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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지명자 검증은 치밀하게, 결정은 신속하게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06.01 19:25|(183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이제 법적 절차에 따라 황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이번에 또 낙마할까봐서, 새누리당은 뭔가 새로운 돌발변수가 나올까봐서 전전긍긍이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모처럼 만에 당력을 집중할 수 있는 ‘정치의 장’이 열린 셈이니 단단히 벼르고 있다. 황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국무총리에 임명될 수 있을지의 여부도 중요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 자체가 정국 변화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야권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또 문재인 대표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송곳 검증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야권이 주장했던 ‘공안정국’의 주역인 황교안 후보자가 그 대상이 아닌가. 내년 총선을 생각해서라도 쉽게 넘어갈 것 같지가 않다.
 
검증의 무대는 정쟁의 무대가 아니다
황교안 후보자와 관련해서 몇 가지 대목에서는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3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한번 걸러낸 문제이긴 하지만 병역면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심한 두드러기 질환(만성담마진)이라고 하지만 과연 병역면제의 사유가 되는지는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이 질환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이 4명에 불과할 정도라고 하니 꼼꼼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이다. 황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17개월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료로 15억 9천여만 원을 받았다. 한 달에 1억 원 가까운 돈이라면 전관예우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황 후보자는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급여를 받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 기준이 더 가혹하다.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국민이 그 때처럼 넘어가 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황 후보자는 고액의 고문료가 논란이 되자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 후 행동으로 옮겼는지, 아니면 말만 하고 끝났는지는 지켜 볼 일이다. 일국의 총리 후보자로서 중대한 신뢰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야권이 대충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황교안 후보자에게 가장 약한 부분은 지난 법무장관 재임 때 공안정국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법률적·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우려가 더 크다. 차라리 결정적 하자로 판명된다면 그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은 결국 정쟁으로 촉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 법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정쟁은 정치권 모두에게 불리하다. 그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이 제일 클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결국 정쟁의 빌미가 돼버린다면 집권 3년 차의 국정운영은 사실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공안검사’출신의 황교안 후보자에 대해 아주 냉랭하다. 이미 두 번이나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안정국’이 지속돼 왔으며, 그 주역이 바로 황교안 후보자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황교안 후보자를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임기 중반 이후에도 사정정국 또는 ‘신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권은 지금 ‘공안정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의 국정과제가 자칫 정쟁으로 비화돼서 귀중한 시간을 또 허비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하게 표결에 나서야…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서 국민적 요구인 이 막중한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오는 14일 미국 방문 길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공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국회에 법적인 처리절차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국회가 인사청문회 일정만 지켜준다면 박 대통령이 황교안 후보자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뒤에 홀가분하게 방미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정 전면에 나설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도 낙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고액 수임료 문제나 재산증식 문제, 그리고 기부금 논란 등도 야당에겐 호재일 것이다. 역사관이나 종교관에 대한 논란도 야당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일 것이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상식 밖의 수준에 여론마저 돌아서지 않았던가.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또는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공안검사 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라 향후 있을지도 모를 야당에 대한 ‘정치개혁의 칼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고강도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인사청문회가 치열하고 또 격론이 벌어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일이다. 별일 없이 밋밋하게 넘어가는 형식적 절차라면 굳이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치열함에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검증은 하되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공세는 자제돼야 한다. 질의는 충분히 하되 답변도 잘 들어야 한다. 의혹은 철저하게 따지되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따져야 한다. 후보자의 실언이나 오류 등을 끄집어내서 이를 따지는 식의 청문회는 별 의미가 없다.
끝으로 인사청문회 절차가 끝났다면 국회법 규정대로 본회의에서 당당히 표결에 나서야 한다. 물론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당론을 정하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국회 표결을 방해하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점을 당부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4대 개혁 등 갈 길이 바쁘다. 부디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마저 후진 정치의 추태 만큼은 보이지 않길 바란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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