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평균수명이 80세를 최초로 넘어선 것이 7년 전인 2008년이다. 평균수명은 사고로 인한 조기사망까지 포함된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나이까지 살 수 있다.

또 최빈사망연령(가장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연령)은 90세에 육박하면서 더는 100세 노인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아직도 73세에 그치므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게 산다고 말하기 힘들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지만 병마와 싸우며 어렵게 오래 사는 것은 ‘재앙’에 불과하다. 의학 기술이 나날이 발달하고 경제 발전 덕분에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가능해져 평균수명은 매 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연령이 전체 인구의 12.8%를 차지하며 고령화사회(7%)에서 고령사회(14%)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또 국제연합기구(UN)는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2026년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소요기간을 26년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고령화가 가장 빨랐던 일본이 36년 걸린 것보다 10년이나 단축된 기간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각종 실버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실버산업이 노인을 모두 수용하지 못할뿐더러 미숙한 운영 탓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지 않아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즐길 거리를 찾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여생을 기대하기 힘들다.

즐거운 삶에 건강이 스며든다. 내 몸에서 병을 내쫓기 위한 조건이 ‘살고자하는 의지’라면, 내 몸에 병을 들이지 않는 조건은 ‘즐겁게 살고자하는 열정’일 것이다.

금희(본명 김금희)는 오래도록 가수를 꿈꿔왔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한 데다 29살이 되던 해에 남편 최 씨와 결혼을 한 뒤로 꿈을 포기했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는 못 먹은 탓에 부종이 심하게 오기도 했다.

당시 돈이 없어 새우젓에 말라비틀어진 된장을 물에 녹여 반찬으로 먹었다고 말한 그녀는 동서에게 들킨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가 며느리의 암 판정 소식을 듣고 가슴 한편에 접어두었던 가수의 꿈을 죽기 전에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의 욕심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 딸처럼 아끼던 며느리에게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심적으로는 호강했다던 그녀는 남편에게 항상 고맙고 남편을 잘 만나 늦었지만 가수의 꿈을 이루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녀가 작은 물건이라도 들고 있으면 남편이 다가와 대신 들어줄 정도로 아끼고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남편은 “박봉에 살림하느라 꿈도 접은 채 가정 잘 꾸리고 자식들 키워줘서 고맙다”며 화답했다. 평소 가족애를 중시한다는 부부는 20년이 넘도록 매주 토요일이면 온가족이 모여 만찬을 연다. 며느리의 암 판정도 이 때 알게 됐다.

 

그녀는 데뷔곡 ‘밤차는 떠난다’와 ‘사랑해놓고’를 며느리와 남편을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많은 대한민국 엄마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되면 좋겠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부른 노래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중 그녀에게 데뷔곡 ‘밤차는 떠난다’를 청하자 곧 구성진 곡조에 칠순이 넘은 나이라고 믿기 힘든 청명한 목소리를 뽑아냈다. 인터뷰장을 가득 메운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애조와 섞여 그녀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그대로 전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방송인이었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그녀에게 남편은 “그렇게 치장하고 어딜 가느냐”며 뜯어말렸다. 결국 그녀는 “음반이 나오고서야 대한가수협회에서 발급한 가수회원증을 당당하게 보여주며 남편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극구 반대하던 남편도 주변에 치매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지인이 늘어나자 “남은 인생 아프다 가지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 것 원 없이 하면 좋겠다”며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남편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자나 깨나 노래 연습에 매달린 통에 피를 토하는 등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결코 끌 수 없는 열정으로 삶을 살아라”는 명언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최근에 난타도 배우기 시작했다”며 “철쭉아가씨 대회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하는 등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가수가 되어서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는 그녀는 힘이 닿는 한 가수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수 금희’를 알고 불러준다면 어디든 가서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도 노력만 한다면 ‘봉사하는 희망의 가수’가 되어 재능기부 대열에 열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퍼트리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노래를 향한 열정이 타인에게 희망으로 다가가길 바란다.