는 연대가 되기 어렵다. 그것은 흡수이지 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모두 이런 수단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책임 내홍에서 혁신 실현의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이것이 단순한 정치 프레임의 전환이나 책임 회피가 아닌 실제 야권 모두가 사는 길로 가려면 바로 자신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통합하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것을 누구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문재인 당 대표가 이 부분을 제일 먼저 회피한다면 그 어떤 연대도 무의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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