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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의 재분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5.05.12 17:16|(182호)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늘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면 세상은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되면 동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들이 갖는 문제인식은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시대 변화의 밑바닥에 흐르는 조류가 변화하더라도 늘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변화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 한 중앙지의 편집국장 대리를 맡고 있는 분이 “대기업은 위기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였다. 이 짧은 칼럼 안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그는 칼럼의 끝을 이런 주장으로 마쳤다.
“재계의 관계자는 ‘기업은 열심히 하는데, 국민이 오해하는 게 많다. 정부와 정치인은 인기에 영합한 반기업 정책을 쓴다. 대국민 홍보와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는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단체나 학자들은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낫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출처: 고현곤(편집국장 대리), “대기업은 위기다”, <중앙일보>, 2015.4.20.
이 분의 지적처럼 이런 변화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세계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주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우리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어디에 있나. 우리가 대부분의 세금을 내지 않는가. 제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지 말고 기업 친화적인 조치를 취해서 기업이 본연의 활동에 전념하도록 해 달라.” 이런 주장들에는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논리나 합리와 별도로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잃어버릴 것이 많은 그룹들은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격차 확대 사회’에 대한 시각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낼지는 징후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통이다. 그는 정통 경제학자로서 ‘합리주의자’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감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 발언에서 야당도 명연설이라고 할 정도의 호평을 받는 연설을 하였다. 연설의 요지는 “가진 자, 대기업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시민과 중산층 편에 서겠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아마도 그를 잘 알아온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단순히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발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시대 변화를 읽어낸 유승민 대표다운 발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연설에는 정당의 존립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런 판단을 갖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한국 사회는 격차 확대 사회로 줄달음을 치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부채 규모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그런 조치들이 당분간 선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경제 성장의 정체는 ‘격차 확대 사회’의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본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이라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갖는 고통은 이성이나 합리에 의한 해법이 있을 수 있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감성에 의한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시장경제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와 논리를 주장한다. 그들의 논리에는 이런 주장들이 담겨 있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책임의 대부분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합당한 제도 개혁을 제대로 시행하기만 해도 저절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이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의 키를 갖고 있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을 논리나 이성, 그리고 합리를 우선하지 않는다. 그들은 폄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현재 겪고 있는 격차 확대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모저모를 따지기보다는 반기업 정서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옛말에 “말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가 있지 않는가. 이른 퇴직으로 조직을 떠나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사회 진출 초입부터 실업자의 대열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격차 확대에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표적이란 것이 자꾸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집단들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정치 과정을 통해서 결집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에서 이런 징후를 감지했다. 정치는 시장과 마찬가지로 필요가 있는 곳에서 공급을 만들어 낸다. 소외감과 박탈감 때문에 화가 잔뜩 난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혜택을 약속하는 정치인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나 이들을 대신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이 올바르다고 해서 돌아가지는 않는다. 올바르지 않지만 실체를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필요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공존이 필요할 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시대 변화를 정확히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무슨 문제가 있는가. 우리도 앞 가름을 하기 바쁜 데 말이다”라는 주장은 논리나 합리로 보면 올바르다. 그러나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거대한 정치 세력으로 발전해서 엉뚱한 정책들을 양산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 옛말처럼 방어적인 조치는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는 더 큰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방어적인 조치를 취하려면 논리나 이성으로 납득하기 힘들지만 변화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닌데,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치열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은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치란 합법적으로 실행되는 일종의 강제력이고 폭력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는 “2017년 대선에서 여야 막론하고 기업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게 틀림없다. ‘경제는 중도’가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나는 가능성보다는 기정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다.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실체를 인정하고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외부 필진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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