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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병처럼 번진 해외직구국내 기업 제품도 해외직구로…사람 대신 물건이 지구를 한 바퀴 돈 사연
장우호 기자 | 승인 2015.06.01 18:36|(183호)
   
▲ 휴식 시간에 사무실에서 미국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는 한 회사원.
해외직구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로,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2000년경부터 있어왔지만, 2010년을 전후로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널리 퍼지며 급성장했다. 해외직구가 활성화된 요인으로는 우선 대한민국 내의 대기업 독점 구조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을 비롯해,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다양한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 증가 등이 꼽힌다. 해외직구는 국내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구제할 방법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가 유행하는 것은, 피해를 보더라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낫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경뉴스〉에서는 국민이 국내 시장에서 소비하기를 꺼리게 된 이유와 해결방안을 모색해 봤다.
 
해외직구는 ‘직접배송’, ‘구매대행’, ‘배송대행’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이뤄지며, 외국의 오픈마켓, 의류 브랜드 등의 사이트에서 제품을 직접 주문해 구매하는 방식의 소비행위를 말한다.
해외직구의 규모는 2010년 2억 4,200만 달러에서 2011년 4억 3,100만 달러, 2012년 6억 4,200만 달러, 2013년 9억 달러, 2014년 15억 달러 규모로 매년 40%대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어가 가능한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양질의 해외 브랜드를 합리적으로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화된 것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상품 가격 200달러 이하 면세 혜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지난 2013년 11월 8일 라면가격을 담합해온 농심과 오뚜기에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마트 라면 매장 내 농심(사진 윗쪽)라면과 오뚜기 라면.
해외직구 경험자, 30% 정도 싸다고 느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이내 해외직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직구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외직구 가격 차이 체감 정도가 건강보조식품(34.4%), 유아용품(33.0%), 의류(32.8%) 등을 비롯해 평균 약 3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외직구를 이용하면서 ‘불만·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40.2%로, 10명 중 4명은 해외직구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면 배송비가 비싸고 배송이 느리며 사후관리서비스(A/S)가 불편하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격적인 이점이 크고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해외 상품을 접할 수 있어 제품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으로 인해 많이 이용하고 있다.
10명 중 4명이 구매 중 피해를 봤거나 불편을 겪었는 데도 재구매가 이뤄지는 것은 가격이 최고 3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해외직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소수 대기업에 의해 대한민국 내수시장 독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제품인데도 미국 등 해외시장보다 대한민국 내수시장에서 소비자가격이 훨씬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 기업에서는 문화적 특성에 따른 소비자 성향을 반영해 국내 제품의 경우 더 많은 옵션이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끼워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TV의 ‘3D 기능’과 경차에도 기본사양으로 적용되는 ‘스마트키’가 있다. TV의 3D 기능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형편이고, 경차는 차량유지비 등 경제성을 생각해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필수가 아닌 스마트키를 강제로 적용시켜 비싸게 파는 등 해외에서는 선택 가능한 옵션이 국내에서는 기본옵션으로 둔갑해 구매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옵션을 제거해 싼값에 사기 위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때 국내에서 450만 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면 관세와 운송료를 합쳐도 215만 원으로 절반 이하의 가격에 사는 등 국내와 해외의 가격 차이가 심해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독점과 담합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대기업이 독점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내수점유율이 41.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를 합친 점유율은 69.4%를 기록했다.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는 공인연비에 비해 (실제)주행연비가 낮은, 이른바 ‘뻥연비’에 대해 미국 환경청이 지적하자 ‘매년 공인연비와 주행연비의 차액을 지급하겠다’는 소비자 보상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23명의 소비자가 해당 보상안을 거부해 약 8,000억 원의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입장이 달랐다. 광고에는 16km/L로 연비가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많은 소비자가 2/3에 불과한 10km/L로 체감해, 정부가 나서 2012년 보도자료를 통해 공인연비와 체감연비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대응은 고작 2013년부터 공인연비 표기를 12.6km/L로 변경한 것에 그쳤다. 이런 대기업의 배짱에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국장은 “소비자와 기업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통업 분야에서는 대형마트 3사의 점유율이 88.8%에 달해 정부가 대형마트와 관련해 내놓은 여러 대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소수의 대기업이 한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담합을 통해 해당 물품의 소비자가격을 조정하기 용이하다. 연간 라면 소비량이 부동의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라면 업체인 농심, 삼양, 오뚜기, 야쿠르트 등이 2001년 480원, 2002년 520원, 2003년 550원, 2004년 600원, 2007년 650원, 2008년 750원(2001년 대비 56.3% 상승)으로 7년간 담합해 소비자가격을 올리며 이 기간 매출액 약 10조 3,00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도 기업이 담합을 통해 소비자가격을 올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탄가스 출고 가격을 담합한 태양, 세안산업, 맥선, 닥터하우스, OJC, 화산 등 6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308억 9,000만 원을 부과했다. 해당 부탄가스 제조사들은 대표이사들이 2007년 서울 강남구 한 일식집에서 담합을 합의한 뒤 5년간 각 사 임원들이 수시로 모여 원자재 가격 변동 시기마다 아홉 차례에 걸쳐 출고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천 서구 세안산업의 부탄캔 충전소 현장.
시장경제도 규제가 필요하다
위와 같은 문제는 비단 기업들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기업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편법이나 반칙, 즉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의 욕심을 제지할 수 있는 법규나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했을 때 소송인을 포함한 모든 피해소비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가 있지만, 한국은 해당 소송인만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집단소송이라 하더라도 액수의 차이가 심해 국내에서의 집단소송은 기업에게 큰 압박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스케처스 운동화의 거짓광고로 인한 집단소송 위기 때 소송으로 번져 손해배상금이 오르면 더 큰 손실이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소비자들과의 합의안을 내놓았다. 피해소비자들이 받은 보상 금액은 20~80달러(약 2만~9만 원)에 불과했지만 소송 합의에 의한 스케처스의 손실액은 4,500만 달러(약 510억 원)으로, 피해소비자 전원이 1인당 최대 보상 금액인 80달러를 받았다 치더라도 무려 56만 명에게 보상금이 돌아간 셈이다. 반면 위의 현대·기아차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의 경우 현대 측에서는 아무런 합의 시도를 하지 않았다. 한국은 해당 소송인만 피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당시 소송을 제기하고자 했던 200명에게 100만 원씩 배상해도 고작 2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현대자동차를 샀고 같은 연비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는 8,000억 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2억 원의 배상금이 주어지는 제도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에 비해 더 강한 압력을 기업에 줄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집단소송제에 대해 함영주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 자기를 다잡게 되는 계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기업을 혼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심한 반칙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4월에는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직구 사이트 ‘아이허브’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접속을 차단하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식약처는 미국에서 제작된 젤라틴 캡슐이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해외사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접속 차단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이허브는 애초 대한민국 내로 통관이 허용되지 않는 성분에 대해 아예 구입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던 터라 사이트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원성만 샀다.
아이허브 사이트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국내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것은 앞으로 정치권이 해외직구를 본격 규제할지도 모름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국내 유통을 독점하는 대기업만 폭리를 취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그대로 둔 채 해외직구만 막아 소비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싸야 잘 팔리는 나라, 대한민국
사람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있더라도 내가 보지 않는 TV프로그램,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쉽게 소외감을 느낀다. 인간은 무리를 이루며 사는 동물이라 소외감을 느낄 때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기 때문에 무리의 다른 이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또 무리의 일원으로 어울리는 과정에서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껴 내집단(내가 속한 집단)과 외집단(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며 경쟁하기도 하고 내집단이 외집단에 앞설 때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직 희소성보다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것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장난감을 고를 때 많은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소성의 가치를 알게 되고 한정판(limited edition)이나 명품처럼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것에 열망하며 그런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채우기도 한다. 한정판과 명품은 수량이 제한되어 있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아무나 살 수 없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계급으로 구분지어지지 않는 대중사회에서는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자신을 알리고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데, 비싼 물건을 삼으로써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에 ‘재화의 가격의 올라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도 비싸면 더 잘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 ‘베블렌 효과’ 때문이다. 가격이 낮아지면 다른 사람들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자신을 과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매를 하지 않기도 한다.
베블렌 효과의 좋은 예는 불황이 거듭돼도 백화점 명품관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 특유의 허세 소비심리 때문에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쟁심과 더불어 명품과 스스로를 동일화하여 명품이 곧 자신의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을 구입하는 심리가 작용해 한국을 세계 명품 판매국 10위라는 자리에 올려놓았다.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전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약 313조 원으로, 그중 한국에서 판매되는 금액이 12조 원이었다.
무조건적인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 행태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 여건을 악화시키는 데 적지 않게 일조했다.
 
