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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의 싸움, 비공개는 독약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5.06.02 11:34|(183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미국 텍사스의 ‘외로운 별 (Lone Star)’이 끝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국제 투기자본의 성격이 본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는 약한 고리에 들러붙어 끝까지 피를 빨아먹겠다는 ‘거머리’ 본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금 정부는 론스타와 무려 5조 1,000억 원대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지연해 2조 원가량의 손해를 봤고, 면세 대상인 투자법인에 8,5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시 먹튀가 돌아왔다
론스타는 IMF 외환위기 직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그 틈을 타 거대 투기자본을 무기로 마치 ‘점령군’처럼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였다.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경제 재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 론스타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채권 등을 인수하며 엄청난 차익을 챙기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동산과 중견 기업 등 돈 되는 곳엔 여지없이 론스타의 탐욕이 어슬렁거렸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인수는 론스타 최대의 돈 잔치가 되고 말았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00억 원에 인수한 뒤 3조 9,157억 원에 되팔았다. 무려 2조 5,00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리고 외환은행 인수 후에는 직접 배당금과 자산매각 등으로 뽑아낸 차익도 2조 원대에 이른다. 그러니까 외환은행 한 곳에서만 4조 5,000억 원 안팎의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 때는 국민의 혈세까지 투입된 곳이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국민은 피눈물을 삼키며 그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긴 뒤 손을 털고 가버렸다. 우리에게 기억되는 론스타는 이른바 ‘텍사스 독립의 영웅들’이 아니다. 잔뜩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같은 존재, 또는 배불리 먹고 튀는 ‘먹튀’라는 개념으로 각인돼 있다. 이 과정에서 무능한 우리 관료들, 아니 어쩌면 앞장서 돈 잔치를 도운 부패한 관료들을 이제 와서 다시 탓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시대의 피울음은 그렇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론스타가 다시 돌아왔다. 여태껏 못 다 빼낸 고혈이 남았는지 이번에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 원대의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6조 원에 팔 수 있었는데, 우리 정부가 고의로 승인을 미뤄 2조 원이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론스타가 투자한 각종 면세 수익사업에 우리 정부가 개입해 8,5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의 이자까지 포함해서 총 5조 1,00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15일부터 23일까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진행한 상태다.
 
ISD, 투명성 확보가 관건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잇따르고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해당 정부의 정책 변경이나 행정 처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별도의 국제중재기관에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협정(BIT)을 체결할 때 대부분 ISD 조항을 포함시켰다. 협정 당사국 간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적용된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ISD가 우리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경계해야 할 태세다. 론스타는 국내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그러자 이제는 ICSID를 매개로 ISD조항을 걸고 넘어진 셈이다. 자칫 정부가 패소라도 한다면, 조정과정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내준다면 자칫 우리의 사법체계와 조세주권까지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재판을 맡은 ICSID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총재가 의장직을 겸하고 있듯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때문에 우리 정부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경우는 없으리라 믿고 싶다. 론스타 같은 국제 투기자본에 호락호락 넘어가는 약소국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론스타 먹튀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서 우리 사법체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돈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능한 정부, 약소국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ISD 폐해를 지적하며 이번 기회에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출과 해외투자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를 감안할 때 ISD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 정부의 과도한 정책으로 우리 기업이 큰 손해를 볼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치밀한 대응체계를 갖춰서 당당하게 국제 투기자본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론스타처럼 미국의 힘을 믿고 페이퍼 컴퍼니 등을 매개로 무차별적 ISD를 제기하는 경우 본 때를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소송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론스타는 소송 과정이 공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국민여론의 압박으로 해당 정부가 강하게 나올 경우 론스타는 맞대응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자칫 국제사회에서 매장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론스타는 최대한 비밀리에 소송전에 나서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잘만 하면 중간에 거액의 합의금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론스타는 우리와의 소송전에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여기에 맞장구를 쳐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모든 법률적 행위는 ‘공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원칙이다. 일개 투기자본의 압박으로 쉬쉬하면서 소송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되면 ‘공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설사 정부가 적잖은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가야한다. 그것이 당당한 정부의 모습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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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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