   
▲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한 형사가 지난 2015년 3월 23일 오전 경찰청사이버수사대 사무실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해외직구 쇼핑몰을 개설해 유명브랜드 의류 허위광고를 통해 피해자 352명으로부터 약 1억 9,600만 원을 편취한 피의자들이 사용한 컴퓨터와 대포폰 등의 증거물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기업, 국민의 삼위일체(Trinity)
허세 소비심리로 인해 스스로 소비자가격을 높인 국민과 국민의 소비심리를 이용하고 독점과 담합을 내세워 생필품까지 가격을 올리는 기업, 그리고 기업의 탐욕을 수수방관하는 국가 중 누가 더 잘못이냐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딜레마와 같은 무익한 순환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국내시장이 이미 오래 전부터 병들어 있었고, 그 원인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자기 스스로의 과시를 위해 상품의 질이나 필요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고가의 물품만을 선호하는 동시에 그러한 소비를 곧 자신의 정체성이라 여기며 값싼 물건은 좋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구매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고, 기업은 그런 국민성을 우롱이라도 하듯 철저하게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리기에 급급했으며, 정부는 이런 실태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의 제품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에서 수입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내수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업이 기업윤리를 지키고 사회로의 부의 재분배를위한 노력을 하며, 정부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당장은 손해로 여겨질지도 모르나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계속 된다면 국민은 쉽게 마음을 돌려 국내기업에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탄탄한 내수시장을 이루어지고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지원군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바꾸어지려면 국민들이 먼저 자신의 소비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결코 ‘국민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좀 더 건전한 국내시장을 만들기 위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활동을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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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세안산업의 부탄캔 충전소 현장.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한 형사가 지난 2015년 3월 23일 오전 경찰청사이버수사대 사무실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해외직구 쇼핑몰을 개설해 유명브랜드 의류 허위광고를 통해 피해자 352명으로부터 약 1억 9,600만 원을 편취한 피의자들이 사용한 컴퓨터와 대포폰 등의 증거물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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